6. 미운오리새끼 - 1
23살 유정의 23번째 겨울
어느 날과 다름없는 하루였다. 아침 일찍 6시에 일어났고 따스한 햇살을 맞이했지만 어제보다는 조금더 차가운 기온을 느꼈다.
여자 기숙사에서 학교 안 발레 강당 까지는 조금 멀었다. 정돈되지않은 정원을 한참 거닐고 장미꽃 터널을 두개 지나야지 다다랐다.
깊은 숲속에 자리잡은 그곳은 마치 마녀의 집처럼 보였다.
선택된 자 이외에는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듯, 가는길에는 가시덩굴이 가득했고 장미로 뒤덮여 있었다.
나는 그곳을 매일 가야했다.
장미가시로 뒤덯인 문앞에 서서 나는 숨을 크게 한번 내쉬었다.
입김이 후 하고 나왔다.
나는 8살 때부터 발레를 했다. 그리고 그게 지금은 내 특기이면서 내가 해야 하는 숙명 같은 것이 되었다.
내 동생도 나를 따라 발레를 했지만 고등학생 때였나. 갑자기 진로를 바꾼다고 발레를 턱 하니 그만두었다.
하루아침에 말이다.
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걸 하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 모지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맞다. 나는 그렇게 발레라는 것을 잡아두고 놓아주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란~ 딴딴.
"업~ 다운~ 업~ 다운"
"뭐 해? 안 들어가고?"
내 절친인 지혜가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나를 보고 의아한 눈빛을 했다.
"아.. 멍 때렸어."
"갑자기?"
"엉.."
"뭐야~~ 잠 깨라~~ 오늘부터 특훈 이랬어~ 교수님 말씀 기억나지?"
"하..... "
"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혜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교수의 눈빛을 보았는지 나를 앞으로 죽 밀어냈다.
온화한 조명과 은은하게 울리는 피아노 소리
내가 마치 호수가의 백조 한 마리가 된 것처럼 나는 우아한 몸짓을 한다.
사실은 애써 버티고 있는 오리새끼인데도...
"한유정! 정신 못 차려!"
날카로운 굉음처럼 여 교수의 목소리가 내리 꽃았다
"아! 악!!!!!!!!!!!"
내 발목은 반대로 꺾여있었다. 주위는 흐리멍텅 해졌고 난 물속에 잠긴 듯 그렇게 꺼져갔다.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었지만 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점점 깊은 호수바닥으로 꺼져가는 듯 했다.
난...
"유정 씨?"
유정은 자신이 잠깐 멍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앞에 앉아있는 재욱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유정을 바라보았다.
"아~ !! 진짜 맛있어 보여서 와 순간 멍 때렸네요! 하하"
"아.. 뭐야..."
"진짜 오랜만에 본 것 같아서 와~ 이 탱탱한 면발~~ 오우~"
"흠.... 괜찮은 것 맞죠?"
"아~ 진짜 괜찮아요! 가끔 멍 때려요 왜 그럴 때 없나? 순간정지 같은?"
"네 없어요"
"아."
안심했지만 재욱이 장난스럽게 되받아쳤다.
"훗.."
재욱이 다시 훗 하고 웃었다.
그런 재욱을 보고 유정은 왠지 싫지 않았다.
'날 계속 보고있었던 건가?'
유정은 우동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코 끝을 찡긋 했다.
"와.. 진짜 살겠다. 우동으로 힐링되다니."
"인생 뭐 별거 없죠? 소소한 행복만으로도 살만 하잖아요?"
"오우.. 뭐야 이 어르신 멘트는?"
"흠.. 한 삼 백 년 정도는 살아보니 그렇더라고요?"
재욱의 농담에 유정은 정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 도깨비 코스프레? 공유 씨세요?"
"웃자고요~~~ 웃자고~~ 아까부터 유정 씨 표정이...."
유정은 재욱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재욱은 알 수 없는 미소를 띠었다.
"뭐..암튼 어서 먹어요~ 여기 디저트도 끝내줘요~"
"와우~~ 디저트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