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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달팽이 haru Mar 16. 2024

19. 궂은 날은 역시나

강민하

 




2015년.

성심병원 응급 병동.


시끄러운 앰블런스 소리가 여기저기 울려 퍼졌다.

응급병동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도 이렇게 소란스러운 적은 없었던 것같다.

어느 날은 미친 듯이 사람들이 다쳐서 몰려 올 때가 있었지만 오늘 만큼 이상하게도

소란스럽고 무거운 날은 없었던 것같다.


아버지. 아니 성심병원 원장인 강무열. 그가 사색이 된 채로 뛰어 왔다.

고와 보이는 여성과 손을 맞 잡으며 대화를 하고있었다.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들 것에 실려온 그 것을 바라 보았다.

서슴없이 vip 병실에 그 것을 옮겼다.


이름 김유정 나이 24세 눈사태로 인한 사고로 전신 마비, 기적인지 무엇인지 외상이 하나도 없다.

병원 모든 과의 교수들이 한데 모였다.

응급입원이었지만 각종 검사를 다 하고 난 뒤에도 수술방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병명. 원인 모를 코마 상태.

밖에는 번개가 치고 있었고 궂은 날은 역시나 이상한 일이 일어 나기 마련이었다.

이날도 또한 그랬다.


며칠이 지났을까. 아버지가 병원의 인턴부터 전문의 말그대로 교수 아래에 있는 의료진을

다 불러 모았다.


" 뭐해 강민하! "

선배가 옆에서 신경질적으로 나를 불렀다.


"아..네"

선배는 내가 원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더욱더 까칠하게 대했다.

그렇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막 대하지는 않았다.

그저 멍하니 있는 내가 눈엣가시 처럼 보였는지 눈쌀을 지푸리며 원장의 말을 잘 들으라는 식으로 쏘았다.


나는 병실 침대에 누워 겨우 숨을 연명하고 있는 여자를 내려다 보았다.

그 얼굴이 너무 예뻐서 잠깐 홀렸던 걸까.

큰 사고를 당했다고 했지만 너무나 멀쩡한 상태 였다.


"음,, 보시다 시피 이 환자는 특별 케이스야. 의학계에서도 풀지 못하고 있어."


"누구든 이 환자의 담당의가 된다면 각별히대해 주길 바란다"

그러면서 원장이 민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 환자가 살아 있을까요?"

나도 모르게 머리 속으로만 생각했던 질문이 입밖으로 튀어 나왔다.


"씁.. 환자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군."

원장은 민하를 한번 쏘아보고는 쌩하니 병실을 나가 버렸다.


"근데..실험 대상이야. 딱 그 정도래"

선배가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뭐요?!"


그 때는 선배의 그 말을 이해 할수 없었다.





23년 3월 유정의 입원실


"앗..?!"


커피가 유난히도 뜨거웠나보다.

민하는 들고 있던 커피를 조금 흘렸다.


"아..."


그날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른건 유난히도 응급 병동이 시끄러웠기 때문일까.

그녀와 비슷한 얼굴을 한 여자가 지나가는 것을 본 것도 같았다.


"내가 잘못 본건가..."

기적을 바라면서도 진짜 기적이 일어나면 어떤 반응을해야할지 문득 생각 했다.


그날 응급실에 들어올때 나는 기적이 일어날까 내심 의구심이 들었지만 요즘은 이상하게 그 것을 바라고 있는 것같은 마음이 들었다.


"기적이라는게 그리 쉽게 일어나진 않겠지...하지만.."


그녀의 담당의가 된 후로 민하는 '기적'이라는 것을 믿어 보려 했다.


"유정씨 오늘은 ..기분이 어때요? 날이 무척 따듯해졌어요. 벌써 봄이 오고있나봐요"


말이 없는 유정이었지만 민하는 그저 듣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창문 커텐을 살짝 열어 햇살이 따듯하게 들어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가녀린 그녀의 팔에 햇살이 쏟아지고 이윽고 얼굴에도 조금 햇살이 드리웠다.


"미안해요. 오늘도 실례할께요.조금 따끔할거에요."


민하는 가녀릴데로 가녀린 그녀의 팔을 잡아 꽤 많은 양의 피를 뽑았다.


다만 그녀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민하는 보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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