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많은 신비한 힘을 가진 신적인 존재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단연 제일 가는 신은 제주도의 선문 대할망 이었다
이 할망은 바로 제주도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한데 제주도 육지며 바다에 사는 모든 미물들의 신이었고 그것들을 탐라에 살게 해 주면서 하는 말이 "여기가 너희의 고향이다"라고 했다.
그 중 유독 영민한 상괭이가 있었는데 그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고 결국 선문 대할망은 자신의 심부름을 잘 해온 상괭이를 반신반인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상괭이는 일 년 중 딱 네 달만 인간이 될 수 있었고 휘영천 밝은 보름달이 뜰 때쯤에는 그마저도 할수 없었고 상괭이로 살아야 했다.
그것에 만족하지 못한 상괭이는 결국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 또다시 설문 대할망과 약속을 하였는데..
바다에서 죽어가는 인간들을 가엾이 여긴 할망은 결국 상괭이에게 임무를 하나 주었다.
그것은 바로 제주도 바다에 빠져 죽을 뻔 한 사람을 사람으로 하여금 다시 살려주고 그 두 사람이 인연을 맺게 돕는 것이었다.
이 것은 사실 멀고 먼 옛날부터 시작되어 조선 팔도첩첩산 중에 매끄러운 아스팔트가 깔려 도로가 생기는 시간을 걸어가는 동안... 쭉 이어져 온 일이었다.
사람의 인연을 이어주고 영원한 인간이 되길 원하는 상괭이는 사실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했다.
***
-2014년 8월 제주도
상괭이 이윤이 물을 첨벙거리며 이리뛰고 저리 뛰며 큰 소리로 소리쳤다.
" 할망~~! 그러니까 이번이 마지막인 거지!? 그렇지?!"
"아우 이놈아 그렇다니까 몇 번을 말해"
"약속 지켜!! 맨날 마지막 마지막 말만 그랬잖아! 그게 벌써 10년 전이라고!"
할망은 쯔쯔거리며 마당을 거닐었다.
"몇 번 성공시킨 적도 없으면서 욕심은 많아가지고! 니 선대 상괭이는 말이다. 그렇게 욕심부리지 않아도 금방 인간이 되어 자유롭게 육지로 떠났단 말이다. 아니 근데 이놈은 배은망덕하게 한 번을 안 찾아와요. 섭섭하게 스리..”
말하면서 갑자기 울컥해진 할망이 원망섞인 말을 늘어놓았다.
“육지로 떠났다며 뭐 하러 다시 제주도 섬으로 오겠어!”
“아유 이놈아 너도 그럴까봐 그런다!”
상괭이 이윤의 투덜대는 목소리가 높이 한라산에 자리잡고 있는 선문대할망의 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
마찬가지로 멀리 제주도 앞바다에 있는 상괭이의 귀에도 선문대할망의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그거고 나는 나야! 난 급해 급하다고 우선 사람부터 되고 볼게! 그러고 난 다음 생각해 볼게 제주도로 다시 올지 말지는? 응?"
천진난만하게 웃는 상괭이 윤이었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철이 없기도 했지만 선문 대할망은 사실 윤이를 꽤 아끼는 편이었다.
할머니는 짚고 있던 지팡이로 상괭이의 머리를 내리치는 듯 시늉을 했다.
하지만 지팡이를 살살 돌리더니 미소를 쓱 지었다.
“옛다. 이놈아”
짜잔~~ 하고 웃음기 섞인 표정을 하는 할망이었다.
상괭이 윤이는 어느덧 훤칠한 남성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오~~ 근데 이거 말고 좀 더 멋있는 모습 없어?"
바다 수면 위에 휘잉소리를 내며 파도를 거니는 이윤의 모습은 물방울이 마치 사람이 된 듯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뭐가 불만인지 여전히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할머니는 지팡이를 또 휘둘러 윤이에게 양반이나 입었을 법한 한복을 입혀주었다.
“앗 이게 뭐야 언제 적 한복이야!”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버럭 화를 내는 이윤이었다.
"이것아. 그게 네가.. 사람이었을 적에... 아.."
무엇 때문인지 할망이 말을 하다 입을 막았다.
"응? 뭐라고?"
윤은 듣지 못한 듯 했다.
할망은 금새 자세를 고쳐 서서는 말을 이었다.
“윤아 사람으로 치자면 너의 모습은 아~~ 주 출중하단다. 할미가 또 남정네 보는 안목은 뛰어나단다 허흠~~”
그도 그런 것이 할망은 K-pop 아이돌의 광팬이었다.
“흥~맨날 아이돌 영상만 보면서 아니 나도 그들처럼 좀 만들어줘 봐~~지금의 남자사람들 처럼 말이야”
당황한 듯 할망은 들고 있던 스마트 폰을 치맛자락 뒤로 숨겼다.
"아 아이고 나 피곤하다. 너 이제 그만 가봐라 옘병. 이 할망구 늙어 죽는 거 보고 싶냐?"
"뭔 쉰소리야~ 평생 할망구면서! 죽지도 않으면서! 흥!"
이윤은 정말로 화가 난 듯 팽 하고 돌아섰다. 그리고는 상괭이의 모습을 하고 바다로 휙 하고 뛰어들었고
신 상괭이의 힘으로 한라산 중턱까지 물을 참방하고 튕겼다.
.....
“아이고 이놈이.. 물 다 튀기고 가네 그려 ~”
할망은 그런 이윤을 멀리서 바라보며 아쉬운 듯 안쓰러운 듯 복잡미묘한 표정을 하며 중얼 거렸다.
"네가 죽어서 상괭이가 된 것도 너의 업보요. 다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것도 너의 업보이겠거니.
아니 그러한가? 하루방 할범"
그리고는 곁에 있던 하루방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다시 중얼거렸다.
***
조선 초기 영중
멀고 먼 조선 초기 한때는 바다에서 고래잡이가 성행했고 그것의 고기는 매우 비싼 값에 팔리게 되니 용기 있는 상인이라 함은 죄다 그 장사에 뛰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저 멀리 청나라까지 오고 가며 장사에 수완이 좋았던 한 사내가 있었는데 그 이름은 조선 최고 상인 이윤이었다.
조선팔도 그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했는데 이유인 즉슨 온 바다를 뒤져가며 돌고래며 상괭이란 것은 죄다 잡아 들였기 때문이었다.
난폭하고 이기적인 성격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으면 신분 따위 개의치 않고 들이 박아 왠만한 양반들은 그를 꺼려 했다.
또한 상괭이 같은 미물 따위의 생명은 그에게 중하지 않았다.
지금은 상괭이로 환생하여 신과 가까운 존재가 되고 그 모습이 영롱하고 신비롭기 그지없지만 전생에는 꽤나 추악한 일을 저지르고 다녔던 악명 높은 상인 '이윤'이었다.
“저기다~! 저기 상괭이가 보인다!”
항해를 하고 있는 바다 앞 머리에서 어부하나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리고 이윤이 그쪽으로 달려 나갔다.
“어서! 어서 그물을 던지라! “
어부의 말소리보다 더 다급하게 이윤이 소리쳤다. 그랬더니 주변에 있던
열댓 명의 어부들이 그의 앞으로 몰려들어 그물을 쏴아 하고 펼쳐 던졌다.
곧 파도가 몰아 치는 바다 위에서 치열한 사투가 벌어졌다.
수면이 여러 번 출렁이고 빗방울까지 뚝뚝 떨어지더니 몇 시경이 지났는가도 모를 새에 이윽고 그물의 출렁임이 잠잠 해졌다.
"아...이고 이 녀석 힘도 좋네 그려!"
"그러게 말이야 이런 놈은 또 처음이네! "
“잡아! 어서 그물을 더 올리란 말이다!!”
이윤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그물을 탁 하고 잡았다.
하지만 이내 파도는 잠잠 해졌고 출렁이던 그물은 흐느적, 힘없이 늘어졌다.
그가 마취제가 묻은 화살을 가지고 왔을 땐 이미 놓쳐 버린 후였다.
멋쩍은 어부들이 이윤의 눈치를 보고는 아쉬워하는 듯한 쉰소리를 했다.
“이를 어쩌나..나으리.이번에도 놓친 듯합니다요..”
그러자 이윤은 눈을 벌겋게 부라리며 어부들을 하나하나 쏘아보았다.
“쓸모없는 것들 하고는! 철썩!”
우두머리 격인 어부최씨의 뺨에 벌겋게 부어오를 정도로 이윤이 주먹으로 냅다 후려 갈겨버렸다.
옆에 있던 다른 몇몇 어부들은 벌벌 떨며 두려운 눈으로 씩씩대는 이윤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윤은 벌건 얼굴로 씩씩거리며 조금은 광기 어린 눈으로 광활한 바다를 쏘아보았다.하지만 너무나 조용해진 수면 위를 그저 넋 놓고 볼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또 놓친 것인가… 이번 움직임도 그 녀석이 확실하다. 영민 한 상괭이놈…’
뭔가를 다짐한 듯 이윤이 다시 말했다.
“최 씨!! 다시 한번 한가운데로 나가시오. 난 오늘 그 놈을 꼭 포획할 것이야”
최씨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번쩍하고 떴다.
“예?! 아니… 이제 곧 어두워질 테고. 날이 짓궂어지고 있습니다요.나으리..”
그런 최씨의 대답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이윤은 그를 또 다시 쏘아 보았다.
하지만 최씨의 말대로 정말 날이 곧 어두워질 시경이었고 배는 서둘러 어딘가에 정박해야만 했다.
이윤은 고개를 잠시 떨구더니 탄식섞인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뱃머리에서 우두커니 자신을 바라 보고있는 임상협의 여식 임수아를 쳐다보았다.
“후..어쩔수 없군…”
같은 시각
조선 제일가는 유지 집안인 양반 댁 형판 임상협과 그의 여식 임수아가 함께 상괭이 잡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임상협은 이윤이 잡아들이는 돌고래와 상괭이를 청나라에 갖다바치며 막대한 부를 쌓고 있었다.
이윤의 평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형판은 양반 중 유일하게 그를 좌지우지 하는 인물이었다.
임상협은 이윤이 자신의 여식 임수아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내심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이윤을 손바닥 위에 놓고 가지고 놀 수 있음을 지극히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여정에는 특별히 제주도 근방 바다를 간다 하여 호기심이 충만한 그의 여식 임수아를 동반하여 여정을 함께 했다.
속이 뱀 같은 자 였던 임상협은 이기적이게도 이윤을 조종하는 것에 그의 여식을 이용할 셈이었다.
어디까지 멀리 갈까? 모험심이 강했던 형판의 여식은 항상 뱃머리 앞에서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뱃 사람들은 상괭이를 잡느라 항상 분주했고 그런 그들을 그림에 담기도 하고 눈으로 관찰하기도 하며 신기한 광경을 모두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무엇보다 아버지 형판 임상협을 따라나선 그 항해가 첫 바다를 경험한 모험이어서 재미가 있었다. 가끔 상괭이를 잡을때는 조금 잔인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임수아는 이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 좋기도 했다.
이윤은 형판의 여식을 몰래 연모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배가 흔들릴 때면 그 여인이 위험해지진 않을까 흠칫 놀래고 배 멀리에 불편하진 않을까 항상 들여다 보았다.
그 날 따라 상괭이가 잡히지 않아 신경이 날카롭게 서있었는데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그 여인을 보고 있자니 괜히 기분이 풀어지기도 했다.
“힘이 아주 좋은 녀석 이었나 봅니다.”
임수아가 이윤의 곁으로 다가와 놀리 듯 말했다.
“아.. 보셨어요 아씨?
그게..그 녀석이 근방 상괭이 중의 우두머리라 힘이 아주 쎄지요”
“훗..악명 높은 상괭이 잡이 이윤 도련님이 어찌 이리 약해 빠진 소리를 한답니까? 그리고 어깨 축 쳐져 있는거 봐봐 어머..?”
“악명 높은 이라뇨. 아니 그리고 제 어깨가 어디가 어떻다는겁니까”
이윤은 깜짝놀라 자신의 어깨를 들어 올리며 임수아를 보며 답했다.
“왜요? 그 별명이 싫으신겝니까? 조선 천지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래도..아씨가 그렇게 말하니 내가 아주 나쁜 놈으로 보여집니다”
“아니었나요?”
“수아 아씨...”
이윤이 당황한 듯 그녀를 쳐다 봤다. 이글이글 타오르던 그 눈빛은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기 그지 없었던 어렷을 적 시절, 임수아를 바라 보던 눈빛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임수아는 이윤이 당황하든지 말든지 아랑곳 않고 그를 놀리는 재미에 큭큭댔다.
“훗..뭐 다른 별명을 만들어 달라면 그리하지요. 제가 또 작명을 잘합니다.아시다피시? 흠..뭐가 좋을까..상괭이 잡이귀신 이윤? 아님..조선최고의~”
"하..아씨 정말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그 것도 재주 입니다. 허나 아무한테나 그러지는 마시지오”
서슴지 않고 작명을 이어가는 임수아의 말을 서둘러 막는 이윤이었다.
“어머, 아무 한테나 라니요? 오라버니가 제게 아무나 이옵니까?”
그 말을 들은 이윤은 괜스리 얼굴이 붉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괭이를 놓쳐 씩씩거렸던 이윤이었지만 그의 앞에서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며 그의 기분을 풀어 주려는 듯한 임수아는 여러 번 이런 모습을 보였다.
그녀의 의도를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윤도 깨닳았고 그녀의 앞에서는 무장해제가 되어 버리니 그런 그녀가 더욱더 좋아 질수 밖에 없었다.
상괭이를 놓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뱃머리 앞에서 자욱한 안개가 걷힐 때쯤 저 멀리 어렴풋이 섬 같은 게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저기 뭔가 보입니다!"
어부 최씨가 이윤에게 달려오며 소리쳤다.
" 저것은...섬이다!"
이윤이 외쳤다.
그곳은 탐라였다.
“어르신 태풍이 몰아치려 하는 것 같으니 뱃머리를 돌리려 합니다.”
섬이라는 것을 확인한 이윤은 황급히 임상협에게 달려가 말했다.
임상협이 얼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허허 이를 어찌할꼬.. 저기 보이는 저 섬이 탐라인가?”
“예, 위치 상 그러할 것입니다.”
“흠..그래 그렇게 합세”
하지만 임상협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갑자기 바람이 휘몰아치고 파도가 일렁거렸으며 알 수 없는 비바람이 휘몰아치더니 항해하던 배가 크게 휘청거렸다.
마치 배가 탐라로 향해 가는 것을 방해하는 것처럼 비바람이 더욱더 거세 졌다.
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이윤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헛!! 뱃머리를 어서 돌려라! 최대한 섬에 가까이 가야 한다! “
이윽고 뱃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쩌억~! 큰 소리가 울려 펴졌다. 돗이 허망하게 부러졌으며 그대로 선상 위로 곤두박질 쳤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 들의 노력이 무산하게도 나무배는 두 조각이 나버렸다.
사람들은 이내 바다에 빠져 버렸고 물밑 아래로 천천히 사라져 버렸다.
어찌할바를 몰라 허둥 지둥 밧줄 하나를 붙잡고 있었던 임상협의 여식 임수아는 그대로 배 위에서 아래로 미끄러지는 아버지의 손을 간신히 붙잡고 그를 놓치지 않으려 애썻지만, 곧 파도가 휘몰아쳐 그를 삼켜 버렸고 그 것을 보고는 그만 넋을 잃고 망연 자실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다.
이윤은 그런 아씨를 온 몸으로 감싸 매섭게 모든 걸 뒤 덮는 파도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허무하게도 둘은 배에서 떨어져 버렸고 그렇게 수면 아래로 생명이 꺼져가고 있었다.
한창나이의 예뻤던 형판댁 아씨 임수아와 악명 높은 조선의 상괭이 상인 이윤은 그렇게 바다 아래로 점점 사라져갔다.
‘안돼....수아야.’
이윤은 바다 아래로 꺼져 가면서도 이 순간이 너무나 허망했다. 이렇게 안타깝게 생을 마감해야 할 아씨가 아니었다.
‘제발…신이 있다면, 비나이다. 내 생에 저지른 모든 죄는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내 목숨으로 바칠 것이니 저 여인 만은 제발..제발 살려 주옵소서..
이윤의 바램은 아주 간절 했다. 겨우겨우 붙잡고 있던 임수아의 손이 가느다란 온기 마저 사라져갔고 깊고 깊은 바다 속으로 꺼져 내려 갔다.
겨우 뜨고 있었던 실눈 마저 완전히 감겨 버리고 죽어가는 그녀를 결국 구할 수가 없었다. 애통하고 애절한 이윤의 한이 그대로 서려 그날 바다 빚은 유난히도 붉게 물들었다.
당시,이 모든 것을 보고 있었던 선문대할망이었다.
할망은 다시 그날 일을 떠올리며 돌하루방을 향해 한탄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맞는 것이요. 윤이 이놈이 다시 사람이 되는 것 말이야. 나는 그 녀석이. 또 다시 환생한다 해도 상괭이가 되었으면 하네. 사람이 다시 되는 것이 그에게 득이 될까. 실이 될까.살아도 죽어야 할 운명이라면 말이야.. 난 모르겠단 말이지.
그러자 돌 하루방이 그득그득 하는 돌소리를 내며 좌우로 움직였다.
“응? 아니라고? 뭐가 아니란게야? 득일지 실일지 너는 아는 게냐?”
이번에는 앞으로 쿵 하는 소리를 내며 한발자국 내 딛었다.
선문대할망은 알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 그대로 띠꺼운 표정을 더 담아 하루방을 빤히 바라봤다.
“아이 어쩌라는게야!?”
괜스리 화를 내는 할망이었다.
선문 대할망은 사실 이윤이 자신의 전생에 대해서 어느정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아무리 신 적인 존재라 해도 그 깊은 속내 까지는 알수 없을 터였다.
하지만 상괭이 이윤은 자신이 본시 상괭이 잡이 상인이었다는 사실과 아주 잔인 무도 했던 자신의 행적에 대한 기억만 갖고 다시 환생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형판댁아씨 임수아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선문대할망이 한숨을 푹 쉬고 밤하늘 둥둥 떠있는 보름 달을 바라 보고 있을때
제주도 바다 가운데 수면 위로 신 상괭이 이윤이 다시금 떠올랐다.
뭔가를 떠올리 듯 보름달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할망..그래도 난 사람이 꼭 되어야 할 것 같아. 뭔가 아주 중요한 걸…잊어버린 것 같거든. "
***
(에필로그-전생이야기)
형판 임상협의 집에 처음으로 이윤이 인사를 가는 날이다.
직접 잡은 상괭이의 가죽을 수레에 싣고 대문을 두드린다.
“이리오너라”
“어서오시지요 나으리 대감 마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하거라”
하인을 따라 간 그 곳에는 높고 큰 백일홍 나무가 한 그루 심어 져있었고 그 뒤로 화려하기 그지 없는 정자 하나가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곳에 형판 임상협이 술 상 앞에 앉아 있었고 옆으로는 왠 처자 한명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다가 이윤을 보고 슬며시 일어났다.
천천히 정자 위로 올라간 이윤은 눈 앞에 서서 자신에게 고갯 인사를 하는 그 처자의 얼굴을 정확히 볼수 없었다 하지만 가까이 갈수록 천천히 그 모습이 보였는데 하늘하늘 나비 같은 자태였으며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연지 를 얇게 바른건지 볼이 발게진 건지 그 얼굴이 너무 고와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임상협의 여식 임수아였다.
“처음 뵙습니다. 대감마님, 물이 깊고 넓다 하여 이가 윤 이옵니다”
“이윤 자네에게 딱 걸 맞는 이름 이로구만! 넓고 광할한 바다를 누비지 않는가! 어서 오시게 이윤! 내 자네를 많이 기다렸네.”
이윤의 이름을 들은 임수아가 가만히 숙이고 있던 고개를 치켜 들었다.
“그래~!가지고 온 것이 그것인가?”
“네 대감마님. “
“허허 실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구만. 우선 이쪽으로 와서 내 술잔 한잔 받게나 허허허”
기분이 좋아 보이는 임상협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임수아는 천천히 이윤의 얼굴을 바라 보았고 이윤 역시 그 곱디 고운 얼굴을 자세히 볼수 있었다.
"이..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