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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달팽이 haru Sep 19. 2024

3. 가족몰살사건

2014년 8월 임수아 15살, 가족이 모두 죽었다

 

그 일이 있고 하루 뒤, 수아는 제주도 바다 해안가에서 어느 할머니에게 발견 되었다. 물을 많이 먹은 채 의식을 잃고 할머니가 3일을 간호 해 주었다. 의식을 차리고 깨어나보니 이미 가족은 다 죽었고 3일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다행히 기억을 잃지 않아서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게 되었고 제주도 어느 시골 작은 마을은 경찰들과 각종 매체들의 기자들이 드나들어 한 동안 시끌 벅쩍 했다. 

 

천둥번개가 치고 장대비가 쏟아지는 밤이었다. 밤 9시가 되니 장례식장안으로 사람들이 더 몰려들기 시작했다

 

고 임00 유00 임00’

 

나의 아버지 어머니 언니 까지 우리가족은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몰살 당했다.

너무 울어 이제 목소리도 안 나올 지경이었지만 상주로서 가족들의 사진이 놓여져 있는 그곳에 힘없이 앉아 있어야 했다. 나를 보자마자 눈물을 터뜨리는 이름 모를 아줌마 아저씨들, 위로의 말이라고 건네는 그 말들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아버지 회사의 임원이라는 사람들은 그저 겉치레로 하는 위로를 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면서 뒤로는 나를 내려 깍기 바빴다.

 

“혼자 살아 남은게 신기 할정도야”

“저 어린 것이 회사를 물려받을 수 있겠어?|“

“전문 경영자를 앉혀야지”

“그 사람 밖에 없지 않아?“

 

사람들은 저마다 앉아 소주한잔에 안주 삼아 나를 씹어대고 있었고 나의 안위나 걱정보다는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돌아갈지에 대한 관심만 있을 뿐이었다.

수근수근수근…

쑥덕대는 소리가 듣고 싶지 않았지만 그대로 내 귀에 흘러 들어왔다.

머리 속에는 여전히 가족들의 비명소리와 배가 무너 지는 소리가 맴돌고 있어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 이었다.

 

“괜찮니?”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쳐다 보니 기두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아버지와 함께 회사를 일구어낸 아버지의 동업자인 사람이다.

 

상무이사 자리에 있으면서 아버지를 잘 도와 회사를 아주 크게 성장 시켜 주었다. 만일 차기 회장 자리에 누군가가 앉는 다면 바로 이 사람이 될 것이다.

기두 아저씨의 뒤로는 새침하게 나를 내려다 보는 김민주도 서있었다. 옆으로는 그의 새 엄마도 화려하게 화장을 덕지 덕지 칠한 채 주위를 힐긋거리며 서있었다.

 

기두아저씨는 무슨일인지 한쪽 다리에 기브스를 하고 있었고 목발을 짚은 채 위태롭게 서있었다. 하지만 나를 내려 다 보고는 목발을 옆으로 내려놓고 천천히 나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큰일을 겪었구나 수아야.. 이제 아버지대신 아저씨만 믿으렴”

 

아저씨는 나의 어깨를 두 손으로 꽉 쥐며 안심하라는 듯이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그 속내에 더럽고 어두운 욕망을 감추고 있는지 그때는 몰랐다.

 

“아저씨 .. 저 이제 어떡해요..”

 

간신히 또 참고 있던 눈물이 와르르 쏟아 졌다. 민주가 앞에 서 있어서 창피 하기도 했지만 눈물을 막기엔 한발 늦었다.

 

“어으…청승..”

 

옆에 있던 민주가 아주 작게 쏘는 말을 지껄였다. 예전부터 나를 싫어하던 아이였다. 무슨 억하 심정이 있는 건지 나를 보는 족족 시비를 걸었고 일부러 상처주는 말을 골라서 하였다. 그래도 아주 어릴 적 꼬맹이 시절에는 단짝으로 잘 지냈었다. 

 

12살이 지날 무렵부터 였나. 발렌타인데이때 민주가 좋아하는 선배가 나에게 고백을 했다. 그걸 눈 앞에서 직면 했을 때 확실히 민주의 태도가 돌변했다.

 

‘넌 내 모든 걸 빼앗아 가버려 임수아. 두고봐 언젠가 니 모든 걸 내가 가지는 날이 올 거야’

그날 민주가 나를 밖으로 불러 내더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그렇게 쏘아 댔다.

 

“민주야 입조심 해라”

 

기두가 민주의 말을 놓치지 않고 들었는지 쓰읍하는 소리와 함께 다그 쳤다.

민주의 새 엄마는 그 자리에 서 있는게 불편 했는지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아는 얼굴을 발견하고는 그 자리로 촐랑촐랑 걸어갔다.

한때는 기두의 비서로 일했던 그녀 였지만 기두의 마음에 들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의 엄마자리를 꿰차 들어갔다. 본가로 바로 들어가 살림을 차릴 정도로 꽤 깊숙히 기두의 마음을 사로 잡아버렸다는 소문만 들었다.

 

아저씨가 여러번 내 어깨를 토닥이더니 밖으로 나가 테이블에 앉았다. 사람들이 수군대다가 이내 그의 주위로 몰려 들어 그의 옆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눈치 싸움을 펼쳤다.

 

“이사님, 다리도 지금 불편 하신 것 같은데 여기까지 어째 오셨어요?”

조금 젊어 보이는 남자 임원이 기두의 얼굴 표정을 살피며 술잔에 술을 한잔 따랐다.

 

“와야지 당연한 소릴,, 이 회사의 회장이기 전에 내 친구였던 녀석이야”

 

“아유 그럼요 암요 그렇고 말고요”

 

다른 남자 임원이 또 그의 곁으로 오더니 설레발을 치며 간사한 미소를 지었다.

기두는 사람들에게 입단속을 하라는 듯 손가락으로 입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비서로 보이는 이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 짓을 했다.

 

조용히 일 처리해. 재산상속 건, 임 회장 유서, 수정은 잘했겠지?”

네. 이사 님, 그런데 골든 호텔 임미숙 사장님께서 변호사를 선임하셨다고합니다.”

후..그 년은 조용히 있다가 지 오래비 죽고 나니 날아오르려 하는구만..그래. 방해꾼 하나 정도 있어야 재미가 있지”

어떻게 할까요? 이사님”

우선 수아 재산 건부터 처리하고 이사회의 열어. 임시 회장직 건으로. 그런 다음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수아의 아버지가 총수였던 골든 그룹은 주로 리조트와 놀이공원, 아쿠아리움, 유통업까지 하고 있는 한국에서 3위안에 드는 기업이었다. 글로벌 적인 기업으로 미국,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에 리조트를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김기두가 충분히 욕심 낼 만했다.

 

수아는 벽 뒤에 서서 가만히 그 말을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김기두는 유일하게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어른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체는 그렇지 않았다. 

예상대로 때는 이때다 싶어 골든 그룹을 다 먹으려 하고 있었고 말도 안되게 수아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어쩌면 좋지…’

 

15살. 어리다면 어린 아직 미성숙한 어른이 되지 않은 그 나이에 그녀는 어른들의 더러운 욕망과 욕심 고집, 간사함, 감춰져 있던 페르소나가 우리 가족의 죽음이라는 사건 앞에서 모든 게 드러나는 진기한 풍경을 마주 했다. 하지만 과연 이 위기를 잘 지나갈 수 있을 것 인가에 대한 걱정보다 가족을 죽인 놈. 수아는 반드시  그 놈을 찾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가족들 사진 앞에서 줄줄이 늘어져있는 하얀 국화를 보며 한참을 울다가 국화가 너무 많아져 그 향이 너무 진해진 나머지 어질어질 해져 밖으로 뛰쳐 나갔다. 조금 전만 해도 천둥번개에 비바람이 휘몰아 쳤지만 지금은 안개 한점 없이 까만 밤 하늘이었다.

야속하게도 밝은 보름달이 너무나 예쁘게 밤 하늘에서 빛나고 있었다.

 

”보름달 뜰때 소원을 빌면 이루어 진다던데…“

 

문득 살아 생전 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유치하고 미신이라며 언니를 놀려 댔던 그때가 그리움에 사무쳤다.

 

주르륵.. 또 다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비라도 왔으면 창피하지 않게 이 눈물을 가려 주었겠지만 망할 비는 이제 내리지 않을 모양 이었다.

 

“보름달아. 내가 이런 건 미신이라 생각해서 평소에는 하지 않는 건데 말이지. 오늘은 좀 내 소원 들어 주라. 우리 가족 죽인 범인 꼭 찾게 해줘..제발”

 

건물 뒤로 어두운 그림자가 수아의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 보고 있었다. 그 정체는 실은 상괭이 이윤이었다. 똘망해 보이는 눈망울과 오똑한 콧날, 귀염상하게 생긴 이목구비의 사내 아이 모습이었다.

그는 그가 생명을 나눠 준 소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한 나머지 제주도를 벗어나 따라와 버렸다. 선문대할망과 약속했던 바로 마지막 계약자 였기 때문이었다.

이 소녀가 계약을 잘 이행해 주어야 비로서 이윤은 인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10년…”

 

10년 이었다. 소녀가 자신을 바다에서 건져 준 남자를 찾아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기간 이었다. 하지만 정작 성인이 되고 난 뒤 계약에 대해서 자각을 할테니..25살이 되는 해까지 5년 밖에 없는 거였다.

 

소녀의 생일을 맞기 전에 인연을 맺지 않으면 원래 제 명줄대로 하늘로 갈수 밖에 없다. 원래는 그날 죽었어야 할 소녀를 계약을 맺으면서 이윤이 자신의 생명의 반을 나누어주어 살린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을 성사 시키기 못하면 이윤의 생명도 없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동안 선문대할망의 책망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바다에서 들리는 소녀의 심장 박동소리를 그냥 무시할 수 없었던 이윤이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그런데 가족을 죽인 범인을 찾는다고? 소녀야… 넌 너를 살린 남자를 찾아야 할 운명이라고!!!”

수아가 보름달을 보며 비는 소원을 듣고는 답답한 나머지 생각으로만 한 다는 것이 입 밖으로 튀어 나와버렸다.

그 바람에 그녀가 듣고 고개를 휙 돌려 이 윤이 있는 쪽을 보았다.

 

“누구세요?! 거기 누구 있어요?!”

 

“헙!”

 

이윤은 황급히 몸을 돌려 벽 뒤로 숨었다. 지금 여기서 자신의 정체를 들킬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수아는 인기척이 느껴지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이윤은 아슬아슬 몸을 더 뒤로 숨겼다. 건물로 들어가는 문 안으로 들어갈 까 했지만 이미 수아가 그 앞까지 와버린 상태였다.

 

‘아..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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