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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달팽이 haru Sep 12. 2024

2. 제주도 신 상괭이와 맺은 계약

2014년 8월 여름 제주도 바다


반짝반짝 빛나는 제주도의 바다 여름의 푸른색 그 자체였다.

그 한가운데 호화스러운 요트가 한대 서있었고 그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광활하고 평온하기 그지없는 바다와 하늘, 잔잔한 파도만 존재할 뿐이었다.


그곳에 즐거워 보이는 네 명의 가족이 낚시를 즐기면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아버지와 나 언니 인영은 낚싯대를 잡고 휘청휘청 물고기를 낚는 데에 여념이 없었고 는 엄마와 함께 선상 위의 화려한 테이블에 브런치를 차려 놓고 있었다.

영롱한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과 검붉은 와인, 그리고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청포도 에이드 가 담긴 잔에는 차가운 얼음이 계속 녹아가고 있었다.


꿈쩍도 안하는 낚시대를 쳐다보며 연신 하품을 했다.

놀러나간건 좋지만 벌써 2시간째 물고기는커녕 새우한마리도 못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수아야. 물고기가 미끼만 물고 도망가 버리네”

“엄마, 난 역시 낚시는 소질이 없나봐~”

자상한 엄마의 말에 어리광을 부렸다


“야 임수아 낚시는 말이야 무릇 세월을 낚는다 하였거늘~너무도 성급하구나 에헴~”


“아 뭐야 저 애 늙은이”

정말로 별명이 애 늙은이 였던 나의 언니였다.


엄마는 그런 우리 둘을 보고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 보았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슬퍼 보이기도 했다.

“야 청포도에이드나 마셔”

나는 언니가 건네 준 청포도 에이드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 시원해~”

“수아야 얼음이 다 녹았는걸? “


어머니는 자상한 눈빛으로 수아의 음료 잔에 얼음을 다시 부어주었다.

곁에는 집사로 보이는 아저씨가 한 명 있었고 우리의 수발을 들고 있었지만 내 어머니는 자잘한 일 거리 정도는 본인이 직접 하는 사람이었다. 


이목구비가 뚜렸하니 꽤나 미인 소리를 듣는 어머니였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복제한 것마냥 많이 닮아있었다.


집사 아저씨는 어머니에게 다시 얼음을 갖다 드릴까요? 하고 말을 건넸다.


“ 괜찮아요. 아직은 얼음이 다 녹지 않았으니”

둘은 눈빛으로 무언의 사인을 주고받는 듯이 보였다.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엄마였다. 나는 그런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아 사랑을 베푸는 법 또한 잘 알고 있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재벌 2세, 15살 소녀였다.


그날 나는 멋진 해변이 너무 좋았고 가족과 함께하는 그날이 따듯했고 바다의 푸른빛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여전히 사랑스러웠고 나의 언니는 언제나처럼 그날도 날 웃게 만들었다.’


우리는 8월의 어느 날, 어느 가족들이 보내는 평범한 휴가처럼 조금은 특별한 요트에서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어느 한편으로는 무시무시한 살인 계획이 세워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말이다.

조용한 바다 한가운데 소소하게 웃는 웃음소리가 가득한 요트였지만 그 아래

바다 물속으로 조용히 검은 그림자가 내비치고 있었다.


“메롱!! 내가 물고기 다 잡을 거다~~ 임수아 메롱~~”


“악! 언니!! 진짜!!”


한가로이 브런치를 먹고 있던 내게 짓궂은 장난을 거는 언니 인영이었다.


“언니 에이드 줄까?”

“응 이제 더워졌어~”

인영은 낚싯대를 엄마에게 넘겨주었고 에이드를 건네준 내 옆으로 와 앉았다.

“좋다.”

“언니, 나는 매일이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어”

“공부 안 하고 밖에 나와 노니까 너무 좋지?”

“어떻게 알았대? 언니는 진짜 내 속마음을 다 꿰뚫어 보는구먼~”

“눈만 봐도 알 수 있지”


 나는 평소에도 두살차이 언니 인영과 마음이 잘 맞았다

그날도 역시 우리 둘의 웃음소리가 배위를 가득 메웠다. .


“있지~ 제주도에는 수많은 전설이 있는데 말이야”

“전설?”

“응 전설~ 들어볼래?”

“좋아! “


책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좋아하는 언니는 그날도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제주도에는 많은 신비한 힘을 가진 신적인 존재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단연 제일가는 신은 제주도의 선문대할머니이라고 해. 육지의 모래와 물을 가져와서 제주도를 만든 신이야.

제주도 육지며 바다에 사는 모든 미물들의 신이었고 그것들을 제주도에 살게 해 주면서 하는 말이 "여기가 너희의 고향이다"라고 했데”

나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물었다.

평소같으면 잘 듣지 않았을 법한 설화 같은 이야기였지만 제주도 바다에 있었던 만큼 그 날은 그 이야기를 매우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우와 할머니가 제주도를 만든 거라고? 그 돌하르방 같은 그런?”

“맞아. 돌하르방은 선문 대할망이 제주도를 지키라고 만든 문지기 같은 거야”

“그래서?”

“그 중에 유독 영민한 상괭이가 있었는데 그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고 결국 선문 대할망은 자신의 심부름을 잘 해온 상괭이를 반신반인으로 만들어겠노라 약속했데.

그래서 상괭이는 일년 중 딱 네달만 인간이 될 수 있었고 자정을 넘기면 다시 상괭이로 돌아가야만 했다는 거야”


“네달만? 아쉽겠는데?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변신하면서 살아야 되는 거야?”


“당연히 그 상괭이는 그거에 만족하지 못했데. 상괭이는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 또다시 선문 대할망과 약속을 하였는데..

바다에서 죽어가는 인간을 가엾이 여긴 할망은 결국 상괭이에게 임무를 하나 주었데.

그것은 바로, 제주도 바다에 빠져 죽을 뻔 한 사람을 사람으로 하여금 다시 살려주고 그 두 사람이 인연을 맺게 돕는 것.”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한다고?”

“응~ 맞아. 그게 그 상괭이가 영원히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 이었데.”

“에이~~ 결국 기브 앤 테이크 잖아.선문대할망도 너무 했다. 그게 소원이면 좀 들어주지 꼭 뭘 해 줘야 되는 거야? 근데 그 상괭이는 왜 사람이 되고 싶은 거야?”

“흠.. 글쎄?”

“그래서 그 약속 지켰데? 그 바다에서 구한 사람이랑 사랑에 빠지게 하는 거?”

“흠… 아마도?”

“에이 뭐야~ 결말은 언니도 모르는 거야?”

“사실은.. 결말은 아직 못 읽었어”

“에이~~~ 그럼 나중에 읽고 또 이야기 들려줘. 궁금하다. 상괭이가 사람이 되었는지.”

그녀들의 엄마가 둘을 보며 자상하면서도 의미 심장한 미소를 내비치었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바다아래로 첨벙하고 다이빙을 했다.


“수아야 조심해 너무 멀리 가지 말아!”

언니 인영이 소리쳤다.


그날따라 기분이 너무 좋았던 나머지 연신 물을 첨벙 대며 내 수영실력을 뽐내 보였다.


“괜찮아~~ 언니 내 물고기 남겨놔!”


“하하하 니 물고기가 어디 있어! 그리고 낚시를 배워야 제대로 낚아채지!”


나와 내 가족들은 즐거운 듯 깔깔거리며 서로를 향해 웃고 있었다.

바다 빛만큼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물살을 침대처럼 그렇게 누워 그 한가로움을 만끽했다.


그렇게 우리가 바다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정체 모를 검은 그림자가 요트 바닥면에 폭탄을 설치를 마쳤고 잠시 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못 한 채로 가족들은 행복하기 만 했다.


우르릉 쾅!!!!


번쩍 하는 번개가 비췄다.

“여보~ 날이 이상해요. 태풍이 오려나 봐요”

“그러게 갑자기 먹구름이 이렇게. 번개가 더 치기 전에 배를 돌려야겠어”


상황을 지켜보던 인영이 서둘러 나를 불렀다.

“수아야~~ 올라와야 할 것 같아~~”


어느새 요트와 멀지 감지 떨어져 있었고 그 때문에 인영의 목소리가 잘 들리 지 않았다.


“뭐라고~~~?”

“어서 육지로 다시 가야 할 것 같아~~ 올라와”

인영은 또다시 목청 껏 나를 불렀다.


그때였다.


쾅!!!!!!!!! 쿠아아앙!!!

쾅!!! 

그 소리가 두어번 더 울려 펴졌다.

머릿속에 날카롭게 뚫는 듯한 소리. 큰 파도가 몰려오는 저 너머에 가족들이 타고 있었던 요트는 힘없이 뒤집어져 버렸다.


나는 그 장면을 바로 눈 앞에서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 아빠! 언니!!  다급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파도는 그녀의 목소리를 무시하듯 삼켜버렸다.

검고 붉은 연기가 배를 집어 삼켰고 뜨거운 불길이 근처에도 가지 못할 정도였다.


내 시야에서 가족들은 모두 사라졌고 물살은 점점 거세졌으며 나는 그대로 바닷속으로 순식간에 휩쓸려 들어갔다. 내 심장은  점점 더 아프게 조여왔다.


그 시각,

해안가에서 한 소년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고 소년은 냅다 바다로 뛰어들었다.


점점 더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가는 수아의 귀에 신비하고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군가의 말소리 같았다.


“내 목소리 들려?”


‘나를 구해주려는 사람인가? 아님 저승사자인가?’


휘잉~ 하는 소리는 사람 목소리는 아니었다.


“나는 이 바다에서 수많은 영혼을 다시 살게 해 준 몸이야”


나는 직접적으로 들리는 목소리에 눈이 천천히 떠졌다.

‘돌..고..래?!’

 희미하게 보이는 실루엣이 바로 그래 보였다.


“나는 상괭이야 .너의 생명은 계속 이어질 거야. 그런데…10년 안에 너의 목숨을 구해준 자를 찾아야 해. 그리고 그 사람의 사랑을 얻어야 해. 그게 너와 나의 계약 조건이야.”


‘계약?’


“그래. 너에게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질 거야. 절대 깨지지 않는 마법의 주문에 걸린다고 생각해.”


“마법?”


“그래 마법”


‘뭔…헛..소리야…’


그녀의 눈앞에는 상괭이가 신비한 몸짓을 하며 헤엄치며 말을 하고있었다.아니 머릿속으로 말소리 같은게 울렸다.

아닌가 사람인가? 분명 돌고래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근엄해보이는 한복을 입은 남자가 보이기도 했다.

순식간의 시간,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를 새 정말 죽으려고 헛것이 보이나 싶었다. 

나는 점점 의식이 희미 해져 갔고 이제 이대로 자신도 죽는구나 생각했다.


“명심해! 반드시 그 사람을 찾아!”

쩌렁하고 머릿속에서 울리는 그 말에 눈에 번쩍 떠졌다.


그때 수면아래로 첨벙 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 무언가가 팔을 잡아당겨 올렸다.


‘헙!’


희미해진 시야 사이로 언뜻 보이는 소년이 자신의 팔을 잡고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 그 소년의 뒤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소년의 목을 졸랐다.

내 몸은 혼자 그대로 바다 위로 다시 떠올랐다.

소년은 바다 속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안돼..!’


(에필로그- 전생이야기)


조선 초기 영중

 

백일홍이 피는 여름 한 때, 백일동안 만 피는 그 꽃은 귀하디 귀해서 그 꽃이 필 때 쯤 이면 형판 입상협이 사는 그 마을,남원에 사람들이 몰려 오곤 한다. 

그 마을은 예로부터 백일홍 나무가 많은 곳으로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이윤과 임수아는 꽃 봉우리가 한참 필려고 할 때쯤 나무가 그 득한 곳을 거닐었다.

 

“아씨. 백일홍을 백일 만 볼수 있는 것이 혹 안타 깝지 않으십니까?”

 

“왜요?”

 

“이렇게 예쁜데 볼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더 가치가 있는 것이지요. 도련님도 상괭이가 가치가 있다 여겨 잡아 들이시는 것이 아닙니까?”

 

“아..그건..”

 

“괜찮습니다. 사람이 먹고 살고자 하는 일인데 천하다 나쁘다 여기지 않습니다.”

 

이윤은 머쓱했다. 곱디 고운 처자 였지만 한번씩 일침을 가할 때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백일홍 꽃이 져야 도련님께서 다시 뭍으로 돌아오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안타깝다 여기지 못하고 그 날 만을 기다립니다.”

 

순간 말문이 막힌 이윤 이었다.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 보니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수아..아씨…”

 

"백일홍은 백일만 피어 있지만 매년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지요. 도련님도..딱 백일만 상괭이 잡이 에서 뭍으로 돌아오면 제 앞에서 다시 이윤으로 돌아 오지 않습니까? 저는..그게 너무 다행이면서..너무나 좋습니다"

 

"지금 좋다고 말한 거지요...? 수아 아씨"

 

임수아가 피식 웃으며 이윤을 바라 보았다.

 

"그저 오라버니께서 저를..수아야 라고 불러 줄때가 더 좋습니다. 전.."

 

".....수아야."

 

두 사람은 손을 꼭 마주 잡았다. 이윤의 손길은 너무나도 따듯해 임수아는 이 손을 도저히 놓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부디…무사히 다녀 오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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