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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욕을 배워왔다.

by 느림보 달팽이 haru Mar 12. 2025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생기는데 그 별의 별일은 아이의 나이대별로 다른 것 같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닐 적이었다. 하원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갔는데 아이 눈 아래 반창고가 붙여져 있는 것이었다.


선생이 나와서 하는 말이 매트리스를 치우려고 들었는데 아이가 갑자기 달려와서는 눈아래를 손톱으로 내리쳐졌다는 것이다.

지금 들어도 황당무계하기 그지없는 이 변명을 그때는 어이없었지만 참고 넘어가야 했다.


아이 등짝에 연필로 내리꽃은 상처가 난 날에 cctv를 보여주라고 원장에게 따졌지만 끝내 보지 못하고 넘어가야 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 어린이집은 선생의 아동학대로 이슈가 되었고 그 선생은 일을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그 당시 정말 순진하고 멍청한 엄마였다.

아이를 그런 곳에다 맡겼다니 분해서 몇 날 며칠을 울분을 삮였다.


그런데 아이가 크고 나서 유치원을 갔다. 아이가 말도 잘하고 자아가 형성 될 때쯤에 나는 유치원 선생의 만행을 아이입으로 듣게 됐다.

그리고 어떻게 했을까, 나는 원장에게 바로 따져 물었고 가차 없이 퇴소했다.


이상하게 이상한 유치원만 선생만 만나는 것인지, 퇴소하고 다른 유치원을 갔는데 그곳에서는 아예 아동폭력으로 아이담임이 고소를 당했다.

다닌 지 3달도 안돼서 일어난 일이었다.


유치원에 넌더리가 날 때쯤 코로나가 시작되었고 나는 아예 유치원을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7살 때 다시 다른 곳으로 다녔고 졸업 전에 다쳐서 제대로 졸업식을 못했지만 학교를 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초등2학년이 되었다.

아이는 또래보다 좀 순수한 편이다. 좋게 말하면 아직 순수하고 좀 다르게 말하면 어리다. 

담임선생은 어리숙하다고 표현을 하더라.

아이가 체격도 크고 키도크다. 그래서 또래친구들이 보기에 형 같고 오빠 같을 거라 생각했는지 그렇게 대하다가 아이가 생각보다 표현도 서툴고 어린 동생이 느낌이 들었는지 점점 놀리는 친구도 있는 것 같았다.

그 작은 9살 아이들의 세상에 '강약약강'이 있을 줄이야.. 어른의 세상 축소판이다. 


초등 2학년이면 여자아이들은 특히 남아들보다 성숙하고 야무진 구석도 있다.

그에 비해 우리 아이는 좀 어리숙할 수 있다. 그 흔한 숫자 욕도 안 쓰는 아이다. 

엄마가 한 번씩 욱해서 쓰기 때문에(아이들이 듣지 않게 하려고 하지만) 그게 욕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말이 나쁜 말인지 아들은 분명히 알고 있고 쓰면 안 된다고 인식하고 있으므로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런 아이가 학교에서 놀림을 받고,  짝꿍이 가운뎃손가락을 올리며 욕이라고 알려줬다는 것이다.

이거 욕이니까 해봐 하면서 아들의 가운데 손가락을 기어코 올렸다는 것.


어안이 벙벙했다. 9살 아이가 그런 말을 했다니. 내가 너무 순진한가. 요새 아이들을 너무 모르는 건가?

선생에게 말했지만 그 아이는 형이 있어서 그런 걸 알고 있다고 대수 롭지 않게 말했다.(하지만 훈육은 하겠다며)

속으로 쌍욕이 나왔지만 참고 나는 아이에게 차분히 말했다. 놀림받았을 때 어찌해야 하는지 그런 것은 아주 나쁜 욕이기 때문에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약 이십여분 간 짧은 대화를 마치고 아이를 재웠다, 토닥토닥, 이제 겨우 9살인데 학교라는 사회에서 정말 다양한 감정을 겪고 있구나. 우리 아이는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건가..

오만 가지 걱정과 생각으로 잠드려 누워있어도 머릿속은 복잡했다.


내가 학교 다닐 땐 어땠지.? 문득 떠올려봤다,

초등학교 다닐 시절 난 또래보다 키도 크고 심지어 뚱뚱했다. 안경까지 쓰고 있어 그 시절 못난이 였다.

아이들에게 놀림도 많이 받았고 특히 남자아이들이 심했다. 하지만 나는 태권도를 오랫동안 배웠었고 남자아이들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놀려댈 때면 오히려 발차기로 내가 때려줘 버렸다.

훗, 생각해 보니 내가 더 깡패였네 ,, ㅎㅎ


추억에 젖는 것도 잠시. 내 아들의 앞으로의 학교생활이 걱정이 돼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이에게 “너도 화를 내”라고 말해야 할까.

“공격당하면 너도 공격해 버려. 그게 말로든 죽빵이든 뭐든"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가 적극적으로 '화남'에 대한 의사표시를 하게 하기 위해서 어떤 걸 알려줘야 적당할까.

우선은 담임선생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당연하고 선생이 어떤 설루션을 낼지를 두고 봐야겠지만

나는 내 아이의 태도를, 대항하는 법을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 밤새 고민해야 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선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이라고 굳이 호칭하지 않는 이유는 이미 '선생'이라는 단어가 높임말 이므로 님은 생략한다.


길고 긴 장문을 보내고 아침에 아이를 등교시켰다.

과연 선생님의 설루션은?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려 하지 않아요 특히 감정이 한번 상하게 된 아이들하고는요. 두루두루 잘 지내면 좋겠어서 적극적인 아이들과 붙여놨는데 사이가 더 안 좋아졌나 보네요."

선생은 우리 아이가 친구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적극적이고 소란스러운 아이들 옆에 붙여놓으니 조용하고 소극적인 우리 아이와 성향이 부딪힐 수밖에...

그런데 그걸 부딪혀 이겨내고 적극적이고 소란스러운 아이가 되라고 아이에게 말해 주라고 한다.

물론 소란스러운 이란 단어는 쓰지 않았지만. 


고유의 성향을 버리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놀림을 받지 않고 잘 지내려면 니 태도를 먼저 바꿔라라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게 맞을까?


선생말로는 이대로 라면 고학년이 돼서도 아이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성격을 바꾸라는 것.


고유의 성격을 바꾸는 게 어른도 힘든데. 아이를 바꿀 수 있는 것인가.

새벽부터 아침 내내 고심에 빠졌다.


아이의 태도와 성격을 바꿔라..


원래는 그런 성향이 아닌데 사회에 어울리기 위해 태도와 성격에 그것에 맞추라니

어른이 돼서 직장을 다니든 사회활동을 하면 누구나 가면을 쓰고 가식을 부리고 그에 맞게 살아야 할 텐데.


초등2학년인데도 그것을 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럼 지금부터라도 가식 떠는 법을 알려줘야 하나.

걱정을 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물론 아이들은 커가면서 성격이 변할 수도 있고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성향은 어른이 돼서도 바꿀 수 없지 않은가?


사소한 문제인데 나는 너무 깊게 생각하는 것일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답을 찾지 못해서 어지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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