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한줌) 김밥을 말다가 문득

그리워서 엄마 김밥이

by 작가이유리



미치도록 지겹고 그리운 나의 소울 푸드 김밥



어느덧 봄이 오고 따듯한 바람이 불어오니 아들 유치원에서 견학을 가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엄마는 전날부터 도시락 준비에 여념이 없다.

아이가 좋아하는 걸로 만들어야 되지만 유치원에서 허락하지 않는 햄 종류나, 과자는 넣지 말아야 하니

취향과 규칙 사이에서 엄마는 또 고심에 빠지게 된다.


어떤 걸 만들어야 할까.

우선은 김밥은 아주 기본이다. 우리 둘째는 다행히도 음식을 가리지 않는 편이라 김밥도 잘 먹고

유부초밥도 잘 먹었는다. 입이 짧아 역시 내 아들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아침 7시..

아침부터 마음이 조급해진다. 김밥에, 유부초밥에, 식빵에 초코라도 살짝 발라서 넣어줘야지

먹기 좋게 과일은 블루베리로.

도시락에 약과 하나 넣었다고 둘찌가 잔소리를 해댄다. 과자와 주스는 절대 가지고 오지 말라는 선생님의 규칙을 깨트리면 안 된다고 말이다.

원리 원칙을 벌써 그리 따져서야...



절대 안 돼! 약과도 과자 맞지? 주스도 넣지 마. 물 가져오라고 했어.

아니야~ 약과 하나정돈 괜찮아. 초콜릿과자 같은 거 말하는 걸 거야~

아니야. 아니야.


단호하기 그지없는 둘찌의성화에 넣었던 약과를 다시 꺼내놓았다.

예쁘게 데코까지 했는데 이게 뭐람...

그냥 내 고집대로 하나만 넣자. 도시락 뭐 싸왔나 설마 감시라도 하겠어?

어쩌면 이기적일 지도 모르는 엄마의 마음이지만 아이가 하나라도 더 좋아하는 거 먹었으면 하는 마음을

소심하게 담아본다.


대신 주스는 넣지 않을게.

약과 하나만 넣었어 아들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니면서 온갖 견학을 다니게 되니 도시락 싸는 것이 일상이다. 코로나로 한동안 가지 않던 견학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는 것 같다.

김밥은 소풍, 견학 때도 만들지만 나는 평소에도 김밥을 자주 싼다.



하지만 어렸을 적에는 그렇게 지겹던 김밥이었다. 우리 엄마는 정말 시도 때도 없이 김밥을 말아 주셨고 아침, 저녁으로 김밥이 상에 올라올 때면

" 아! 또 김밥이야 지겨워~" 하면서 엄마에게 온갖 신경질을 부렸던 딸이었다.

맞벌이였던 엄마는 사실 마트에서 장을 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셨다. 그래서 늦은 저녁으로 자주 김밥을 싸주셨는데 나는 그게 너무 지겨웠다.


어느 날은 김밥 한 접시가 올려져 있는 식탁을 보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 또 김밥.....'

나는 김밥을 저리 치워 버리고 흰밥에 물을 말아먹었다.

못돼 먹은 딸이었다. 차라리 지겨운 김밥보다 흰밥에 물을 말아먹는 게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내가 지금 김밥을 말아 보니 손이 너무 많이 가는 것이 김밥이다.

하지만 이것만큼 편하고 영양가 있는 게 없다.


시간이야 조금 걸릴지도 모른다. 그냥 애들한테 계란에 밥 비벼 주는 게 더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찬을 골고루 먹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야채 조금 넣고 좋아하는 참치나 햄을 넣은

김밥이 몸에도 더 좋으리라. 먹기도 편하고 말이다.


김밥을 말고 있는 엄마의 정성스러운 마음과 손길, 사랑과온기가 담겨 있기도 하고..

아마도 우리 엄마는 여러가지반찬 만드는 시간이 없었지만 이 정성스런 김밥을 말아 사랑을 주고 싶으셨지 않았을까.


첫째를 배속에 가졌을 땐 엄마 김밥이 그렇게 먹고 싶었다.

그래서 김밥을 거의 매일 사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첫째가 밥을 좋아하나..ㅎㅎ


이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김밥.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 먹고 싶은 거 있어? 라고 누가 묻는 다면


"김밥!!"


아 미치도록 지겨웠던 김밥. 지금은 사무치도록 그립다. 이제는 먹지 못하는 엄마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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