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남이 들어왔다

5.불청객이 따로 없네

by 작가이유리




바다, 그리고 주황빛 노을, 맛있는 저녁식사, 그와의 짧은 대화

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근사한 오후였다.


"저기 있잖아..." 친구가 쓱 다가왔다.


"J가 내일모레쯤 온다던데, 너 뭐 들은 거 없어?"


'J? 라면.... '


같은 부서의 막내 J라는 아이는 평소 그다지 친하지는 않았지만

항상 애살맞은 태도를 보이면서도 친한 척을 무지 하게 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성격이 이상한 건 아니고 일도 썩 잘해서 부서 내에서도 평판이 그리 나쁘진 않다.


"J 가 갑자기 왜? 난 들은 거 없는데?"


"아니~ 나 별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보고 어디냐고... 얘기해 줬더니 글쎄 이것 봐"


친구가 보여준 것은 J가 보낸 메시지였다.


'저도 갑니다요~ 딱 기다리세요!'라는 문장과 함께 비행기 예약 번호...


흠칫 놀라며 동그란 눈으로 친구를 보았다.


"이렇게 갑자기?! 그니까.. 여길 온다는 거야?!"


친구가 한숨 섞인 말투로 말한다.


"아 글쎄 얘가 좀 충동 적인 면이 있잖아? 안 그래도 휴가 내내 뭐 할지 모르겠다고..

아무 계획 없다고 하더라고"


" 아니 그렇다 해도 어떻게 이래? 어이가 없다~~"


"그러니까 나도 그래 어이없음 ~근데 온다니까 어떡해? 일단 여기 숙소 방은 있다고 하니까"


"와~ 진짜 서프라이즈 하다~"


나는 J의 갑작스러운 방문 소식에 왠지 모를 찝찝함이 밀려왔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나는 아침부터 눈이 번쩍 떠졌다.


"와~~~ 대박~~ 리조트 진짜 멋지다~~! 난 이렇게 좋을 줄 몰랐네~!!"


아직 세수도 하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낯익은 목소리에 흠칫 놀라 대충 눈을 비비고

창문을 열었다.


"꺄~!!!! 선배선배~~~!!! 언뉘~~~~ 나 왔어요~!!!"


요란스럽고 소란스러운 J의 등장에 한숨부터 나와버렸다.


"아... 너 새벽 비행기였지... 안 피곤 해?"


"뭘 피곤해요~~~ 이렇게 경치가 좋은데~!~ 장난 아닌데~~"


J의 뒤로 그 가 서있었다. 뻘쭘하게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을 한참 쳐다보다

창문 옆 거울에 비췬 나를 보고 기겁을 했다.


'악!! 나 세수도 안 했는데?! 하필 왜 같이 있어!'


이불을 휙 뒤집어쓰고 나는 J에게 소리쳤다


"야~~ 너 얼른 짐 풀고~~ 나... 나중에 보자~~ "


"응~? 알았어요~~ 선배~~! 나 한국에서 뭐 가져왔는가 보여줄게!! 좀따 봐요~~"


'끙......

그가 엉망인 내 얼굴을 보지 않았기를...'




"야야~~ 뭔 짐이 이리 많아?"


친구는 J의 캐리에서 끝도 없이 나오는 짐을 보고 탄식을 했다.


"뭐가 많아요~~ 5일이나 있을 건데 이 정도면 적지~ 여기서 옷도 좀 사야 돼요~ 원피스 같은 거?"


"야야~ 여기 필리핀에 뭐 살만 한 거 없어~~ 게다가 여기 깡시골이야~"


"에이~~ 오다 보니까 쇼핑몰도 있던데?"


"하~~ 근데 넌 진짜 대책 없다. 어쩜 이렇게 갑자기 오냐?"


"원래~~ 여행은~~ 급하게 급발진할수록~ 재미가 있지요~^^"


소란스러운 옆방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너 며칠 있다 갈 거야?"


J에게 물었다.


"저요? 저.. 언니들이랑 같을걸?"


"엥? 그렇게 오래 있다고? 아.. 아니 너 뭐 라이센스 따려고?"


"왜요~? 그럼 되지~~ 있는 동안 푹 쉬다가 ~~ 자격증도 따고~~ 좋지 뭐~~ 안 그래요?^^"


하이 텐션인 J와 말을 섞다 보니 벌써 피곤해졌다.


똑똑똑....


그가 J의 방에 노크를 두드렸다.


'아니... 창문도 열려있는데 여기서 말하지...'


나는 그와 눈이 잠시 마주쳤지만 이내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악.... 나 저 사람 의식하고 있는 거지? 맞지?'


"들어오세요!! come in~"


"아.. 안녕하세요^^ 짐은 다 푸셨어요? 아침식사 준비됐으니까 식당으로 오심되세요~

아~ 두 분 것도 준비됐어요~ 같이 오세요~"


J가 환하게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와우~! 나 배고팠거든요~~ 금방 갈게요~~!"


그는 할 말만 하고 이내 바로 돌아갔다.


왠지 눈을 마주쳐 주지 않는 그에게 조금 섭섭해지는 느낌이었다.


"와우~~ 언니언니~ 근데 저분 그 여기 직원? 강사님인가? 대박 몸 완전 좋자나~!~!"


그에 대해 말하는 소리에 갑자기 내귀가 쫑긋 해졌다.


친구는 내 눈치를 살짝 보더니 이내 말했다.


"야~ 저분... 저.... 그 여자 친구 있어~~ 넘보지 마~~"


"진짜?!"

"진짜~!?"


나와 J가 동시에 놀라며 물었다.


"읭? 뭐야 둘이 동시에?? "


나도 J도 놀라서 서로를 쳐다봤다.


"아~ 뭐~ 여자 친구 있음 어때~ 내가 뭐 들이댈 줄 알고? (웃음)"


J가 요망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왜 그 말이 내게는 거짓으로 들리는 것일까?


그나저나 그에게 여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은 친구에게서 처음 들었다.

왠지 모를 아쉬움과 속상함이 공존하는 기분에 입맛이 뚝 떨어졌다.

게다가 새벽부터 소란스러운 J의 등장에 온 몸의 기가 빨리는 기분이었다.


"너희들 아침 먹어~ 난 좀 더 잘래.. 오늘 일정 오후랬지?"


친구는 당황하며 내 얼굴을 빤히 봤다. 뭔가 말실수를 했구나,, 하는 표정이다.


"어? 아... 어어 오후라고 했으니까...근데 아침 안 먹게?"


"어... 그냥.. 좀 속이 안 좋네“

J는 그런내가 아침을 먹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듯 룰루 랄라 거리며 드레스 업을 위해 옷을 고르고 있었다.





똑똑똑....


얼마가 지났을까.. 창문이 반쯤 열려있고 그 사이로 따가운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무더운 더위였지만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몇 시간을 잠들어있었다.


똑똑똑....


다시 한번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 누구세요?"


목소리는 갈라지고 나는 이내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걸 느꼈다.


'아.. 몸이 왜 이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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