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한줌) 어기적 어기적 병원을 나오면서

그저 살아 있음이 감사하다.

by 작가이유리

하루를 마무리할 때 내가 항상 하는 것이 있다.


오늘 하루 감사한 일 쓰기, 갓생 살기로 마음먹으면서 하기 시작한 게 감사 일기를 매일 쓰는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도 먼저 감사하기를 한다.

건강한 마음과 몸으로 눈을 뜨게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내가 감사하다고 말하는 상대는 하느님도 부처님도 아니다.

나는 딱히 종교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기도를 하지만 그게 어떤 신에게 하는 행동은 아니다.

때론 정말 절망 적일 때 "신이시여"라고 마음에서 찾기도 하지만.


내가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은 꼭 상대가 있어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내 가족에게 하는 감사함이다.


오늘 하루를 보내고 내가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적어 내려간다.


'아이가 학교를 잘 다녀와서 감사합니다. 혼자서도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잘 건너서 감사합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별일 없이 잘 다녀와서 감사합니다.

'아이가 반찬투정을 하지 않고 잘 먹어줘서 감사합니다'

'남편이 직장에서 스트레스 없이 잘 다녀와서 감사합니다. 웃는 얼굴로 귀가를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감사 일기를 쓰고 나서부터는 세상에 감사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게 느껴졌다.


엊그제는 가구배치를 새로 하느라 오랜만에 힘을 좀 썼다.

막상 할 때는 몰랐는데 아침에 일어나려고 하니 허리가 너무 아픈 것이다.

나이는 무시 못하겠네... 하면서 내 나이를 탓하다가 도저히 못 참겠어서 병원을 찾았다.

도통 허리를 펼 수가 없어서 허리에 주사도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허리가 아프니 청소며 집안일은 물론이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조차 버거웠다.

출산을 하고 나서 허리디스크가 생겨 그다지 치료를 잘하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다가 사달이 난 것이다.


며칠간 물리치료와 약을 먹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어기적 어기적 병원을 걸어 나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허리를 꽃 꽃하게 세우고 걷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지만 우리는 평소에 그 감사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산다.


우리 몸은 정말 비싼 몸인데 말이다. 눈알하나에 1억 심장 이식은 5억 신장은 6천, 팔다리가 없어 의료용 기구를 쓴다면 몇 역씩 한다고 하니..


이 멀쩡한 두 다리와 몸이 있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가


나는 일찌감찌 엄마를 하늘나라에 보내드렸다. 엄마는 많은 스트레스로 인해 혈액암이 생겼고 길지도 짧지도 않은 1년간의 암투병 끝에 온몸에 암이 퍼져 중환자실에 계시다 얼마 안 돼돌아가셨다.

내 첫째 아들의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말이다. 아마 두어 번봤을까.


마지막 엄마의 모습은 산소 호흡기를 하고 힘겹게 겨우 숨을 연명 하고 있었다.

눈도 뜨지 못하고 오직 소리만 듣고 있었을 것이다.

사람이 죽기 전까지도 살아있는 오감 중 하나가 바로 청각이라고 하니.

마지막 가시기 전 엄마는 소리만으로 가족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 엄마는 무엇이 제일 간절했을까?


가족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손주의 귀여운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지 않았을까.

겨우 눈 한번 뜨는 것인데.....

그것 조차 못하고 이내 떠나셨다.


건강한 두 눈으로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고

내 아이의 웃는 소리를 듣고

건강한 내 팔로 가족을 끌어안고

두 다리로 가족을 만나러 갈 수 있다는 것


그저 살아 있음에 감사하다는 것 숨을 쉬고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쓸 수 있는 두 손이 있다는 것

모든 것이 그저 감사하다.


사랑하는 가족 곁에 내가 있다는 것이 어찌나 감사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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