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35
엄마~ 이 운동화 너무 작아서 안 들어가
초등2학년 아들이 등교하기 전 아침에 급하게 엄마를 불렀다.
아들의 눈앞에 어느새 작아져서 발이 잘 안 들어가는 운동화가 놓여 있었다.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아니 정확히 4개월 되었나.
분명히 그때는 잘 신고 다녔는데 하루아침에 작아졌을 리가..
이상하다 어제도 신었잖아. 어제는 발 괜찮았어?
아니.. 사실은 어제도 발이 아팠어. 저번 저번에도 발이 아팠어
아니 근데 왜 발이 아픈데 어제는 신었던 거야?
아들은 발이 좀 아팠지만 그냥 신었다고 한다.
아들들은 그런다. 엄마는 발이 아픈데도 그 작은 운동화를 신었을 아들을 생각하면 짠하고 그런데..
아들은 대수롭지 않다.
그럼 운동화를 새로 사야겠다.
사실 운동화가 여러 켤레 있었지만 아들은 본인이 편한 신발을 신는다.
발이 편해야 마음도 편하고 몸도 편하니 그건 당연하다.
그래서 직접 신어보고 사야 하는데 나는 항상 온라인 주문을 선호한다.
더 어렸을 때는 이것도 먹혔다.
대강 사이즈만 맞으면 아이가 잘 신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가 커가고 본인이 '편하다'라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 시작하면서는 옷도 신발도 아들의 생각이 더 담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는 나의 생각을 바꿔야 했다. 이제 신발은 신겨보고 사야겠다.
온라인 주문으로 나의 노동을 조금 덜하고자 했던 나의 가짢은 이기심을 버리기로..
당장 아빠에게 오더를 내렸다.
여보 아들 데리고 가서 운동화 좀 사 오자
아들을 데리고 운동화 마트를 가서 천천히 구경했다.
네가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봐
아이는 신이 났다. 이것저것 보고 "이게 이뻐~"라고 하는 건 다 사이즈가 작은 키즈용 운동화였다.
직원이 말하길 " 아들 발볼이 넓고 크네요. 여성용 운동화에서 찾으시면 될 것 같아요 이제 키즈는 못 신겠네요"
아들 넌 이제 어린이용 운동화에서 고르면 안 될 것 같아
아니나 다를까 이제는 성인용에서 골라야 했다. 그래서 여성용 운동화를 한참 보고 아들에게 어울릴만한 것을 골랐다.
다행히도 아들 맘에 쏙 드는 운동화를 고르고 신었더니 어린이가 아닌 청소년 같았다.
또래보다 키도 커서 9살이 아닌 12살 정도로 본다.
아직 하는 행동도 마음도 마냥 어린이인데 언제 이렇게 컸는지.
아이의 아기 때 사진을 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그때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지만 그때의 아이는 이제 없어져 가는구나.
커가는 발처럼 키도 커지고 머리도 커지고 손도 커지고 다 커져가면서 우리 아이는 어른이 돼 가겠구나.
그 작고 소중했던 발이 어느새 엄마 발보다 커져간다.
기특한 마음과 씁쓸한 마음과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공존했던 그 어느 날.
아들이 말했다.
엄마 내 소원은 엄마가 아프지 않고 더 이뻐지고 늙지 않는 거야~
응 그래, 엄마는 운동도 열심히 하고 미모도 가꾸어야겠구나.
늙지 않도록 해볼게
근데 너는 조금만 천천히 어른이 되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