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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u Nov 13. 2019

동물등록 - 몸속에 새겨진 약속의 흔적


“선생님, 동물등록 하셨어요?”     



처음으로 ‘단속’을 나갔던 날이다.     

 

평일 오후.     


한가로운 공원에서 목줄을 풀어놓고

개를 산책시키던 그는 내 질문에 얼굴을 찌푸렸다.

    


“뭐? 그게 뭐야?”     



다짜고짜 반말을 던지며 온몸으로 불쾌감을 표시한 그에게 나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서 말했다.


     

“동물등록 하셨는지 확인하러 단속 나왔어요.!”     



그는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오늘 공원 처음 나왔는데 왜 이래, 재수 없게?”     



무슨 소리.


나는 그에게 꼬박꼬박 선생님이라고 존대하는데

그는 내게 꼬박꼬박 막말을 하고 있지 않나.

재수가 없는 건 내 쪽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아주 친절하게

굳이 이 시간에 공원에 와서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당신과 말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었.



동물등록 계도기간이 끝나서요. 안 하셨으면 과태료 내셔야 요.  같이 산책 나온 개가 지금 목줄도 안 하있네요. 이거 동물보호법 13조 위반이에요."


      

그러자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의 주위를 맴돌던

하얀 말티즈에게 목줄을 채웠다.     

 


염병, 시청 공무원이 경찰이야? 일하는 태도가 왜 그래?”     



그는 나의 말투와 태도를 문제 삼으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몇 백 미터를 쫓아가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한없이 무력해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그가 유별난 경우는 아니었다.

단속을 나가면 비일비재하게 있는 일이었으니까.


나에게는 삿대질을 하며 죽일 듯이 달려들던 사람

경찰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는 건 기본이었다.


지금 기분이 별로다.’단속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었고

‘나라에서 해 준 게 뭐가 있다고 단속을 하냐.’고 따져 묻는 사람도 있었다.


‘왜 나한테만 그러냐’고 억울해하는 사람도 있었고


한눈에 봐도 비싼 브랜드의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동물 등록할  없다.’고 어깃장을 놓는 이들도 있었다.




동물등록 단속의 현장 1





동물등록 단속의 현장 2




반면, 동물등록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한 시민들은

나와 내 동료들이 다가가서


‘동물등록?이라는 말만 꺼내도

자연스럽게 인식표를 보여주거나

오랜 이웃을 만난 것처럼 기분 좋게 반겨주었다.  


   

"어제 했는데 이렇게 바로 만나네요!”      



동물보호법 제12조따라

3개월령 이상의 '개'를 소유한 사람은

전국의 시. 군. 구청에 동물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대상의 동물을 소유하고서도 등록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등록 방법은 간단하다.


동물 등록을 대행하는 동물병원이나

지자체 담당부서에 방문하여

해당하는 내용을 작성한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보호자는 동물의 몸속에 심는 내장형 칩, 목걸이 형태의 외장형 칩, 그리고 동물등록 후 보호자의 간단한 정보와 등록번호 등을 새겨 인식표를 만드는 것 중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앞의 두 가지의 방법은 칩 리더기를 대는 순간


 ‘삑’하고 울리며 등록번호를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마지막 방법경우 보호자가 임의로 새겨 넣은 정보들이기 때문에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서 확인을 해야만 실제 유효한 번호인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동물등록제의 시행 목적은

당연하게도 유기동물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다.    

 

특히 동물의 몸 안에 삽입한 칩은

탈부착이 가능한 외장형 칩이나 인식표에 비해

훼손될 염려가 적고,


전국 어느 곳에서 동물이 발견되더라도

등록한 보호자의 정보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에


동물을 유기한 사람에게는 그 책임을 묻

혹시라도 동물을 잃어버린 사람에게는

자신의 동물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실제로


내장형 칩이 몸에 삽입되어 있는 동물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유기동물로 발견되곤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 경우에도 동물을 버리자고 마음먹은 보호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길에서 발견된 동물이 유기동물보호센터에 입소를 하면

해야 하는 일들은 정해져 있다.


그중 제일 첫 번째는

'동물등록'이 되어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등록이 확인되면 등록번호와 함께

동물의 현재 사진, 상태, 견종, 발견 장소 등이

시스템에 올라간다.

     

실수로 동물을 잃어버린 경우


대부분 이 단계에서 보호자들은

동물보호센터에 방문하여 동물을 찾아간다.


다시는 유실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고 말이다.      


그러나 만약 시일이 지나도록

동물을 찾으러 오는 사람이 없다면

관할 지자체에서 보호자로 등록된 사람에게

유기동물 발생 알림’ 공문을 발송한다.

     

이 단계에서

보호자의 핸드폰 상태가 ‘착신 정지'되었다면 명백해진다.


그 동물은 몸에 칩이 삽입된 채로 버려진 거다.     




칩이 심어진 채 버려지는 동물들이 많다




동물과 함께 산다는 건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약속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

너를 위해 돈을 쓰겠다는 약속

집에 일찍 들어가 밥과 깨끗한 물을 주겠다는 약속

귀찮아도 산책을 시켜주겠다는 약속       


사실 '동물등록제'는 보호자의 결심과 약속을

법적, 제도적으로 보호해 주고

책임감과 응원을 북돋아주는 것에 불과해야 한다.


서로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어

헌신하겠다는 약속과 선언이 없는 혼인신고서

한낱 종이 몇 장이듯이


내가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동물을 최선을 다해 책임지겠다는 약속 없이는

몸속에 무엇을 가져다 넣어도 손으로 쉽게 떼 버리면 그만인 목걸이보다 힘이 없다.      


살아가며 생기는 피치 못할 사정들은 핑계가 될 수 없다.


만에 하나 동물을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안전하게 다음 행선지에 데려다주는 것 까지가

‘보호자’라는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나는, 만남을 시작할 때의 모습보다

이별을 앞에 두고 보이는 모습이

그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이자 본질이라고 믿는다.      




약속을 저버리는 이유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쉽게 펫샵을 찾지 않고

버려진 동물의 몸속에 새겨진 무책임한 흔적을

다시 소중한 약속으로 되돌려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그들이

부디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늘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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