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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헤맨 만큼 내 땅, 해낸 만큼 내 것

작은 해냄이 주는 위대한 것들

by haru

누워서 숨만 쉬는 것도 버겁던

숨도 못 쉬게 지난했던 그 계절의 나.


반면

”나는 못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야

내 능력밖이야 “라는 말은 숨 쉬듯이 했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며칠 전 기사에서 본 멀쩡히 대학 나와서 취업‘안’하고, 놀고먹는 청년이 바로 나다 싶었고, 한편으론 괜히 찔렸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 사회적 문제로 언론에도 언급되었던 청년 은둔형 외톨이 정도는 쉽게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훗날 스스로의 지금을 돌아봤을 때 많이 후회되고 창피할 것 같은 생각이 하루가 다르게 짙어졌다.


‘그래, 이건 아니잖아’를 시작으로 작은 성취부터 하나씩 그려가기로 했다.


우선 패스츄리처럼 겹겹이 쌓인 몸의 지방을 걷어내고 가벼워져야겠단 생각에 주 5회씩 매일 헬스장에 갔고, 매일 아침 자전거에 몸을 맡겼다.


몸이 조금 가벼워질 무렵부터는 그동안 좋아하지만 읽지 않고 쌓아두었던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먼지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것들이 선명해져 마음의 시야가 트이는 것 같았다.


디자인이 심플한 독서노트를 구매해 휘발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을 기록했다. 놓치고 싶지 않은 문장들과 간직하고 싶은 생각들을 써내려 가며, 생각이 정리되니 삶의 여러 문제가 함께 정돈되어 갔다.


하나씩 내 일상의 루틴들이 추가되고 아침에 눈뜰 이유들이 싹을 틔우자 유의미한 날들이 지속되었다.

그러다 문득 쓰고 싶어졌다.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한 날것 그대로의 문장들을 써내려 가기로 했다.


오늘을 살기도 버거웠던 시간 속 작은 변화들은 많은 것을 바꾼다는 것을 체감했다.

그렇게 작은 해냄들이 쌓여 지금의 브런치 연재를 하게 되었다.


헤맨 만큼 내 땅이다라는 말을 좋아했던 나는

해낸 만큼 내 것이다라고 동기를 부여하며 작은 것들을 위해 살아본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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