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월급쟁이 투자자는 부자가 되지 못했다.

by 하루



5월 24일, 출근길 지하철 안.

사람들 틈에 낀 채 팔도 못 움직인 채로 서 있었다.

답답했다.

갑자기 등에 땀이 삐질 흘렀고, 속으로 짜증이 밀려오던 찰나였다.


지이잉—


진동이 울렸다.

월급 입금 3,300,000원.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짜증이 가라앉았다.


그래, 이 맛에 회사를 다니지.

이 지옥철을 버티는 이유다.


그런데,

바로 이어지는 진동들.


현대카드 -640,000원

신한카드 -420,000원

월세 -400,000원

관리비 자동이체 -200,000원

통신비 -100,000원

교통비 -150,000원

의료보험 -100,000원

모임 회비 -100,000원

경조사비 -200,000원

대출이자 -940,000원

...

거짓말처럼, 남은 잔액은 5만 원 남짓이었다.



“이번 정류장은 논현, 논현역입니다.”


사람들과 함께 밀려나듯 지하철에서 내리면서

나는 다시 한번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계좌를 새로고침해봐도,

숫자는 바뀌지 않았다.


하아, 한숨.



혹시 몰라 네이버 부동산 앱을 켰다.

내가 갭투자했던 지방 아파트 시세를 다시 확인했다.


2.7억, 2.6억, 2.7억.

... 한 달 전과,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여기에 들어간 역전세 비용만 아니었어도,

나이 든 부모님께 손 벌리지도,

몇십 만원씩 이자를 내지도 않았을 텐데...


“딱 100만 원만 어디서 떨어졌으면 좋겠다...”


4년을 부동산 공부에 쏟았다.

남은 건 빚뿐이다.

이 돈을 그냥 예금만 했어도 몇천만 원은 이자로 받았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속이 또 뒤집힌다.


아니, 생각해 보면

강의했던 그 사람들…


그들은 부동산으로 돈을 번 게 아니라,

강의로 돈을 벌었다.


강의팔이들.


이 말을 지우고 싶어도, 자꾸 떠오른다.

강사들은 지방 아파트에 투자해서 부자가 된 것도 아니었고, 일부는 매도 경험조차 없었다.

심지어, 나처럼 손해를 본 강사들도 많았다.


그저 대표 강사 한 두 명의 경험을 성공의 절대공식인 양 말하며,

“이건 확실하다”라고 포장했던 거다.

그걸 난 믿었다.


4년을 믿었고, 3채를 샀고,

평생 모은 종잣돈을 잃었다.

그리고 지금도 대출이자를 내고 있다.



내가 바보였다.

부동산이 폭등하던 시절,

남들 다 돈 버는 거 같다는 그 상대적 박탈감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고,

의심도 없이 철석같이 믿어버렸다.


그게 내가 쏟아부은 4년이었다.



또다시 속이 쓰려온다.

아니, 속이 아니라, 삶 전체가 울렁거린다.

말 못 할 쓴맛이 목구멍 어딘가에 늘 걸려 있다.

병명은 역류성식도염인데,

나는 그걸 현실성식도염이라 부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고,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더 쓰리다.


월급은 매달 들어오지만

나는 그 안에서 매달 무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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