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내게 토닥토닥
무슨 생각을 하는거니?
왜그렇게 잠 못 이루는거니?
am 3:27. 결국 잠을 더 못 이루고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며칠째 가수면이 지속되어 잠을 못 이루는 여러날을 보내고있다. '무슨 생각이 그리 많은거니?' 내가 내게 핀잔을 줘 보기도 하고 '괜찮아. 괜찮아.' 마음을 다독여 보기도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잠을 뒤척이다 결국 일어났다. 그래. 책이라도 읽자. 잠 못 이루는 내게 토닥토닥 위로해주자.
am 4:00. 책장을 뒤적뒤적. 밤을 지나 새벽에 접어든 이 시각에 피로에 충혈된 나의 눈과 마음에 친구가 되어 줄 책을 집어 들어 마음을 놓기 시작한다. 책에 마음을 놓다가 마음을 두드리는 귀절에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누구나 생각지도 못하게 엉망이 되어버리는 순간들이 있다. 지금 내가 그런걸까? 잠을 못 이루는 여러날을 보내는 걸 보니 분명 그러한가보다. 내가 내게 묻는다. '생각지도 못하게 엉망이 되어버린 순간들에 넌 어떻게 할거니?' '음....' 이 질문 하나 던졌을 뿐인데 내 머릿 속이 삽시간에 엉망이 되어버렸다. 아마 난 지금 이 순간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가보다. 혹여나 내 소중한 순간들이 엉망이 되어버릴까 불안한가보다.
am 4:10. 시계바늘 소리가 새벽의 정적을 깨뜨린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 마치 내게 묻는 것만 같다.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지 못할 때 외롭지 않니?' 오래전 종이 설문에 체크하며 적성검사를 했을 때가 생각난다. 이타주의적 성향이 90%이상이라니..좋게 말해 남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착한 마음씨와 행동력이 있다고 해석되는 것이지 툭 까놓고 말하면 내가 나를 위한 삶보다 남을 위한 삶을 사는..곧 내가 없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는거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내가 남을 먼저 챙기다 내 스스로 외로움을 자처하면서도 나를 통해 누군가 행복해 하고 기뻐하는 모습에 내가 더 행복하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이타주의요 착한 아이 콤플렉스 소유자다.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면 엄격했던 집안 교육의 영향으로 내면의 욕구나 좋고 싫음의 목소리를 듣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은 가정교육 환경이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유아적 의존 욕구를 억압한다는 걸 심리치료학 공부를 하면서 깨닫게 되면서 내게 착한아이 콤플렉스가 성장 가운데 짙게 깔려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른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하기에,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은 늘, 부모님 뜻을 거스르지 않는 어른 말씀 잘 듣는 예의바른 착한 아이였다. 타고난 성격이 온순한데다 착하고 공부 잘하면 칭찬받는 환경에서 그 기대치에 벗어나지 않기 위해 싫어도 싫단 소리를 할 줄 몰랐다. 성인이 된 지금은 타인의 기대에 어긋날 것에 대한 우려로 일탈을 용납치 않는 정형화된 생활을 이어 나가다 나의 자유로운 예술적 기질과 충돌해 한번씩 홍역을 앓곤 한다. 그래서 난, 어디에서든 시크하게 따박따박 자기 할 말 다 하는 차도녀가 내가 닮고싶은 동경의 대상일 때가 있었다.
am 5:00. 밤새 안가던 시간이 새벽에 이르니 빠르게 지나간다. 책을 읽다 글로 생각을 풀어내다를 반복하다보니 가수면 상태의 무료한 시간들이 내 마음과 생각에 의미있는 시간들로 채워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잠이 더 고프다.
요즘 난, 사람에 대한 생각들로 적지 않은 시간들을 보낸다.
책의 한 글귀처럼, '다 아는 줄 알지만, 사람들은 그저 짐작할 뿐.,' 이란 걸 절감하는 요즘이다. 나를 다 아니? 아님 너를 다 알까? 그렇지.. 우린 그저 짐작할 뿐. 겪어봐야 깨닫는 것이니 사람은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모양과 모습이 아니다 할지라도 상대방을 섣불리 판단의 잣대에 세워서는 안된다.
am 7:23. 결국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이게 인생이구나.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이러지도 저러지도..어느 것 하나 내 마음대로 조정되는 건 없다. 내 맘대로 잘 수 있을 것 같은 잠 하나도 내 맘대로 조정되지 않으니..
아파도, 울어도
봄은 오고 해는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