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볶음밥이랑 계란국
20살, 경주를 떠나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게 되었다. 다행히 아빠 회사에서 지원해 줘서 삼시세끼 나오는 기숙사에서 살게 되었다지만 기숙사에서 제공되는 사설 급식은 입에 맞지 않았다. 반찬은 늘 비슷하고 볶음이든, 찜이든, 빨간색이든, 갈색이든 다 맛이 똑같던 그때의 급식. 늘 밥을 먹으러 가서 밥이랑 국만 깨작대다 나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렇게 고통스럽던 3~4달의 시간이 지나 서울에 올라온 뒤로 본가에 처음 내려갈 때 엄마가 물어본 것이다.
뭐 먹고 싶니?
엄마가 해준 수많은 음식 속에서 갑자기 생각난 단어는 김치볶음밥이었다. 엄마 김치볶음밥 먹고 싶어, 계란국이랑 같이.
김치를 넉넉하게 넣고 편식 심한 딸 입맛에 맞춰서 꼭 햄은 넣어주는 (스팸은 너무 짜서 안된다. 무조건 벽돌햄) 엄마의 김치볶음밥. 갈비나 떡볶이, 시금치 된장국, 닭날개구이 엄마의 요리 중 좋아하는 음식은 다양하지만 유독 김치볶음밥이 먹고 싶었다. 밖에서 돈 주고 사 먹기는 아쉽고, 내가 해 먹으면 그 맛이 안나는 김치볶음밥. 김치볶음밥이란 꼭 같이 먹고 싶은 게 계란국이었다. 짭짤하지만 계란이 듬뿍 들어가서 부드러운 맛. 입맛 까다로운 아빠도 엄마가 해주는 계란국은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고 할 정도였다.
그렇게 집에 내려가서 후라이팬 가득 만들어준 김치볶음밥을 두 그릇씩 먹는 나를 보고 엄마는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집에 내려갈 때마다 김치볶음밥과 계란국을 해준다. 그러면 나는 또 밥그릇 가득 두 그릇을 먹고 계란국도 한가득 담아 먹는다. 그걸 본 엄마는 또 김치볶음밥이랑 계란국을 해놓고 나는 또 두 그릇씩 먹고...
사실 자취를 하게 되고 나의 부엌이라는 것을 갖게 된 이후로는 옛날만큼 김치볶음밥을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다. 만만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게 김치볶음밥이다 보니 흔해진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여전히 내가 만드는 김치볶음밥과 계란국에서는 엄마가 해주는 맛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내려가면 또 엄마가 해주는 김치볶음밥을 찾게 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