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의식적으로 먹지 않는 두 가지 음식이 있다. 바로 기름과 설탕이다. 외식을 하거나 가공식품을 먹을 땐 피할 수 없어도, 최소한 직접 요리할 때는 설탕을 쓰지 않는다. 2년간 집밥에 설탕을 넣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설탕이 들어간 음식은 너무도 많다. 우리가 사 먹는 배달 음식, 과자, 디저트뿐만이 아니다. 유명한 집밥 레시피에도 많은 설탕이 들어간다. 직접 요리하면 외식에 비해 건강하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음식에 설탕을 넣게 되면, 맛있는 집밥이라 할 수는 있어도 건강한 집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설탕은 중독을 부르는 음식이다. 그 중독성이 마약과 흡사하다고 할 만큼 설탕은 건강에 치명적이다.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계속해서 비슷한 음식, 더 달콤한 맛을 찾게 된다. 우리는 설탕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자꾸만 그 입맛을 따라가고 있다.
흔히 달고 짜고 매운 음식에 들어간 설탕은 짠맛과 매운맛에 가려져 혀로 느끼는 단맛으로는 그 양을 가늠하기 어렵다. 실제로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단맛보다 더 많은 과당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과연 우리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이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일까? ‘설탕 중독’ 때문이 아닐까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설탕을 먹지 않기 시작하자 그토록 좋아했던 많은 음식들이 생각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설탕이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설탕을 먹지 않으려 노력한다.
매일 아침으로 과일을 챙겨 먹으니 단 음식에 대한 욕구가 특별히 없다. 드물게 달달한 음식이 당길 때는 건조 과일이나 군고구마를 간식으로 먹는다. 과일은 건조하면 수분이 빠지고 당분이 올라간다. 설탕을 먹지 않으면 곶감 한 입에 화들짝 놀란다. 그만큼 곶감이 달다. 주로 생과일을 먹고 건조 과일은 아주 가끔 별미로 먹는다. 달달한 군고구마도 별식이다. 고구마는 구웠을 때 단맛이 최대치가 된다. 군고구마의 단맛도 쉽게 물려서 많이 먹지는 못한다. 고구마는 그냥 쪄 먹어도 충분히 달고 맛있다.
설탕에 길들여지지 않은 입맛을 되찾으면 음식에 있는 고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과일은 설탕이나 시럽을 뿌리지 않아도 그 자체로 달다. 과일만이 아니라 채소에도 풍부한 단맛이 있다. 설탕을 먹지 않으니 당근, 시금치가 이렇게 달달하고 맛있는지 생전 처음 알았다. 매일 먹는 밥맛도 달라졌다. 쌀밥을 한 술 떠 천천히 씹으면 달큼한 맛이 입에 감긴다. 간혹 아이들이 맨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신기했는데, 나도 원래는 그 입맛을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설탕과 강한 양념이 들어간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져 그 순수한 입맛을 잃었을 뿐이다.
필요 이상의 달콤함은 독이 된다. 단맛에 대한 욕구에는 끝이 없다. 설탕에 중독되면 쉽게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더 달콤한 음식을 갈구한다. 그건 내 의지가 아니다. 이제는 그 중독에서 벗어났다. 어렵게 되찾은 이 순수한 입맛을 앞으로도 지켜 나갈 생각이다.
내가 없이도 살 수 있는 것 35. 설탕
- 필요 없는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