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미니멀라이프, 제로웨이스트, 자연식물식을 실천하고 있다. 이 세 가지는 어디까지나 내가 택한 삶의 방식일 뿐. 나를 표현하기엔 어딘가 부족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직은 사람들 앞에 섰을 때 필요에 의해 나를 설명해야 할 때 편의상 세간의 말을 빌려 쓰곤 한다. 지금 이렇게 말이다.
미니멀라이프 3년 차. 첫해는 물건을 비우는 일에 적극적이었고 다음 해는 마음을 비우는 일에 몰두했다. 그리고 올해가 되면서 나의 미니멀라이프는 방향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물건을 비우고 버리는 일보다 어떻게 하면 버리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물건을 사지 않을까를 가장 먼저 궁리한다. 그 물건 없이도 있는 그대로 지내는 걸 실험해 본다. 그래도 안 되겠다 싶으면 물건을 들이는 게 마지막으로 하는 방법이다. 몸의 불편함보다 마음의 불편함을 헤아리게 되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환경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니멀리즘은 물건뿐만 아니라 돈, 사고방식, 인간관계, 일, 시간, 음식 등 생활 전반에서 필요 최소주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다. 나는 나의 시간, 공간, 비용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자원과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도 줄이고 싶다. 그래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다. 나의 생활을 한 가지로 말한다면 미니멀라이프, 세 가지로 말한다면 미니멀리즘, 제로웨이스트, 자연식물식이라고 할 수 있다.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고 몸도 마음도 물건도 비우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처음엔 허전한 마음과 빈 공간을 채우기에 바빴는데 비워낼수록 얻는 행복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만족을 배웠다. 조금씩 비워내고 조금씩 나로 채워가면서 더 중요한 가치와 사실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물건, 음식, 자연, 그리고 나 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일어난 일은 어느 것 하나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었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이 ‘연결감’을 놓지 않고 싶다. 새롭게 배운 이 감각을 내 삶의 방향성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게 되었다. 이 알아차림만 잊지 않는다면, 자연식물식도 미니멀라이프도 제로웨이스트도 계속해서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더 늦지 않게 몸과 마음으로 깨닫고 배우고 새길 수 있어 감사한 오늘이다. 그리고 이 공간을 할애해 그 소중함을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브런치에서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지긋이 담아가기로 했다. 내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다. 비닐 포장된 채소를 사느냐 마느냐 같은 사소한 선택 앞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야기, 때로는 매일 먹는 똑같은 집밥이 맛있다는 지루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사소함이 세상을 바꾼다고 나는 믿는다. 일상의 작은 조각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처럼. 누군가는 내 글에서 쉼표를 누군가는 느낌표를 얻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나의 이야기에 그런 힘을 싣기로 했다. 우리는 다르지만 연결되어 있다. 많은 책의 작가들을 통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했듯이 이제는 내가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세상을 사랑하는 방식이니까.
우리가 배운 것들 가운데 어떤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 당신에게는 곧바로 이룰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깊이 믿고 있습니다.
- 스콧 니어링이 그의 동반자 헬렌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