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로 밥을 지어 먹고 있다. 냄비밥을 먹게 된 건 2년 전 현미를 먹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가끔 전기밥솥을 쓰긴 하지만 이제는 냄비로 밥을 해 먹는 게 더 편하다. 냄비 밥을 하는 게 번거로울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처음 물이 끓어오를 때만 넘치지 않는지 주의 깊게 보면 된다. 밥이 되는 동안 불 앞에서 오래 지키고 서 있을 필요도 없다. 정작 불을 쓰는 건 15분도 안 걸린다.
전기밥솥 대신 냄비를 사용하면 좋은 점
우선 전기밥솥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시간과 비용이 들지 않아서 좋다. 전기밥솥은 생각보다 관리가 까다롭다. 김이 배출되는 추가 고장이 나기도 하고, 내솥 코팅이 벗겨지기도 한다. 물받이가 깨지기라도 하면 그거 하나를 교체하려고 제품 번호를 찾아 매장에 방문하거나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야 한다. 밥솥이 고장이라도 나면 고쳐야 하고, 수리나 부품 교체가 안 되면 밥솥 자체를 바꾸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기밥솥에는 수명이 있다. 반면 스테인리스 냄비는 관리만 잘하면 영구적으로 쓸 수가 있다.
게다가 전기밥솥은 냄비보다 무겁고 공간을 더 차지한다. 전기도 많이 소모된다. 전기밥솥의 찰진 밥맛이 장점이라면 그거 하나를 위해 쓰기에는 이점보다 단점이 많다. 밥을 하고 나면 밥솥뿐만 아니라 위쪽에 달린 뚜껑과 물받이도 빼서 세척해야 한다. 그것에 비하면 냄비는 설거지도 간편하다. 또한 내솥의 코팅 성분도 건강에 좋지 않고, 전기밥솥보단 냄비로 밥을 하는 편이 영양 파괴가 적다.
냄비로 밥을 할 때 채소를 함께 넣어 지으면 간편한 한 끼를 만들 수 있다. 기호에 따라 양념장만 넣어 비벼 먹으면 초간단 영양밥이 된다. 다시마, 무, 당근, 콩나물, 표고버섯, 완두콩... 넣는 재료에 따라 밥맛이 달라진다. 반찬을 따로 이것저것 만들어 먹을 필요가 없다.
요즘은 전기밥솥으로 밥만 하는 게 아니다. 전기밥솥의 기능을 활용하면 다양한 찜 요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건 냄비 하나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요리다. 감자, 고구마, 옥수수도 냄비로 쪄 먹는다. 무엇보다 냄비로 가열하는 쪽이 영양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는 건강한 요리법이다.
냄비로 백미밥 짓기
1. 백미를 씻어 30분 이상 물에 불린다(물의 양은 1:1).
2. 냄비에 쌀과 물을 넣고 센 불로 가열한다.
3. 물이 끓으면 불을 줄인 다음 뚜껑을 닫아 약불로 10분 익힌다.
4. 불을 끄고 10분 뜸을 들인다.
채소밥을 하려면 3번 단계에서 넣어 주면 된다. 수분이 많은 채소라면 물의 양을 적게 잡아야 한다. 푹 익은 식감을 좋아하면 처음부터 같이 넣고 익히면 된다.
혹시 타이머를 깜빡했다면, 당황하지 말고 먼저 불을 조절하고 냄비 바닥에서 나는 소리를 들어 보면 된다. '타닥-타닥' 소리가 나면 밥이 다 되었다는 신호!
손수 밥을 해 먹기 시작하면서 코드를 꼽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편리함에 감춰진 것들을 보게 되었다. 평생을 내 손으로 밥을 지어 본 적이 없었다. 그동안 밥이란 건 엄마가, 전기밥솥이 알아서 해 줬으니까. (물론 지금도 냄비가 다 하는 일이지만) 밥을 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만 있으면 되는 일이다. 내가 먹는 한 끼에 투자할 단 몇 분의 시간 말이다. 나는 그렇게 나에게 투자하기로 했다. 그 시간이 더는 수고롭지 않다. 나를 아끼고 돌보는 건 이렇게 아주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다. 이 사소함을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오늘도 냄비에서 구수한 밥을 퍼 낸다.
잘 먹겠습니다!
내가 없이도 살 수 있는 것 38. 전기밥솥
- 없어도 괜찮은 물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