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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Jul 21. 2023

음악 없이 살기


음악 없이 살 수 있을까?


10대에는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는 걸 무척이나 좋아했다. 세월에 따라 좋아하는 가수도 노래도 많이 바뀌었지만 늘 음악과 함께해 왔다. 음악에는 함께했던 시간과 그 시절 향수를 지금으로 소환하는 힘이 있다. 지난날 즐겨 들었던 음악을 다시 들으면 그때의 공기가 나를 에워싸고, 추억이 몽글몽글 떠올라 묘한 감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때로 어떤 노랫말은 슬픈 기억이 묻어날까 한편에 간직하기만 한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음악과 함께 여러 추억을 만들어 왔다. 그래서일까. 최근 몇 달간 음악을 찾아 듣지 않았다는 사실이 낯설기만 하다.


올해 들어 부쩍 음악을 듣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음악과 멀어지게 된 시기나 계기를 되짚어보자면 작년 일이다. 심적인 변화로 음악도 소음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왔었다. 한동안 노래를 듣지 않다가 피아노 연주곡 같은 가사 없는 음악을 찾아 들었다. 그러다 클래식을 듣기 시작했고 드뷔시의 음악에 흠뻑 빠지기도 했다. 음악 취향이 팝과 발라드에서 클래식으로 완전히 바뀐 듯했다. 하지만 드뷔시의 ‘달빛’과 ‘아라베스크’도 이내 질린 걸까. 그보다는 음악이 필요 없는 시점이 온 것 같다. 최근 음악을 듣고 싶다는 욕구가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음악이 없는 일상이란?



따분하고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음악을 듣지 않으면 생각보다 편안하다. 신나는 음악을 들어서 기분이 들뜨거나 슬픈 노래를 들어서 기분이 가라앉지도 않는다. 나는 음악에 몰입을 잘하는 편인데 특히 가사가 좋은 발라드를 들으면 쉽게 감상적이 되곤 한다. 음악은 기분 전환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지나갈 감정을 오래 붙들고 있기도 한다. 음악이라는 자극을 통한 마음의 높낮이의 변화가 없다는 건 상황에 따라 장점이 될 수 있다.


음악을 듣더라도 한 가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있다. 바로 음악을 들을 땐 음악만 듣는 것. 예전에는 항상 무언가를 하면서 음악을 듣곤 했다. 심지어 글을 쓰면서까지 음악을 틀어 놓았는데, ‘공부할 때 듣기 좋은 음악’이나 ‘집중이 잘 되는 차분한 음악’ 같은 제목의 플레이리스트를 골라 들었다. 물론 잔잔한 음악이 크게 방해가 되진 않지만, 가장 좋은 집중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음악을 듣는 일과 다른 행동을 같이 하는 멀티태스킹은 집중력이 분산된다. 그래서 이제는 음악을 들을 때도 음악만 감상한다.


예전에 불면증에 시달릴 때에는 수면 음악을 듣곤 했다.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에는 취침 전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 사용을 줄이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된다. 요즘 자기 전에 전자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밤늦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게 수면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불면증을 극복하는 방법에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밤늦게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방법이 효과적이었다. 지금은 수면 음악에 의존하지 않아도 숙면을 취하고 있다.


요즘 확신을 갖게 된 것 하나는 음악 없이도 살 수 있겠다는 것.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기보다는 내 안에서 속삭이는 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 게 아닐까. 고요 속에서는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다. 음악과 멀어지자 나와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다. 가끔 창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빗소리, 바람 소리가 선명하게 귓가를 두드리곤 한다. 자연의 소리가 음악 같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다는 걸 조금은 공감하게 된 걸까. 음악 없이도 일상은 평온하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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