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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Jul 23. 2023

아이스크림 없이 살기


여름이 되면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을 채워 두는 게 일상이었다. 10개 사면 1개가 무료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한 아름 산 다음 그것들이 녹을 새라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하곤 했다. 유명한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신 메뉴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 맛이 궁금하여 사 먹기도 했다. 식후 디저트로 먹던 달콤한 아이스크림,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얼얼한 입안을 달래 주던 차가운 아이스크림. 그것도 다 지난 일이다. 이제는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무슨 맛을 고를지 고민하지도, 여름이 왔다고 해서 냉동실을 아이스크림으로 채우지도 않는다. 아이스크림 없이 여름을 나고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낸다. 입안을 헹군 다음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신다. 아침 일과를 마치고 실온에 두었던 과일을 씻어 잘라먹는다. 밥을 먹기 전에는 냉장고에 있던 반찬을 미리 꺼내어 둔다. 평소 물은 미지근한 물을 마시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을 마신다. 한 여름에도 찬물을 마시지 않는다. 모두 찬 음식을 가려 먹는 식습관이다. 2년 전 위염 증상이 생긴 후로 찬 음식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찬 음식을 먹지 않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는 과일을 실온에 보관하고 먹고, 냉장 보관한 과일은 최소 30분에서 1시간 이상 실온에 꺼내 두었다가 먹는다. 아침에 과일을 먹는 습관은 좋지만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과일을 공복에 바로 먹는 것은 좋지 못하다. 과일은 기본적으로 찬 성질의 음식이다. 찬 음식은 위와 장에 부담을 주므로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 해도 너무 차가운 과일을 먹지 않도록 주의하는 편이다.


평소 음료도 마시지 않아서 찬 음식을 먹을 일이 없지만, 무더운 여름이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과일을 실온에 꺼내 두었다가 먹는 것은 똑같지만 연이은 폭염에는 차가운 음식을 원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냉장고에서 꺼낸 과일을 바로 먹거나 더 시원한 음식이 당긴다면 얼음이나 얼린 과일을 먹으면 된다. 과일은 그냥 먹는 게 가장 맛있지만 얼린 과일도 별미다. 잘게 썬 수박, 바나나를 얼려서 그대로 먹거나 믹서기에 갈아먹어도 좋다. 씨가 있는 과일은 먼저 씨를 제거할 것. 먹을 수 있는 수박씨, 참외씨는 기호에 따라 선택하기.



100% 수박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대신 과일을 얼려 먹어 보자. 일반 아이스크림은 찰나의 시원함과 달콤함일 뿐 갈증 해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가운 음식은 비교적 맛이 덜 느껴지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에는 많은 과당이 첨가된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갈증이 나는 이유는 몸에 과도한 당분이 들어와서 삼투압이 높아지고 물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과일은 수분이 많기 때문에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작년에 얼린 수박을 처음 먹어 봤는데 맛은 있었지만 찬 음식을 오랜만에 먹다 보니 너무 차가워서 먹기가 힘들었다. 이가 시리고 입안이 어는 것 같은 감각이 낯설기만 했다. 이젠 찬 음식을 몸에서 받지 않는 모양이다.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음식은 부자연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다.


찬 음식을 먹으면 몸은 곧바로 다시 열을 발산한다. 음식을 소화시키고 몸의 온도를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자기 전 너무 차가운 물로 샤워하면 오히려 열이 올라 더 더워지는 원리와도 같다. 뜨거웠다가 차가워졌다가를 반복하는 건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치는 일이다. 찬 음식과 멀어지니 마음도 따라서 온탕과 냉탕을 오가지 않는 듯하다. 뭐든 지나치지 않는 게 미덕이다. 그걸 깨닫고 나니 이런 미온의 일상이 그저 평온하게만 느껴진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함박웃음을 짓던 아이는 커서 아이스크림이 없어도 행복한 어른이 되었다.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몸에 나쁘다고 못 먹게 하니 그 시절 아이스크림이 더 달콤했던 게 아닐까. 세월이 흘러 아이스크림을 마다하는 걸 보면 괜스레 어른이 된 걸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한순간의 달콤함보다는 뭉근한 일상이 주는 달콤함을 찾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 기쁨을 오래 간직하려면 몸의 건강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걸 잊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아이스크림 대신 제철 과일로 냉장고를 채운다. 풍성한 과일 덕에 아이스크림이 없어도 아쉽지가 않다. 아이스크림은 어려서부터 실컷 먹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렇게 아이스크림도 추억 속의 음식이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먹는 음식이 바뀐다는 건 추억의 한 챕터를 장식하는 일인가 보다. 새로운 음식을 만나며 또 다른 추억을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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