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을 먹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배달 음식을 기피하게 된 시기는 대략 2021년 봄부터.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건강과 위생을 염려하면서 바깥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생긴 것이고, 다른 이유는 일회용 포장 쓰레기 때문이다.
배달 음식의 가장 큰 문제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아닐까. 음식을 먹고 난 후에 재활용 용기를 깨끗하게 세척하는 편인데 그건 무척이나 피곤한 일이었다. 특히 비닐과 플라스틱에 묻은 기름기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때마다 나오는 일회용 쓰레기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매장에 직접 용기를 들고 가서 음식을 포장해 와서 먹기도 했다.
그러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직접 만들어 먹자’라는 주의로 손수 집밥을 챙겨 먹기 시작하면서 배달 앱을 삭제했다. 시간이 지나 건강상의 이유로 채식을 하게 되었는데, 주변에 비건 음식을 판매하는 곳을 찾을 목적으로 잠시 배달 앱을 이용한 적도 있다.
지금은 기름, 설탕, 가공식품을 먹지 않는 자연식물식을 한다. 매일 집밥을 차려 먹고 간식으로 과일, 구황작물을 챙겨 먹는다. 그러다 보니 바깥 음식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서 이제는 배달 앱이 정말 필요가 없어졌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과 멀어지니 제철 과일과 채소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 가끔 생각나던 빵도 찾는 일이 줄어들었다. 모두 입맛이 자연스러워진 덕분이다.
한때 배달 앱의 VIP였다. 바쁘다는 핑계로, 지친 하루의 보상으로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 먹었다. 그러면서 기대와 달리 맛이 없다, 배달료가 너무 비싸다고 불평만 할 줄 알았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금은 식습관이 완전히 달라졌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면서 건강을 우려하거나 비싼 배달료를 걱정하거나 쓰레기를 수고롭게 치울 필요도 없다.
우리는 정답을 알면서도 순간의 편리함에 기대거나 익숙함에 끌려갈 때가 많다. 불편한 게 있고 건강하지 않은 습관이라고 판단되면, 그것을 안 하거나 줄이거나 방법을 바꾸면 된다. 간단한 문제다. 때로는 익숙함이 최대의 적이다.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이사한 사람들이 다양한 배달 음식을 못 먹는 걸 시골살이의 단점으로 꼽곤 하는데, 아마 나는 귀촌을 하게 되더라도 그 점에는 공감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시골살이에 최적화된 입맛이라 배달 음식 없는 지역에 가도 잘 살 수 있다고 자부한다.
내가 없이도 살 수 있는 것 37. 배달음식
- 없어도 괜찮은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