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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의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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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Jul 31. 2023

우물 안 개구리일지라도

단순한 삶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최근 글쓰기가 어려웠던 이유를 ‘하기 싫어서’ ‘부담이 되어서’ ‘글을 잘 쓰고 싶어서’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더 큰 장벽이 있었다. 내가 나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데 주저했던 가장 큰 이유는 ‘부끄러움’이었다. 어느 순간 내 글이 부끄러워졌다.


미니멀라이프는 대부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생활 방식이다. 생계의 어려움 때문에 미니멀리스트처럼 보이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가진 게 많아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없애기 위해 별도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가진 걸 버리는 경우가 더 많다. 나 역시 미니멀라이프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다. 몇 년 전 모든 것이 짐이 되는 것 같았을 때 그 무게가 버겁기만 했다. 그래서 오로지 가벼워지고 싶은 욕심으로 가진 것들을 비워냈다. 그리고 최근 그간의 생활을 바탕으로 나의 이야기를 온라인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그 마음으로 계속 글을 썼다.


그런데 내가 놓친 부분이 있었다. 바로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차별적인 시선과 그에서 비롯된 무례함이다. 내 이야기는 태생적으로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나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배제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없이 산다고 떠들어 온 나는 없이 살 수밖에 없어서 없이 살고 있는 사람을 기만하고 있는 건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배려가 부족한 글을 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자 한없이 부끄러웠다.


‘없이 살기 시리즈’를 연재할수록 나는 작아졌다. 사람들이 내 글에 라이킷을 누를수록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나는 자기 비하의 그늘로 숨어들었다. 최근 글인 ‘음악 없이 살기’도 글을 써둔 채 발행을 며칠간 망설였다. 선천적, 후천적으로 음악을 듣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음악 없이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는 게 못나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무시한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내 글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며 글쓰기에 자신을 잃어갔다.


한낱 우물 안 개구리였다. 나의 삶 안에서만 얘기하자면 이전에 비해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나에 갇혀 있었다. 무슨 일을 얼마나 잘했다고 대단하다고 떠들고 있는 것인지 회의감이 들었다. 여전히 내 이야기가 필요한 곳이 있지만 반대로 내 이야기가 필요 없는 많은 곳이 존재한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글을 쓸 때는 누구든 내 글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모두를 배려할 수는 없어도 보다 많은 사람을 배려할 수는 있으니까.


나는 결국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건 아닐까.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했던 건 아닐까. 그저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일지 모른다. 이 글을 통해 나는 이런 시선도 가진 사람이라고 과시하고 싶은 것일지도. 부끄러움을 자랑하는 것이 될까 이 글도 메모장에 묵혀 두고만 있었다. ‘나는 지금 진실하게 도덕적으로 행동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오래 고민했다. 내가 느끼는 죄의식이 일종의 자애심과 도덕적 우월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수많은 의심 끝에 다다른 결론은, 아니 깨달은 현실은 나는 감사함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의미를 찾느라, 정답인지 아닌지를 고민하느라, 나의 가치를 재단하느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놓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욕심을 내고 있었다.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그릇이라 나를 탓하면서. 감사하는 삶을 살겠노라 다짐하고선. 자기만족의 그릇을 안다고 큰소리치고선. 감사와 만족을, 그것을 한참 모르고 있었다.




성숙한 인간이 되려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선에 대해 항상 고민해야 한다. 이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앞으로도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자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지난날을 반성하는 것이다. 《단순한 삶》의 저자 샤를 와그너의 말처럼 잊은 것은 무엇이며 기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언제나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간다. 우물 밖으로 벗어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우물 안에서도 우물 밖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갈 때 의미가 있다. 그것에 모든 생의 의지가 있다. 어설픈 자기 비하는 멈추고 나의 에너지가 필요한 곳에 힘을 쏟아야 한다. 보다 나은 방향성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게을리해서도 안 되지만, 지금은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우물 밖의 세상을 알아차렸다고 해서 내가 있는 우물 안의 모든 가치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정답을 찾느라 소중한 것들을 놓칠 수는 없다. 우리는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살아가지만, 때로는 그 속에서 혼란을 겪고 좌절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정답이 없는 시험지를 내려놓고 순간순간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추신.

글쓰기는 더 어려워졌지만,

다시 온 마음으로 쓸 준비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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