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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Jul 19. 2023

그냥 하기

좋은 습관을 만드는 방법


나는 그냥 하는 걸 싫어한다. 일이든 취미든 크고 작은 행위에 있어서 즐거움과 의미를 찾는 편이다. 그래서 흥미가 없어지거나 더 이상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그 일을 그만둘지 고민하곤 한다. 특히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그렇다. 요즘 브런치스토리 연재가 중단된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글감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매번 글을 쓰며 즐거움과 의미를 찾으려 하다 보니 글쓰기가 자꾸만 어려워진다. 맹목적인 행위는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발목을 붙잡는 것이다. 그런데 '그냥 하는 행동'이 과연 무의미한 것일까? 최근 몇 년 사이 바뀐 생활 습관들을 돌이켜보자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습관의 힘



2년 전 건강에 이상이 생겨 식습관을 바꾼 이후로 몸에 나쁜 음식을 가려 먹게 되었다. 이제는 식사를 할 때마다 '가공음식은 먹으면 안 돼'라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건강을 위해서 매 끼니 영양소를 따져 가며 먹지도 않는다. 그동안 최대한 자연스러운 음식을 주식으로 먹어 온 결과 자동적으로 그런 음식만 찾아 먹고 있다. 체화된 습관 덕분에 매일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과거에 비해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매일 손수 집밥을 차려 먹는 일부터 밥을 먹고 바로 설거지를 하는 습관, 샤워 후 청소를 하는 루틴까지 모두 자동화된 습관이다. 이 행동들을 생각 없이 그냥 한다고 해서 가치가 없다거나 생활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단지 좋은 행동이 하나의 습관이 된 것뿐이다. 오히려 의식하지 않고 몸이 절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더 좋은 일이다. 좋은 습관이란 매번 '이렇게 해야 돼' 혹은 '이렇게 하면 안 돼'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며, 그냥 하는 것만으로도 유익한 행동이다.


그렇다면 글쓰기에도 이 원리를 적용해 보면 어떨까? 내가 하려는 글쓰기는 우선적으로 내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글을 쓰며 안정감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사유를 글로 옮기며 어수선했던 생각을 정돈하기도 한다. 책을 읽고 나서 글로 감상을 정리하면 오래 기억되듯이 글쓰기는 효과적인 기록법이기도 하다. 글쓰기는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렇게 지지부진한 나와 싸우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하는 편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새로운 식습관이 평범한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글쓰기도 습관이 된다면 나의 또 다른 자연스러운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하기'의 힘을 다시 믿어보기로 했다.


글쓰기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다면 언젠가 글쓰기의 의미를 재고 따지지 않게 될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이런 고민보다 글과 글을 짓는 행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겪는 과정도 식습관을 바꾸면서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와도 같다. 이 시간 또한 나에게 좋은 밑거름이 되어줄 경험이라고 받아들이니 다시금 마주할 용기가 생긴다. 아무렴, 그냥 해보는 거다.




내가 이런 고민을 하는 건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는 순간순간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길을 가는 여정에서 얻는 즐거움과 보람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매 순간 의미 찾기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모든 일이 꼭 의미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냥’ 했던 일을 글로 썼더니 메인에 올랐다.



그냥 하다 보면 좋은 일도 따라오게 된다. 그 속에서 새로운 기쁨과 의미를 발견하는 것도 도전하는 가치가 아닐까.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하고 한 달 넘게 매일 글을 발행했다. 그러자 여러 글이 메인에 오르기도 하고 한 달 만에 200명의 구독자가 생기는 행운이 따랐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도 하고 독자들로부터 더 큰 응원을 돌려받은 것처럼, ‘그냥 하기’에는 상상 이상의 놀라운 힘이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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