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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Sep 06. 2023

과일, 채소 껍질째 먹기

푸드 미니멀라이프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고 크게 달라진 점은 과일과 채소를 껍질째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으로 약해진 소화력에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싶었으나 괜한 기우였다. 적당량을 천천히 잘 씹어 먹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 지금은 먹을 수 있는 껍질이라면 버리지 않고 그대로 먹는다. 껍질에도 맛과 영양이 있다. 이젠 참외도 감도 고구마도 감자도 껍질째 먹지 않으면 허전하기만 하다.


껍질째 먹는 습관의 최대 장점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습관을 유지하는 궁극적인 이유도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자연스레 과일 선호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바나나, 수박, 귤처럼 껍질을 먹기 힘든 과일은 즐겨 먹지 않게 되었다는 것. 여름에는 수박보다는 참외, 겨울에는 귤보다 감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되도록 음식물 쓰레기가 덜 나오는 쪽으로.


그동안 먹어 본 과일 껍질의 종류와 껍질째 먹고 요리하는 채소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한다.



과일 껍질 어디까지 먹어 봤니?



사과

'껍질째 사과'는 기본이다. 예부터 사과는 껍질째 먹는 게 아니면 맛이 없어서 먹지 않았다.


배 껍질은 처음 먹어 봤는데 거칠어 보여도 충분히 먹을 수 있었다. 이제는 '껍질째 먹는 배'다.


참외

참외 껍질은 매끈매끈하다. 원래 참외에는 솜털이 있는데 우리가 마트에서 보는 참외는 세척되어 온 것으로 솜털이 제거된 상태다. 노란 껍질이 보기도 좋고 맛도 좋다. 참외를 껍질째 먹으면 항상 아삭한 참외를 맛볼 수 있다.


사과, 배, 참외보다는 먹기에 더 힘들 수 있다. 껍질 표면도 매끄럽고 식감도 아삭하게 씹히지만 껍질의 밀도가 높다고 해야 할까. 단감 껍질은 조금 단단한 느낌이라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단감과 달리 잘 익은 홍시 껍질은 충분히 부드럽다. 예전에는 홍시도 벗겨 먹었는데 지금은 꼭지만 떼고 그냥 먹는다.


농약, 화학 처리 걱정 없는 유기농 귤을 깨끗이 씻어서 먹어 봤다. 개인적으로 귤껍질은 특유의 향 때문에 먹기가 힘들어서 다른 과일만큼 즐겨 먹기는 어려워 보였다. 껍질째 먹는 귤 맛은 금귤 맛과 같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껍질 자체는 부드럽다.


수박

수박의 흰 부분도 싹싹 긁어 먹는다. 빨간 알맹이를 먹듯이 똑같이 먹는다. 간식으로도 반찬으로도 즐겨 먹는다. 아삭하고 시원한 맛이 매력, 은은한 단맛도 감돈다.


딸기

딸기 꼭지도 먹을 수 있을까? 궁금해서 한 번 먹어 봤다. 과일 샐러드를 먹는 것 같았다. 일단 맛은 합격. 문제는 딸기는 물에 오래 담가 씻을 수가 없기 때문에 꼭지를 깨끗이 세척하기 어렵다는 것. 조금 먹는 것은 문제없어 보인다.(다행히 딸기 꼭지도 먹느냐 마느냐로 고민할 일이 사라졌다. 딸기를 구입할 때 따라오는 플라스틱, 스티로폼 쓰레기가 성가셔서 자연스레 먹고 싶지 않아 졌기 때문)


복숭아

복숭아는 어려서부터 껍질째 먹었다. 알레르기가 없어서 다행이다. 복숭아 껍질 특유의 씹는 맛이 있다. 알맹이만 먹으면 심심하다.


포도

포도도 질겨서 삼킬 수 없는 게 아니라면 되도록 껍질째 먹는다.


키위 ?

(알레르기가 없다면) 키위 껍질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키위는 즐겨 먹지 않아서 시도해 보지 못했다. 다음에 먹게 된다면 한번 도전해 볼 생각이다.



채소 껍질째 먹기


고구마, 감자, 단호박

삶은 고구마, 감자를 먹을 때도 껍질을 벗겨 먹지 않고 그대로 먹고 요리할 때도 마찬가지다. 고구마 껍질을 벗긴 다음 마지막에 껍질만 따로 모아서 먹어본 적이 있는데, 고구마 껍질에서 예전에 먹었던 고구마칩의 맛이 났다. 고구마 껍질에도 맛이 있다는 얘기다.


무, 당근

겨울에 즐겨 먹는 무와 당근도 껍질을 깎지 않고 요리한다. 흙을 깨끗이 씻는 게 관건. 위아래 끝부분, 상한 부분만 제거해서 버린다. 채소 껍질의 영양도 챙긴다.



주의할 점



1. 깨끗이 씻어 먹기


껍질째 먹으려면 먼저 깨끗이 씻어야 한다. 과일과 채소의 잔류 농약은 5~10분 이상 물에 담근 후 흐르는 물에 헹구면 대부분 제거된다. 식초나 베이킹 소다를 이용해도 좋다. 흔히 농약 때문에 과일과 채소 껍질을 먹기 꺼려 하지만, 껍질이 몸속 중금속과 노폐물의 배출에도 도움이 된다.



2. 꼭꼭 씹어 먹기


부드러운 알맹이만 쏙쏙 빼먹듯이 대충 씹어 삼키면 당연히 소화시키기 어렵다. 소화라는 것은 첫째로 입에서 시작되는 것. 충분히 씹어 침이 잘 분비되도록 해야 한다. 잘게 씹은 음식을 삼켜야 위에 부담이 적다.


 건강 상태에 따라 소화력의 차이가 있으므로 함부로 따라 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우리가 껍질을 소화하기 어려운 이유는 줄곧 부드러운 음식만 먹어온 탓이다. 책 <식탁은, 에피쿠로스처럼>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가공된 음식들은 어른을 위한 이유식에 가깝다.' 깊이 공감하는 바다. 오늘날 우리는 지나치게 부드러운 음식만 섭취하고 있다. 과일도 알맹이만 먹고, 쌀도 껍질을 벗긴 백미를 먹고, 고구마나 감자도 껍질을 벗겨 먹는다. 빵, 케이크, 푸딩 같은 부드럽고 달콤한 디저트가 넘쳐 난다. 지나치게 가공된 음식밖에 없다.


부드러운 음식만 먹다 보면 자연스레 거친 음식은 먹기 힘들어진다. 나 역시 그러했다. 껍질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껍질은 버리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거친 음식이 익숙해졌다. 자연스러워졌다.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먹을 수 있는 걸 왜 버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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