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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Oct 02. 2023

소식이 꿈입니다


내가 간소한 생활을 꾸려나가며 한 가지 바라는 점, 이상향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소식하는 것이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소식하는 게 꿈이다. 꿈이란 어렵고 간절히 원하는 것이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소식은 꿈에 가깝다. 예전처럼 다양하고 새로운 음식에 대한 욕구는 줄었지만 내가 먹는 이 단순하고도 맛있는 음식을 충분히 즐기고자 하는 욕심은 남아 있다. 탐식과 절제 사이에서의 고민은 내가 버리지 못한 것 중 하나. 음식 앞에서는 아이처럼 맑아지고 솔직해진다. 나는 이것이 인간으로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은 필요한 만큼만 먹는 것이다. 언제부터 필요한 만큼만 먹는 일이 어려워진 것일까. 어쩌다 우리는 지나치게 먹기 시작한 것일까. 나도 탐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낱 인간임을 고백한다. 다만 달라진 바가 있다면, 머릿속에 끊임없이 맛있는 음식이 떠오르고, 어떤 음식을 먹지 못해 참고 괴로워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먹지 않는 음식도 언제든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생각하면 맛에 대한 집착이 옅어진다. 그토록 갈구했던 음식들도 이제는 자연스레 먹고 싶지 않은 것들이 되었다.


나는 그 힘이 음식이 가진 본연의 힘에 있다고 믿는다. 음식에는 비슷한 성질의 것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자연스러운 음식을 먹다 보면 계속해서 자연스러운 음식을 먹게 되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다 보면 계속해서 자극적인 음식을 좇게 된다. 나는 그 끌어당김을 수도 없이 경험했다. 때로는 담백하고 순수한 음식으로 안정을 찾았다가도 이따금 한 번 맛본 자극적인 맛에 또다시 이끌리는 것을 수차례 겪으면서 인간의 의지란 참으로 나약함을 깨달았다.


우리가 끊임없이 탐식으로 괴로운 것은 어쩌면 우리의 의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강한 기운으로 끌어당기는 음식의 맛에 쉽게 길들여지기 때문이다. 자극적이고 인위적인 맛은 음식과 연결되어 있는 우리의 정신과 감각을 둔하게 만들고 오로지 새롭고 더욱 자극적인 맛만을 좇게 만든다. 반면 맑은 음식은 순수한 미각을 되찾아 주고 의식이 맑게 깨어나게 한다. 맑은 음식을 가까이하면 많은 힘을 들이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의식과 조화로운 음식을 자연스레 찾게 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매일 먹는 소박한 음식에 만족할 수 있으므로 다른 음식에 부러 욕심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소식해야 된다고 스스로를 압박하면 그에 대한 반발심으로 더 많은 음식을 탐하게 된다. 갇혀 있는 생각이 몸에 나쁜 음식을 먹는 것보다 더 해로운 것임을 지난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렇기에 조바심을 갖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 언젠가 소식도 의식에 따라 자연스레 생활과 삶으로 스며들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바라면 애써 나를 채찍질하지 않아도 원하는 바에 닿을 수 있을 터다.


인간의 미각은 인간이 가진 고유의 능력으로 향유할 수 있는 최대의 기쁨 중 하나다. 음식은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세상을 보다 아름다운 시선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되어 준다. 쌀밥 한 그릇에 충만한 기쁨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오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 생명들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음식은 비울수록 만족이 크다는 것. 자고로 욕심은 채울수록 끝이 없다는 것을, 나는 단순한 음식에서 감사하는 삶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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