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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Nov 01. 2023

먹고 싶으면 참지 말고 먹자

자연식물식을 지속하는 방법


2021년 10월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고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나는 변함없이 자연식물식을 하고 있다. 초반에는 치킨, 라면, 빵, 과자, 젤리 등 이전에 좋아하던 음식을 탐하고 맛보며 경계를 넘나들기도 했다. 날이 갈수록 일탈과 식탐도 줄어들었고, 1년이 지나자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지금은 어제 먹었던 음식을 오늘도 먹고 내일도 먹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매일 자연식물식을 생각하지 않으며 먹고 싶은 음식 때문에 괴로워하지도 않는다. 자연식물식은 이제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되기까지 자연식물식을 지속할 수 있었던 나름의 방법들을 이 글에 담았다. 오늘도 먹거리와 고군분투하고 있는 당신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먹고 싶으면 참지 말고 먹자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먹는다. 참거나 누르면 언젠간 터진다. 건강에 해로운 음식보다도 자꾸만 틀에 가두는 생각이 더 해로울지 모른다. 라면이 먹고 싶을 때, 설탕이 들어간 빵이 먹고 싶을 때, 기름이 발라진 조미김이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다면 그냥 먹는다. 정면돌파다. 먹고 싶을 때 참지 않고 먹었더니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아 졌다.


내 몸과 마음은 하나다. 내가 원하는 음식이 있다면 기꺼이 먹는다. 부정하는 순간 나와 내가 싸우게 된다. 그것을 먹었다고 스스로 자책하지 않고 금방 돌아오리라는 믿음이 있으면 한두 번 다른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열린 마음을 갖자.


다시 먹어보면서 정말 원하는 맛이었는지를 확인하고 식사에 대한 만족감을 파악하고 어떤 점이 좋고 나쁜지를 알게 된다. 그렇게 경험치가 쌓여 가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얘기한 게 아니라, 이론으로 배운 게 아니라, 나의 데이터가 쌓이는 것이다. 설탕은 이래서 안 좋고, 기름은 이래서 안 좋고, 백미는 이래서 안 좋고, 밀가루는 이래서 안 좋다는 이야기... 달라진 몸에서 그 음식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체감해 보는 것도 좋은 공부다.


좋은지 나쁜지 꼭 먹어봐야 알까? 물론 그 음식들을 더 이상 먹지 않고 계속 자신이 설정한 건강한 음식들만 먹으면서 살 수도 있다. 그런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자꾸만 생각나는 음식이 있고 계속해서 다른 음식을 원한다면 일단 먹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나를 먹으면 둘을 먹게 되는 '연쇄 작용'이 두려울 수 있다. 실제로 자극적인 음식에는 중독을 부르는 첨가물과 성분들이 들어가 있으니까. 하지만 자연식물식을 일정 기간 잘해왔다면, 순수한 입맛을 가져봤다면, 며칠 다른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과거의 식습관으로 쉽게 돌아가란 법은 없다.


정말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을지 말지 고민할 시간에 빨리 먹고 빨리 후회하자. 실패로 배우는 걸 왜 두려워하는가. 평생 먹어온 식습관이 있는데 하루아침에 바뀌기를 기대하는 건 욕심이다. 적극적으로 실패하고 나의 데이터를 쌓자.




직접 만들어 먹자


요리를 못했던 사람도 자연식물식 요리는 쉬울 것이다. 찌기, 삶기, 굽기. 음식을 간단하게 가열하는 수준이라 누구나 할 수 있다. 기존에 즐겨 먹던 음식도 충분히 자연식물식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자연식물식을 하고 순수한 입맛으로 돌아왔다면 기름, 설탕, 각종 양념과 소스 없이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현미 떡이나 현미, 통밀로 만든 국수, 파스타, 빵 등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고 기름 없이도 잡채, 전을 만들 수 있다.




자연식물식이라는 틀에 갇히지 말 것


현미가 없으면 백미도 먹는다. 백미로 만든 떡도 먹을 수 있다. 여러 가지 과일을 한 번에 같이 먹을 수도 있고 식후에 과일을 먹을 수도 있다. 매번 잎채소를 챙겨 먹지 않을 수도 있다. 백미보다 현미가 좋고, 과일은 하나만 먹거나 식전에 먹어야 소화가 잘되고, 잎채소를 곁들여 먹는 게 좋더라도 가끔 다르게 먹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틀에 갇히는 순간 벗어나려고 하는 게 사람의 심리다. 무슨 음식이든 언제든 내가 원할 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토록 먹고 싶던 음식도 아쉽지 않다. 상황에 따라 다른 음식을 먹어야 할 수도 있고 언제든 이 식단도 그만둘 수 있다. 자연식물식은 선택이지,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비건으로 정하는 순간 비건이라는 틀에 갇힌다. 자연식물식도 마찬가지다. "가공식품은 먹으면 안 돼" "흰밥은 먹으면 안 돼" "설탕은 먹으면 안 돼" "기름은 먹으면 안 돼" 모두 다 자신을 가두는 것이다. 습관이 되고 오롯이 자신의 것이 되면 자연스레 그런 음식들을 멀리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그 음식들을 먹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될 수 있다.


자연식물식의 이점을 알고 건강한 식사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 왜 자연식물식을 하는지 확실한 이유가 있다면 잠시 흔들려도 계속할 수 있다. 한순간 예전에 먹던 음식을 먹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과거에 가지고 있던 식습관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체득한 식습관으로 돌아온다.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회복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그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의 빈도도 줄어든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유연성과 회복탄력성이다.




영양 따지지 말고 먹자


비타민, 철분, 아연, 마그네슘, 오메가-3... 머리 아프다. 그럴 시간에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자. 제철 과일과 채소만 잘 챙겨 먹어도 영양은 절로 따라온다.


자연식물식은 보통 건강을 계기로 시작하게 된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건강에 대한 과한 집착이 생기기도 한다. 자연식물식, 영양학과 관련된 책을 한 권이라도 읽었다면 필요한 지식은 충분하다. 우리가 먹고사는 데 그렇게 많은 영양학적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과거에 라면, 배달 음식,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었다면 지금 얼마나 건강한 음식으로 식탁을 채우고 있는지를 생각하자. 성장기가 아니라면, 질병이 없다면, 매끼 영양을 고려하여 식단을 꾸리지 않아도 된다. 밥은 매일 먹어야 하는데 매번 영양을 따져가며 먹는다면 몹시 피곤하다. 가볍게 먹자. 그리고 감사히 먹자.




고급 입맛에 자부심을 갖자


자연식물식을 하는 사람은 고급 입맛을 가진 미식가다. 담백한 입맛에는 아무 음식이나 먹어도 맛있으리라 여기기 쉬우나 사실은 그 반대다. 오히려 예전에 먹던 짜고 맵고 달고 기름진 음식을 다시 먹었을 때 대개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과일과 채소를 가공하지 않고 먹으면 맛을 느끼는 감각이 예민해진다. 잎채소의 짠맛과 당근, 양배추, 양파의 단맛을 확실히 느낀다. 과일은 설탕, 시럽 없이도 충분히 달고 채소는 그 자체로도 맛이 풍부한 걸 알 수 있다. 이 섬세한 감각을 즐기고 누리자.


순수한 입맛은 우리가 태생부터 가졌으나 잠시 잃어버렸던 것이다. 되찾았다면 기뻐하자. 단순한 음식으로도 만족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미식이다. 그러니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실패하라



우리는 늘 실패하길 두려워한다. 세상에는 직접 겪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많다. 넘어지고 후회하고 실패하는 경험들은 진짜 내 경험이 된다. 모두 피와 살이 되고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음식에서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음식 앞에서 무너진다고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을 먹을 것이냐를 선택하는 결정권이 나에게 있다는 알아차림만 놓지 않는다면 우리는 음식 앞에서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렇게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 말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건강한 식습관으로 가는 훌륭한 토대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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