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결 Nov 03. 2023

질병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돌이켜 보면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이라는 질병은 삶이 준 선물이었다. 당장 음식을 삼키는 게 힘들 정도로 몸이 아프지 않았다면, 나는 계속 나의 몸과 정신을 방치하며 살아갔을 것이다. 그러다 더 큰 병을 키웠을지 모른다.


생명이 위급한 질병은 아니었으나 당장 일상생활이 힘들어졌다. 바로 먹는 문제와 직결되었기 때문이다. '먹는다'는 건 삶의 근간을 이루는 행위이다. 내가 아팠던 이유는 내가 아무렇게나 먹었던 음식이 내 몸이 되었고, 아무렇게나 대했던 몸이 지쳐서 한계를 드러낸 것이었다.


건강만큼 중요한 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질병은 위기가 아니라 새 삶을 살 기회이다. 위기를 현실로 직시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지속가능한 식생활을 꾸려나가기로 결심했고, 자연식물식이라는 새로운 식습관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다.


먹는 음식이 바뀌자 삶이 달라졌다. 건강한 먹거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공부하며 먹거리가 상품이 되어버린 현대사회의 진실과 식품으로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있는 생명에 대한 착취를 목격했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오늘 내가 먹는 한 끼는 세상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먹는 음식이 달라지자 보이지 않던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명 존중과 자연과의 연결감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온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식탁에 올라오는 모든 음식이 음식 이전에 생명이었음을 모르고 살아왔다. 허투루 먹지 않는다는 건 다른 생명에 대한 존중이자 나라는 생명에 대한 존중을 의미한다. 맛으로만 먹던 음식을 존중과 감사로 바라보게 되었다.


자연식물식을 하자 신체 변화를 알아차리는 감각이 살아났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나의 변화를 알아차리기 시작하며 나는 비로소 생동감 넘치는 삶,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고 느꼈다. 나는 나의 전문가, 내 삶의 주인공이 되어 갔다. 매일 먹는 한 끼는 오늘 하루에 임하는 나의 자세를 증명한다.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해 안다는 건 내가 어떤 존재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으며,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오늘 주어진 하루와 생명에 감사하며 살고자 한다.


중요한 건 자연식물식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자연식물식이 정답도 아니다. 음식이 왜 중요한지, '먹는다'는 행위가 왜 중요한지를 알고 행동하는 것이다. 생명의 토대가 되는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우리 몸은 하나로 연결된 유기체다. 나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이 곧 나를 소중히 하는 일이자 다른 생명을 돌보는 일이다. 어느 것도 특별하지도 사소하지도 않다는 마음, 어느 것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삶의 자세를 지켜나가고 싶다.


질병이라는 위기는 언제 찾아올 지 예측할 수 없다. 건강한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열심히 운동을 한다고 해서 모든 병을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최선을 다하는 것, 즉 오늘 하루를 건강하게 보내는 것이다. 위기 속에서 우리는 시련을 어떻게 마주 보고 극복하느냐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가 끝내 지켜가야 하는 건 좌절하지 않고 오늘의 삶을 살아갈 용기와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먹고 싶으면 참지 말고 먹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