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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Oct 31. 2023

스트레스 없이 살기

마음 미니멀리즘


"스트레스 받지 마."


그게 마음처럼 되면 얼마나 좋을까.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말은 크게 위로가 되지 못한다. 마치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할 일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문제가 생긴 것처럼,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잘못이라는, 당사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틀린 말은 아니다. 고통이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모든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최소한 줄일 수는 있다. 그리고 해소할 수가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해소해서 심적 괴로움을 최대한 덜어내는 것이다.


이전에 비하면 나는 지금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있다. 우선 외부 요인을 많이 줄였다. 외부 자극을 줄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가령 힘든 일을 그만둔다거나, 나와 잘 맞지 않는 애인과 헤어진다거나, 불편한 지인과의 만남을 자제하는 등 외부 환경을 바꾸는 것이 첫 번째다. 물론 이 같은 정공법은 말처럼 쉽지 않다. 더 쉬운 방법은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서 발생하는 일을 받아들일 때 마음가짐을 바꿈으로써 자극을 고통으로 내면화시키지 않는 것이다.


마음가짐의 기본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가장 먼저 다른 사람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타인의 생각과 행동은 통제할 수 없는 대상이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 하기 때문에 갈등과 스트레스가 생긴다. 나는 가족도 친구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의견을 피력하거나 잔소리나 조언을 하는 일을 삼간다. 타인의 일에 쉽게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없다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안하다. 통제할 수 없는 대상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대신 통제할 수 있는 나에 집중하는 것이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통제할 수 있는 나를 대하는 방법은 바로 틀에 갇히지 않는 것이다. 일과 생활에서 배우는 새로운 방식들은 목표가 아닌 도구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순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받아들인 미니멀라이프, 제로웨이스트, 자연식물식도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때문에 어떤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다. 원칙이란 예외를 인정할 때 비로소 지켜지는 것이다. 원칙이 절대로 어겨서는 안 되는 규율이 될 때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어떤 일에서든 유연한 자세를 견지하려고 하면 고정된 방식에 사로잡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스스로 가둔 틀에 갇히는 것이야말로 사서 고생하는 일이다.


외부 자극을 줄인다고 해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나만의 방법이 꼭 필요하다.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걸로 풀었다. 혹은 재밌는 영상을 시청하거나 귀여운 동물이 나오는 영상을 봤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귀여운 이미지는 달콤한 솜사탕이 녹는 것처럼 일시적이었다. 즉각적인 기분 전환은 자극을 더 강한 자극으로 덮어버리는 것일 뿐 쌓여 있는 감정을 해소시키기엔 부족하다. 지금은 새로운 자극을 더하기보다는 청소, 산책, 독서, 글쓰기 같은 활동을 통해 정체된 내면을 비워내는 일에 집중한다.


가만히 앉아 명상을 하는 것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기분이 처지거나 머릿속이 시끄럽고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는 청소를 한다. 주방 청소가 제격이다.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주방 선반까지 깨끗하게 닦고 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가끔은 마음속 묵은 때를 벗겨내듯 창틀의 먼지를 닦아내기도 한다. 청소는 가장 쉬운 기분 전환법이다. 지금 당장 처한 일을 해결하진 못해도 어질러진 마음을 추스르는 데는 청소만 한 일이 없다. 걷기도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다.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서는 과정이 귀찮아도 막상 집 밖을 나와서 걷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산책을 즐기고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돌아온다.


독서와 글쓰기는 심리적 안정감을 지탱해 준다. 책을 읽을 때는 하루 중 유일하게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다. 글을 읽고 쓸 때 마음 상태가 가장 고요하며 안정적이라고 느낀다. 독서란 채우는 것이 아닌 비워내는 행위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혼자 끌어안고 있던 생각과 감정들이 작가가 표현한 문장으로 뱉어내어지는 것만 같을 때가 많다. 책에서 발견하는 사유는 흩어져 있던 상념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역할을 한다.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내면을 비워내는 데 도움이 된다.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글쓰기는 하지 않지만, 분노가 끓어오르고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어디에도 터놓지 못해서 속이 썩어 들어갈 것 같은 일이 생긴다면 종이나 스마트폰 메모장에 휘갈겨 쓴 다음 쓰레기통에 버리기로 했다. 아직까지 이 방법을 써 본 적은 없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염두에 두고 있는 처방이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면서 놓치기 쉬운 감정이 우울과 슬픔이다. 이따금 우울 시계가 켜지면 시를 쓴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정서가 한 편의 시에 담긴다. 시라는 일기장을 가지고 한 번씩 펼쳐 보곤 한다. 비빌 언덕이 있다는 것만으로 갈 곳 잃은 마음이 제자리를 찾은 듯하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외부 요인보다 내면의 문제일 때가 많다. 다른 사람을 바꾸려 하지 않는 것처럼 나 자신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연습을 한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과 본모습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일도 좋지만, 때로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듯 나 자신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보듬어준다면, 내가 나에게 가장 든든한 내 편이 되어준다면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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