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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Nov 04. 2023

친구 없이 살기


나는 친구가 많이 없다. 연락을 하고 만남을 갖는 친구는 딱 2명 있다. 한 명은 초, 중, 고등학교를 함께 나온 친구, 한 명은 고등학교 친구다. 다른 친구들은 자연스레 멀어졌다. 고등학교 친구는 타지에 살고 결혼을 해서 이제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비교적 자주 만나던 다른 친구와도 지금은 일 년에 한두 번 만난다. 대부분 혼자 시간을 보낸다. 그렇다고 특별히 외롭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일대일 만남은 편하지만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건 불편하다. 사회성을 학습했기에 사람들과의 만남에 있어서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지만, 낯선 사람들과의 사적인 만남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동아리, 모임, 동호회 활동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만난 사람들과는 친구로 발전되지 못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지금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자는 쪽이었다. 그래도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먼저 다가갈 때도 있다. 하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 만남 자체가 피곤한 사람과는 애써 관계를 이어가려 하지 않는다. 맺고 끊음이 보다 확실해지면서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줄었다. 교우 관계를 비롯하여 인간관계가 주된 고민이었던 건 이제 옛일이다.


혼자인 게 편하다. 혼자 밥을 먹는 것도, 산책도 쇼핑도 여행도 혼자 하는 게 익숙하다. 혼자가 편하다는 말은 친구가 없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냥 혼자 있어도 편안하다는 뜻이다. 혼자 있는 상황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혼자인 게 편한 사람이 있는 반면,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편한 사람이 있다. 전자인 나는 혼자 있으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늘 사람들과 만나느라 바쁘고 외로워서 연애를 쉬지 않는 친구를 보며, 그저 나와 반대되는 성향의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여전히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단지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만남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며, 외로움을 결핍의 감정으로 이해해서는 결코 안정감을 찾을 수 없다는 걸 경험했을 뿐이다.


늦은 나이에 복학하여 자발적 '아웃사이더'를 자처한 대학교 시절을 제외하면, 감사하게도 어려서부터 친구가 없었던 적은 없다. 친구가 전부인 10대를 외롭지 않게 보냈다는 사실과 함께한 이들과 함께한 시절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누구에게나 '시절 인연'이 있다. 추억 속의 사람들은 모두 시절 인연이니. 흔히 시절 인연이라는 말에는 아쉬움이 담기는 듯하다. 그래서 아련한가 보다. 나는 이 말이 슬프지만은 않다. 시절 인연이라는 말은 아름다운 말이다. 함께한 시간을 추억의 한 페이지로 간직할 수 있게 해 준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고마워 하자.


칼릴 지브란의 시 <우정에 대하여>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친구와 헤어질 때 아쉬워 말기를." 친구와 헤어짐을 아쉬워 말자. 사람들이 시절 인연을 떠올릴 때 아쉬움보다는 감사가, 후회보다는 미소가 대신 자리했으면 좋겠다. 꼭 붙들려고 쥐고 있는 손으로는 다른 손을 잡을 수 없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따라서 모두가 소중하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곧 인연을 소중히 하는 마음이다.


좋은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관심과 시간과 애정을 쏟아야 하는 대상은 따로 있다. 바로 나와의 관계다. 나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가장 큰 균열이 생긴다. 나와 사이가 좋지 않으면 타인과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다. 외부에서 관계를 맺기보다 중요한 건 나와의 관계를 돈독히 다지는 일이다.


사람이 외롭다고 느낄 때는 자기 자신과 친하지 않을 때다. 나는 나와 함께 있고 싶지 않을 때 외로움이 찾아온다. 외롭다는 걸 자각할 때면 왜 나와 멀어지고 싶은지, 지금 나의 어떤 모습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사실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나와 친해지는 일이 무엇보다 어렵다. 아직은 서툴러서 투닥거릴 때가 많다. 서먹한 사이에서 언젠가는 베스트 프렌드가 되기를 바라본다. 내가 나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기를.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이유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 나태주, <혼자서 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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