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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Nov 07. 2023

편견 없이 살기

마음 미니멀리즘


내게는 이런 편견들이 있었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브런치스토리 독자들은 가벼운 글을 좋아한다, 블로그 이용자는 긴 글을 읽지 않는다, 사람들은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다, 대중은 냉소적이다... 이 편견들이 어느 정도 보편적인 사실이라 해도 내가 그렇게 믿는 것과는 별개의 의미를 가진다.


나는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SNS를 하지 않은 이유는 필요가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쉽게 휩쓸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SNS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날 내 행복을 지킬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블로그와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에서 글을 쓰고 최근에는 스레드와 X를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나를 드러내고 있다.


SNS가 득이냐 실이냐에는 콘텐츠 소비자와 생산자의 차이가 존재한다. 누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편견은 사람들의 말만 듣고 믿어버린 생각이다. 낡은 생각을 과감히 버리고 직접 경험해 보기로 했다. 무엇이든 경험하지 않고서는 아직 모르는 일이니까.


네이버 블로그에서 일반적으로 긴 글은 잘 읽히지 않는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일상 글이 인기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짧은 글을 선호한다고 해서 계속해서 짧은 글만 쓴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가벼운 이야기만 좋아한다고 해서 계속해서 가벼운 글만 쓴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긴 글과 가벼운 글만 좋아하도록 나도 그 흐름에 일조하는 게 아닐까? 정말로 내가 가진 편견 대로 세상이 돌아가게 될지 모른다.


사람들의 입맛에만 맞추려고 하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말, 꼭 해야 하는 말은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때로는 잘 닦은 알맹이보다 넓은 도화지에 펼쳐서 그려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다. 모든 글이 짧고 가벼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짧고 가벼운 글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같을 수는 없다.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는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 밖의 영역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사람들이 일회용품을 함부로 쓰고, 배달 음식을 즐겨 먹고, 쇼핑을 즐기고, 물건을 쉽게 사고 버리는 것 같다. 사람들은 제 욕심을 채우기 바쁘고, 자기만족과 행복만 추구하며 사회의 사각지대나 복지에 관한 문제에는 관심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나의 그릇된 편견이길 바란다. 애써 드러내지 않을 뿐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역할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부족하지만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조금씩 나아지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세상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나는 지금 바뀌지 않는 모습을 찾기보다 변화의 움직임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그 움직임과 함께해야 하지 않을까. 달라지지 않는 모습에 실망하기보다 내 역할을 먼저 다해야 한다.




내가 지운 편견은 나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두 지난날의 나의 모습이다. 블로그 검색을 했을 때 긴 글은 제대로 읽지 않고 뒤로 가기를 눌렀다.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나와 관련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일에는 목격한 순간에만 공감할 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내가 선을 그은 사람들은 결국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편견이란 타인과 세상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이다. 편견은 사회적 관념이 학습된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스스로 만든 고립된 생각이기도 하다. 편견은 타인과 세상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나를 가두는 그릇이 된다. 틀에 갇힌 생각으로 타인과 세상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세상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눈을 가리는 편견을 벗는 것이 먼저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다르기에 세상은 아름답다. 내가 가진 편견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세상의 온기야말로 내가 세상에 바라는 게 있다면,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남겨 주고 싶은 유일한 가치일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가리는 편견들을 하나둘 벗어던져 본다.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보기 위해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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