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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Nov 11. 2023

완벽주의 없이 살기

마음 미니멀리즘


나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아이러니한 점은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한 사람은 어떤 일을 쉽게 시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완벽히 해내지 못할 것 같으면 시작도 하지 않는다. 잘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 잘할 수 있는 일에만 매진한다. 나의 특징이었다.


완벽주의는 글을 쓸 때 더욱 두드러진다. 글을 쓰기 시작하며 완벽을 향한 집요함이 더욱 예민해졌다. 퇴고를 많이 하는 습관이 있다. 글을 써 내려가는 시간보다 수정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도 한다. 글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은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 읽고 또 읽는다. 오탈자를 점검하고 문맥이 매끄럽고 간결하게 글을 다듬는다. 때로는 한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수차례 글을 고친다. 기본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때로 글의 본질보다는 형식에 치우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지나친 자기 검열의 문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의 80%의 힘만 발휘하라는 말이 있다. 20%는 다음을 위해 아껴 두라는 것.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100% 혹은 120% 그 이상의 에너지를 쏟아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가 있다. 때로는 100%의 힘을 발휘했을 때보다 80%의 힘으로 한 일이 더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심혈을 기울인 한 편의 글보다 힘을 빼고 써 내려간 글이 더욱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무엇보다 매번 모든 에너지를 사용하면 오래 지속할 수가 없다.


결국은 무엇에 만족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내가 어떻게, 얼마나 해야 만족할 수 있는지, 나의 만족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지를 정확히 하는 게 먼저다. 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스스로 만족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내가 좋아하는 일과 내가 해야 하는 일에서 만족을 어떻게 얻어야 할지를 고민했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매진해온 사람들에게서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바로 매일 그 일을 계속하는 것. 꾸준함의 비결에 대해 모두 '그냥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다.


행동 자체를 만족과 보상으로 삼기로 했다. 결과가 아닌 목적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글쓰기의 목표를 좋은 글이 아닌 글을 쓰는 행위로 삼았다. 매일 글을 쓰는 것으로 만족을 찾기 시작했다. 매일 꾸준히 글을 쓰면서 '그냥 하기'란 맹목적인 일이 아니라 그 일을 함으로써 이미 목적을 달성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매일 글쓰기로 글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씩 덜게 되었다. 글을 쓰는 일은 습관에 맡기고 나는 새로운 글의 화자로서 이야기하고 퇴장한다. 마감 시간을 정해 두고 최대한 그 시간 안에 마무리함으로써 내 글에서 흠을 찾아내려는 습관을 내려놓고 있다. 좋은 글을 쓰려는 욕심도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 좋은 글을 쓰기란 어렵다. 좋은 글이란 매일 글을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나에게 어느 날 찾아오는 선물 같은 게 아닐까.


"대충하자."


이따금 내가 한 글을 오래 붙들고 있을 때, 매사에 집요해질 때마다 마음속으로 되뇌는 말이다. '대충의 미덕'으로 완벽하려 애쓰는 나와의 균형을 맞춘다. 내가 모든 에너지를 쏟지 않도록, 그래서 지치지 않을 수 있도록, 내가 나를 몰아세우지 않도록,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마음이 스러지지 않도록.


세상 그 무엇도 완벽할 수 없다. 완벽하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음과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것만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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