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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Nov 14. 2023

과식 없이 살기

푸드 미니멀라이프


나는 폭식을 했던 경험이 있다. 먹고 토한 적은 없지만 한 번씩 가슴 통증이 생길 정도로 지나친 폭식을 했었다. 오래전부터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던 습관이 있었다. 심할 때는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계속 먹기도 했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고도 폭식을 했다. 한동안 소화 불량으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을 때 잃어버렸던 식욕이 뒤늦게 터지고 말았다. 그 상황에서 동물성 식품, 가공식품, 기름, 설탕이 제한된 식이를 한 까닭에 일종의 박탈감을 느꼈던 것 같다.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대한 반발심이 폭식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정서적 허기가 크게 작용했다. 내가 폭식을 멈출 수 없었던 이유는 마음이 허기졌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허전한 마음을 채우고자 했다. 안타깝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었다.


독서를 하며 마음의 양식을 얻고 안정감을 찾아갔다.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습관도, 폭식으로 인해 망가진 몸도, 그런 나를 자책하고 미워하는 마음도 하나둘 비워내기 시작했다. 언제든 내가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자 음식에 대한 집착도 줄어들었다. 내가 포기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포기함으로써 얻는 만족감으로 변화하며 식생활도 차츰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음식 철학이 정립된 이후로는 폭식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내가 식욕이 제어되지 않을 때는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앞두고 있을 때다. 갑자기 식욕이 강해졌을 때, 안 먹던 음식이 당길 때면 생리 전 증후군임을 알게 된다. 호르몬은 신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이기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먹고 싶은 대로 먹게 둔다. 그렇다고 일탈을 하지는 않는다. 늘 먹던 음식을 조금 더 짜게 먹거나 더 먹는 정도다. 평소 식습관에 따라 예외적인 상황에서도 대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과식할 때 체크 리스트



1. 식사에 집중하며 먹었는가?

2.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있었는가?

3. 몸에 필요한 음식인가?


평소 음식을 먹을 때 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먹기만 한다. 밥을 먹으며 딴생각에 빠져 있거나, 바쁜 일이 있어서 급하게 먹거나, 다른 일을 처리하면서 과일을 먹으면 음식을 먹고도 허전한 마음이 들곤 한다. 식사에 집중하지 않으면 식사의 만족감도 떨어진다. 기본에 충실했는지를 가장 먼저 점검한다.


그런데도 과식을 했다면 최근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있었는지 떠올려 보자. 잠이 부족해서 피곤한 경우에도 과식할 수가 있다.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 요인을 찾고 내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 내 감정에 소홀할 때 식욕과 음식에 대한 충동이 내가 놓친 심리 변화를 확인시켜주기도 한다. 그래서 과식을 꼭 나쁜 신호로만 해석하지 않는다. 내가 나를 살필 수 있도록 몸이 보내는 고마운 신호로 받아들이고 적절한 해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몸은 필요로 하는 음식을 요구한다. 밥을 먹었는데도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갑자기 안 먹던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면, 몸에 꼭 필요한 영양이나 음식이 충족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주의할 점은 갈증을 배고픔으로 착각하지 않는 것이다. 가장 먼저 물을 충분히 마셨는지 확인한다. 짠 음식이 당기면 염분이 부족하다는 신호, 단것이 당기면 피로하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려면 매일 내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몸의 변화에 귀를 기울이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는 감각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맑은 음식을 가까이하고 인위적이고 자극적인 음식을 멀리해야 한다.




이제는 떡볶이도 치킨도 어묵도 아쉽지 않지만, 과식에 대한 해결과제는 남아 있었다. 그러다 최근 소금을 챙겨 먹기 시작하며 식욕이 잡혔다. 같은 양을 먹는데도 포만감이 다르다. 여전히 입맛도 살아있고 밥도 항상 충분히 맛있게 먹을 뿐 과식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음식을 비움으로 깨달은 건 무엇보다 나를 제한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필요한 만큼만 먹는다'는 생각을 몸이 따라주지 않아 속상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더 이상 음식으로 나를 괴롭히고 싶지 않다. 내 몸이 시키는 대로 먹는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다. 맑은 음식의 힘과 나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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