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없이 살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결 Nov 21. 2023

인정욕구 없이 살기

마음 미니멀리즘


온라인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며 나는 나도 모르던 내면의 인정욕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인정욕구란 눈에 보이는 성공과 실적에 대한 타인의 칭찬과 인정을 바라는 욕구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에게 착한 아이이고 싶은 마음, 자녀에게 좋은 부모이고 싶은 마음, 친구에게 좋은 친구이고 싶은 마음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좋은 말만 하는 행동도 모두 인정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동안 내가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개의치 않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음을 최근 알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주변으로부터 인정욕구가 채워지지 못했던 것 같다. 학창 시절 제법 공부를 잘했을 때도 부모님으로부터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공모전에서 큰 상을 수상했을 때도 가족으로부터 축하를 받지 못했다. 첫 직장에서 퇴근 후 직종과 관련된 자격증 공부까지 하는 열성적인 신입 사원의 노력을 누군가가 알아주길 내심 바랐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오래도록 다른 사람들의 인정에 목말라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SNS 활동이 숨죽이고 있던 내면의 인정욕구에 불을 지핀 게 아닌가 하고.


심리학자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에 따르면 인정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에 앞서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다. 우리는 '생리적 욕구'와 '안전욕구', '소속과 애정의 욕구'가 다 채워지고 나면 다음 단계인 '인정과 존중의 욕구'에 대한 결핍을 느낀다.


책 《인정욕구》의 저자 에노모토 히로아키는 인정욕구는 버리는 것이 아니라 채우는 것이며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인정욕구에서 비롯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과 유능한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은 우리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인정욕구에 휘둘리기보다 그것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책의 논지였다.


SNS는 인정 중독을 낳는다. 우리는 SNS를 통해서 자기 효력감을 얻기 쉬워졌지만 타인의 반응을 더 의식하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SNS는 신경 써야 할 사람을 늘리는 도구이며, SNS를 할수록 타인의 시선이라는 덫에 갇히기 쉽다는 게 에노모토 히로아키가 말한 SNS의 폐해였다. 공감하는 바다.


'나도 인정 중독에 빠진 게 아닐까?' 그런 고민으로 한동안 골몰했던 때가 있다. 블로그와 브런치스토리에서 공감, 라이킷, 댓글, 구독, 조회 수로 시시각각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내 글을 평가하곤 했다. 어느새 자기만족의 영역을 넘어 타인의 인정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지점이 온 것 같았다. 사람들의 반응에 초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외부의 자극과 내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처음에는 도움을 주고 싶다, 지난 경험에서 배운 것을 나누고 싶다,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마음 저변에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좋은 일을 하는 것과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에는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간극을 깨닫고 나서야 순수한 마음은 아니었다고 고백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나의 욕구를 채우기 위함이었다고. 좋은 글을 쓰겠다는 마음에도 인정욕구가 깔려 있었다. SNS가 득이 되었는지 독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답을 내리기 힘들다.


인정욕구라는 것은 다루기 어려운 과제이다. 혹자는 인정욕구를 버리라 말하고 혹자는 채우라 말한다. 버리기도 채우기도 힘든 이 욕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겸손과 인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도 쉽지 않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버리기도 어렵다. '나는 이대로 충분하다'고 되뇌는 것도 자신의 욕구를 무시하는 것만 같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자신의 욕구와 마음 상태를 먼저 인정하는 것부터가 모든 것의 시작일 것이다.


에노모토 히로아키는 "이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살면서 갖게 되는 다양한 인정욕구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한 필연적인 부분이다. 인정욕구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인정욕구 없이 산다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벗어나려 하기보다 자신의 욕구를 인지하고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다.


때로는 어떤 대상으로부터 피하려고 하거나 벗어나려고 하면 더욱더 깊이 빠져들곤 한다.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갈 때면 잠시 몸에서 힘을 빼고 내면을 마주해 보자.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나?'





없이 살기 83. 인정욕구
매거진의 이전글 미움 없이 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