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잃었다. 글쓰기에 재미를 잃었다. 인정한다. 마음이 전과 같지 않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몇 개월 꾸준히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었던 건 루틴 덕분이다. 매일 밥 먹듯이 글을 썼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 어느새 하루 일과,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글쓰기가 습관이 되면 확실히 편하다.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다. 하는 것만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습관으로 만드는 게 효율적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아야 하는 건 취미로 하는 일,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는 점이다. 위기는 흥미를 잃어버린 순간 찾아온다. 전업 작가를 꿈꾼다면 글에 매진해야 하는 게 맞다. 그게 아니라면 순간의 즐거움을 챙길 수 있어야 한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나는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하려는 노력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좋아하는 마음이 다할 때까지만 했다. 멀어지면 뒤도 안 보고 돌아섰다. 좋게 말하면 포기가 빠른 것이고, 다르게 말하면 뒷심이 부족하고 끈기가 없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기에 순간순간 할 수 있는 만큼 즐기고 최선을 다한다.
흥미를 잃으면 새로운 일을 찾아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관심사는 시시각각 변하고 세월에 따라 이동하니까.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걸 붙들고 있는 것보다 변화를 꾀하는 쪽이 더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삶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사는 사람들을 보면 쿨하고 멋져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면 좋아했던 일도 가차 없이 버리는 게 정말 쿨한 게 맞을까?
빠른 포기가 현명한 선택이 될 때도 있다. 그런데 포기하기 전에 한번 더 좋아하려는 마음을 길어 올릴 수는 없을까?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 에세이, 소설 등 평소와 다른 글을 써 보고, 혼자 책 읽는 게 지루하다면 온라인에 서평을 공유하거나 독서모임에 나가보는 것처럼 좋아하는 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도 있다.
무엇이든 상태를 유지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일도 같다. 연애랑 결혼도 그렇지 않나. 처음과 같은 마음일 수는 없지만 지나간 마음을 돌아보며 서로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것. 계속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 그 마음을 지켜 나가려는 일. 그것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우정도 그렇다. 좋아하는 일도 취미도 다를 바 없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에 애정을 쏟고 있으니까.
마음은 좋은 지표가 되기도 한다. 어떤 의무나 역할, 책임감이 동기가 되는 게 아니라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마음만큼 확실한 기준점이 없을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즐기는 게 최고다. 하지만 즐거움은 순간적이고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감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쁨을 이어가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즐기는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즐기는 자'에 어울린다. 당장 그만두고 싶을 만큼 진저리가 난 게 아니라면 좋아하는 일을 계속 좋아하려는 노력을 한번 기울여 보기로 하자. 마음이 식은 것이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건 아니니 말이다.
요즘 시를 짓고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글쓰기를 좋아하는 마음을 길어 올리고 있다.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하나씩 주섬주섬 모아 보니 다시금 마음의 우물이 차오르는 걸 느낀다. 초심은 흩어지기 마련이다. 처음 그 마음이 어땠는지 더듬으며 잃어버린 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