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이 건강에 안 좋다는 말. 과연 그럴까? 그건 혼밥이 문제가 아니다. 건강에 해로운 식습관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다. 나는 2년간 혼밥을 하면서 더 건강해졌다.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피한 까닭도 있지만 식사법을 바꿨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때보다 건강한 혼밥을 즐기고 있다.
내가 하는 혼밥의 특이점은 TV도 스마트폰도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밥만 먹는다. 흔히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이라고도 한다. 몸과 마음으로 음식과 식사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습관이 생긴 건 재작년의 일이다.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으로 탈이 나서 음식을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였다. 식사를 할 때는 되도록 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음식에 집중하려고 한다. 과일 하나를 먹더라도 말이다.
예전엔 먹방을 보면서 밥을 먹거나,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밥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 식탁을 차리기도 전에 밥 먹으면서 볼 영상부터 준비하곤 했다. 항상 재밌는 볼거리가 있어야 했다. 왠지 그렇게 하면 더 맛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눈은 화면에 둔 채 밥을 먹다 보면,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기 십상이다. 음식을 음미하기보다는 입에 넣기 바쁘다. 정신 차려 보면 어느새 그릇이 텅 비워져 있다. 언제 다 먹었나 싶다. 아쉬움에 디저트를 챙겨 온다. 또 자리에 앉아 영상을 보며 달콤한 후식을 즐긴다. 자꾸만 더 먹게 되는 것이다.
'밥 먹을 땐 밥만 먹기' 이 식사법의 효과는 실로 놀라웠다. 음식에 집중해서 먹으면 무엇보다 식사의 만족감이 높다. 포만감도 충분하여 과식을 방지할 수 있다. 음식과 눈을 맞추고 먹으면 더 맛있고 더 새롭고 더 풍부하고 더 만족스럽다. 늘 먹던 음식도 계속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매일 같이 먹는 음식인데도 지루하지가 않다. 혼밥을 더 맛있게 즐기려면 재밌는 영상을 볼 게 아니라 맛있는 음식에 몰입하기만 하면 된다. 고구마에도 결이 있고 싱그러운 사과의 껍질에도 결이 있고 파릇한 상추에도 결이 있다. 손으로 집어먹으면서 들여다보니 과일과 채소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알게 되었다. 음식을 생김새부터 들여다보고 천천히 음미하며 먹으니 미묘한 맛과 식감의 차이까지 섬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음식을 나눠 먹는 것도 하나의 큰 즐거움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밥정'이 있고 사람들과 어울려 먹는 식사 문화가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혼자 하는 식사가 외롭거나 따분할 필요는 없다. 먹는다는 것은 산다는 것인데, 사는 게 지루해서야 되겠는가. 혼밥이라고 식사의 즐거움이 반감되라는 법은 없다. 오고 가는 대화가 없는 정적인 식사도 음식에 집중하여 즐기면 충분히 활기가 넘친다. 식사의 즐거움을 식사의 기본인 음식에서 찾아보자. 만족을 주는 요소는 달리 있지 않다. 혼자 먹는 밥상이라도 이왕이면 대충 때우는 편의점 음식이 아니라 정성스레 차리자. 조금의 수고만 들여도 혼밥도 건강하고 즐거워질 수 있다.
나는 '밥 먹을 땐 밥만 먹는다'는 나름의 규칙이자 하루의 의식을 잘 지켜 가고 있다. 가장 첫 번째로 음식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함이고 음식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기 위함이다. 오늘 식탁에 올라온 생명을 경시하지 않고, 이 밥상을 차린 나에게도 감사함을 잊지 않는 것이다. 식사에 집중하는 건 나의 습관이자, 내가 지키고 싶은 의식이자, 나를 존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밥을 먹는 행위에는
음식과 입만 있으면 된다.
거기에 감사를 더하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