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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보살과 민바람 Jul 31. 2022

[번외편] 진단 전 작성했던 나의 증상 목록

제가 겪은 ADHD 증상에 대해서 연재 글 여기저기에 이야기를 심어두었는데, 한 번쯤 증상을 정리해서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우선 4-5년 전쯤 제가 처음 병원에 방문할 때 직접 작성해서 들고 갔던 증상기록지의 내용을 올려 봅니다. ADHD라는 병을 모를 때도 이상할 정도로 불편하다고 느껴서 적어둔 것들입니다.


여기 적은 모든 것이 ADHD의 증상이라고 단언할 수 없고, 당시 제가 주관적으로 불편을 느낀 것들의 목록입니다. ADHD는 사람마다 증상도 매우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제 증상이 진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을 한 번 더 말씀 드립니다. 이 사람은 이랬구나, 하고 참고하는 정도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시에는 분류 없이 썼는데, 몇 개 꼭지로 나눠 봤습니다. 내용들이 좀 날것입니다.

이중에는 지금 약해졌거나 없어진 습관도 있습니다.




병원 방문 전 기록한 ADHD 관련 의심 증상 목록



 1. 대인관계 관련     


-단둘이 얘기하는데도 집중하지 못해 기계적인 반응을 하거나 못 들은 것을 대강 넘길 때가 많다. 관심 있는 얘기를 듣는데도 자꾸 다른 생각이 끼어들고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수초가 흐른다.

-특히 3명 이상이 함께 이야기하고 있을 때 끼어들어 얘기하기 어렵고 재미없게 느껴 이야기할 의지가 사라진다.

-이야기에 두서가 없고 필요한 정보와 아닌 정보를 잘 가려내지 못한다.

-흐름이나 맥락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꺼낸다.

-설명 들은 것을 잘못 이해하거나 내 말을 타인이 오해할 때가 많다.

-강의를 할 때도 자신과 학생의 말에 잘 집중되지 않는다.

-눈치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말을 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람과 보내는 시간에 쉽게 지치고 혼자 있는 시간이 서너 배 이상은 필요하다.     


+ 말을 할 때는 머릿속으로 단어나 문장을 일일이 떠올려가면서 말해야만 할 수 있고 잘 떠오르지 않아 말하는 게 힘들고 어눌하다. 말이 헛나올 때가 많고 평소 자주 쓰는 말도 자주 더듬는다. 자신의 억양이 부자연스럽다고 느낀다.     



2. 실수 관련 (우당탕탕)     


- 멍하니 다녀서 길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매우 자주 잘못 타거나 내리는 곳을 지나친다.

-물건을 쉽게 망가뜨리고 잃어버린다. 방금 산 물건이 집에 와 보면 없는 경우도 많았다.

-자주 넘어지거나 부딪치고 왜 멍이 들었는지 모른다. (주시하고 있던 내 앞의 사람에게도 걸려서 부딪친다)

-손을 잘 놀리지 못해 물건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매우 많다.

-똑같은 실수를 여러 번 반복한다.

-지금 물건을 어디에 두는지 등 행동을 의식하지 못한 채 행동할 때가 많다. 수년간 강의했지만 여전히 매시간 보드마커를 어디에 놔뒀는지 찾아헤맨다.     



3. 기억 관련     


-직접 경험한 것에 대해서도 며칠만 지나도 자세한 기억을 하지 못 한다. 예전에 봤던 영화나 소설 등의 줄거리를 대체로 기억하지 못한다. 일시를 포함해 숫자와 관련된 기억력이 특히 떨어진다.

-리모콘 사용법, 서랍에 있는 물건의 위치 등 처음 적응하는 것이 금세 배워지지 않고 오랫동안 아무거나 눌러보고 열어보면서 사용한다.

-조금 전에 들은 정보와 지금의 상황을 연결지어 생각하지 못한다.          



4. 학업 관련     


- 중고등학교 때 거의 모든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공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 암기는 잘하는 편이어서 혼자 외워서 시험을 봤고 성적은 괜찮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잘 모르셨다. 다만 한 선생님이 평가서에 산만한 경향이 있다고 쓰신 걸 본 적이 있다.

- 대학, 대학원 때도 집중이 매우 어려웠다. 항상 수업시간에 딴 생각을 했었다. 대학원 때는 교수님이 바로 앞에서 얘기를 하고 계시는데 정신이 팔려있고, 핑계를 만들어 나간 후에 그대로 안 돌아오곤 해서 개인적으로 충고를 들었다. 대학교 때까지는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해서 티가 별로 안 났던 것 같은데, 점점 설명을 들을 기회가 많아지고 주제도 왔다갔다 하니 중간중간 다른 데로 정신이 나갔다 올 일도 많아졌다.      



5. 업무 관련     


-상황의 지엽적인 부분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전체 구조나 흐름을 보지 못해 상황 파악이 느리다.

-결정을 할 때 우유부단해서 선택한 것을 번복하는 경우가 잦다. 그러면서도 응당 살펴봐야 하는 것은 잘 살펴보지 않고 충동적으로 결정해 버려서 손해를 보거나 후회하는 일도 많다.

-능력과 재치가 없는 것을 사회적으로 보상하기 위해 남보다 긴 시간을 들여 성실하게 일하지만 실제적 필요와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파고들어 오히려 서비스를 제공받는 상대방의 불평을 듣게 된다.

-임기응변에 취약해서 갑작스런 지시나 변경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숫자 단위에 대한 감각이 크게 떨어지고 숫자에 강한 거부감이 든다. 암산 능력은 있지만 자주 틀리고 계산이나 수치 제시를 요구받았을 때 매우 당황한다. 간단한 원리도 숫자를 섞어서 설명하면 이해하지 못하고 두려워한다.


+ 첫인상은 일을 꼼꼼하고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시간이 조금 흐르면 어이없는 구멍이 드러나서 그 차이를 보여주는 게 부끄럽다.

    


6. 그 외   (대부분 과잉행동 / 충동성 관련)


-한 곳에 오래 있으면 답답함을 쉽게 느낀다. 혼자 정처 없이 돌아다닐 때 가장 즐겁다.

-뭐든지 쉽게 싫증을 느낀다. 지시나 명령이 아니라 상대방 자신의 이야기인데도 예전에 들은 이야기를 또 들으면 불쾌함을 느낀다. 일하는 지역이나 직장을 자주 바꾸고 싶어 한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조바심이 들고 현실적 리스크와 관계 없이 무리해서라도 해야 직성이 풀린다.

-가만히 기다리는 것을 참지 못하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벌인다.

-줄을 서거나 횡단보도를 기다릴 때 적정선을 지키지 못하고 성큼 나가 있어서 주변의 지적을 받는다.

-핸드폰을 사용할 때 필요한 앱을 짚어서 누르는 게 아니라 급하게 아무거나 누르고 닫으면서 (얻어걸리는 대로) 쓴다.

-대화 중 계속 손을 꼼지락거린다. 의식적으로 억눌러서 가만히 있을 때가 많지만 손을 어떻게 둬야할지 몰라한다.

-모르는 사람들에게(길에서 충분히 비켜 서 있지 않을 때 등) 쉽게 짜증을 느낀다.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 성격인데 욱하는 성질이 있다.

-순발력과 이해력이 없어서 게임에 참여할 수 없다. 신호를 듣고 몸이 반응하는 것이 남보다 한 박자 느리다. 큰 소리나 놀래키는 장난에도 놀라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소리에도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짜증이 난다.


+ 늘 어떤 틀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었고 스스로 만든 틀이라는 생각도 하지만 부수는 방법을 찾을 수 없어 답답해했다.          



7. 동반질환 / 증상으로 생기는 문제 관련   


-수치심이 강하다.

-사람들의 기대가 깨지는 것이 두렵다. 오해받는 것이나 억울한 기분에 민감하다.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느낀다. 내 앞에서 귓속말을 하거나 소곤거릴 때 나를 욕하거나 비웃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소 결벽증이 있어 외부의 먼지나 세균이 닿을 수 있는 곳과 닿아서는 안 되는 곳을 철저히 구분한다.

-자신이 무능력하고 멍청하다고 느낀다.

-자주 무기력하고 우울하다.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자신의 잘못이라고 느끼고 자책한다.

-나이에 맞게 행동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쉽게 긴장하고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사소한 것에도 대비하려는 생각이 있고 그러다 보니 걱정이 많은 사람으로 비친다.

-칭찬을 받으면 나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고 불안을 느낀다. 좋은 것들은 오래 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 긍정적 감상을 말하면 그 일이 곧 나쁘게 흘러갈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을 주로 표현하게 된다.

- 남이 나를 지켜보고 있으면 당황해서 쉬운 과정의 행동도 허둥지둥하게 된다.



연재 중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이런 것도 ADHD라서 그런 거였어? 반가워라!!' 싶은 게 많았는데,  지금 보니 이때 적은 게 그런 특징과 대부분 겹치네요. 증상 자체라기보다 ADHD를 가진 경우 자주 따라오는 현상인 것들도 있고요.


다음 화에서 제가 진단을 받았을 때 병원에서 사용한 진단 기준을 살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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