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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보살과 민바람 Jul 22. 2023

자신의 기묘한 부분을 끌어안는 법

자폐와 ADHD를 가진 과학자의 인생 TIP(2)

카밀라 팡의《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을 챕터별로 정리하며 후기를 적고 있습니다.

책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는 전편을 봐 주세요.

https://brunch.co.kr/@harukauranusian/200


CHAPTER2

자신의 기묘한 부분을 끌어안는 법


생물화학, 우정, 그리고 다름에서 나오는 힘



무엇보다 단백질은 또래 압력이나 감정 기복을 겪지 않으므로, 인간 행동의 이상적 모델로 볼 수 있다. 단백질은 에너지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행동하므로 당면한 과제에 초점을 맞추며 감정이나 자의식 때문에 산만해지지 않는다. 미세분자의 판단에 무관심하기에, 동료에게 맞추거나 균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 대신 다양한 기술을 이용하고 개발할 수 있으며, 차이의 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팀을 이룬다. (57쪽)


저자는 단백질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단백질은 '진화에서 나타난 아름다운 혼돈의 기본 단위'이고, '역동적이며 다재다능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민감하며, 다른 유사한 분자와 상호작용'하는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단백질에서 인격을 찾아냈습니다. '단백질에도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 지도자와 지지자, 골키퍼와 박스투박스 미드필더(공격과 수비에 모두 관여하는 축구 포지션)'이 있습니다. 단백질은 사람 몸이 기능하게 하는 본질적인 요소일 뿐 아니라 '행동과 발달 과정 역시 놀라울 정도로 인간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처음에 단백질은 아미노산 암호의 독특한 순서가 1차 구조를 결정합니다. 내재한 아미노산 서열과 주변 환경의 조화로 생화학적 상호작용이 결정되는데, 이것은 우리가 유전자와 양육의 결과로 자라면서 적응하고 바뀌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처음에 가진 '스파게티' 구조는 적절하게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너무 불안정한 구조이기에 두 번째 단계로 발전합니다. 2차 구조는 꼬여 있는 나선 구조나 평행한 병풍 구조로, 시간이 흐를수록 내부 상호작용이 더 진행되면서 자신의 아미노산 서열과 환경에 더 특화한 고차원 구조를 형성합니다.


3차 구조가 형성되면 단백질은 특정 기능에 선택적으로 적응합니다. 이것을 저자는 '인간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고 과학자, 의사, 법률가가 되는 것'에 비유합니다. 3차 구조는 단백질 발달의 최종 단계로, 인간으로 치면 자립하여 행동하고 타인과 협력해 효율적으로 일할 준비를 마치는 시기입니다. 마지막 4차 구조는 발달 단계라기보다 단백질이 형성할 수 있는 모든 대안적인 형태와 결합을 가리킵니다. 직장에서의 자신과 집에서의 자신이 다른 것처럼, 4차 구조 단백질은 필요에 따라 한 임무에서 다음 임무로 옮겨갑니다.


저자는 단백질의 성장 과정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단백질계에도 MBTI가 있다고 말하는데, 수용체 단백질은 눈치가 빠르고 붙임성이 있는 ENFP나 ENFJ에 비유합니다. 수용체 단백질은 예를 들어 혈당의 갑작스러운 증가 같은 현상을 감지한 뒤 다른 단백질들에게 신호를 보내 더 많은 과정을 유도하는 단백질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연결체 단백질, 키나아제 단백질, 핵 단백질도 MBTI에 빗대 설명합니다.



단백질은 팀워크와 효율적인 조직의 모범 사례다. 다양한 유형이 자신의 성격에 따라 독특한 역할을 하며, 몸이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이들 모두 필요하다. 단백질은 서로 질투하지 않으며, 다른 역할을 탐내지도 않는다. 자존심은 낮고 생산성은 높은 환경이다. 모든 직장이나 친목 단체가 이와 같다면 좋을 것이다. (71-72쪽)


'인간은 종종 타성에 젖어 개인적인 성장에 대한 요구를 잘 수용하지 못하며'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보다 저항'하지만, 단백질은 형태와 기능을 조건 없이 바꿀 줄 압니다. 카밀라 팡 자신 안에도 여러 역할이 있습니다. 본래 저자는 연결체 단백질이나 핵단백질과 비슷해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우선 관찰하는 편이지만,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들과 함께라든지 전문 지식을 가진 주제로 토론할 때면 여느 외향적인 사람 못지않게 훌륭한 키나아제 단백질처럼 행동합니다. '상황에 따라 적응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정상이며, 단백질의 행동을 훌륭하게 반영하는 것'입니다.


단백질에서 배울 가장 중요한 교훈은 타인과 더 원활하게 상호작용하고 일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인간과 달리 단백질은 다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다. ... 우리는 사회적 상황에서 각자 다른 역할을 해내지만 균일성을 향한 욕망은 대체로 무의식적이며, 우리는 이 역학을 이해하지 못해서 유용하게 활용하지 못한다. ... 우리는 자신의 진실한 성격을 부인하거나 숨기지 말고 이를 수용하고 활용해야 한다. ... 당신 자신으로 존재할 때 사회적인 상황, 혹은 직업적인 상황 어느 쪽에서든 인간으로서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도 당신을 있는 그대로 더 잘 수용할 수 있다. (75쪽)


과학은 균일성은 도움이 되지 않으며, 협력과 성공에 꼭 필요한 것은 다양성이라는 점을 보여준다.(75쪽)


 '단백질과 사람을 비교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다른 것보다 단백질이라서 더욱 효과적인 비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단백질은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입니다. 우리 몸은 이렇게 다름에 적응하고 각각의 기능에 충실한 단백질 덕분에 유지됩니다. 우리가 삶을 누릴 수 있는 건 우리 몸의 구성성분이 수용적이고 효율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몸이 그런 방식으로 생존한다면, 마음의 운용도 그 방식을 따르는 게 생존에 유리하지 않을까.


- 자기다움을 받아들이는 것

- 자신만의 기능이 있음을 믿고 묵묵히 행하는 것

- 자기 안에 충돌하는 여러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 누군가의 그다움에도 이유가 있음을 믿는 것


우리는 자기만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보다 앞서 나가는 사람을 보면 자신의 가치를 의심합니다. 저 역시 정신병, 퀴어, 페미니즘,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을 저의 영역이자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 방면으로 멋진 결과물(특히 소설이나 시)을 낸 작가님들을 보면 '나는 이렇게 해서 언제...'하는 생각에 잠시 빠지기도 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자신의 기묘한 면'이 남들에게 드러나거나 지적당할 때, 아니면 스스로 그 부분 계속 발목잡며 괴롭힘 당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는 자신을 바꾸는 것만이 답인 것처럼 생각되곤 합니다. 좀더 나다운, 자유로운 문장을 쓰지 못하도록 막는 것도 균일해져야 한다는 무의식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 적응해온 결과입니다. 비록 그 모습이 어떤 '표준'과는 거리가 멀더라도 '오답'은 결코 아닙니다. 나는 내가 타고난 것들과 내가 겪어온 과정을 알기에, 내 삶에서는 오히려 그게 정답이라는 것을 내가 알아주면 됩니다.


얼마 전 제 브런치에 즐겨 찾아와 주시는 한 분께서 지난날 큰 위안이 되었다는 말씀을 저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인간은 결국 상처에 인간은 적응하고, 그 상처를 통해 다른 부분이 기형적으로 발달하고 성장하겠지만, 그런 삶도 나쁘지만은 않다고요.


그리고 만약 나의 상처를 건드리는 타인의 어떤 면도 그 자신의 상처에 적응해온 결과라면, 그걸 이해한다면, 그로 인해 건드려진 내 상처가 조금은 덜 아플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래도 조금은요.



만약 단백질분자처럼 발전하고 삶을 바꾸는 우리의 능력을 더 믿는다면, 그리고 우리의 성격과 관점의 특수성을 더 신뢰한다면(동시에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신뢰를 보낸다면), 우리는 개인으로서, 친구로서, 그리고 가정과 직장을 집단으로 조직화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억압과 오해를 차단할 수 있다.(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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