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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보살과 민바람 Nov 03. 2023

에세이 <낱말의 장면들> 이 출간되었습니다

마음이 뒤척일 때마다 가만히 쥐어보는 다정한 낱말 조각


신간 에세이 <낱말의 장면들> 출간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3년 반 전 직장을 그만두고 '쓰는 삶'을 시작했을 때 썼던 브런치 매거진 <순간과 낱말의 맛>이 단행본이 되어 나왔습니다. 신기한 기분입니다. 그때, 동거인이 사온 우리말 사전을 보고 순우리말의 매력에 홀려, 제 이야기와 순우리말의 뜻을 엮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 생각해 묻어두던 글들이 예쁜 책이 되어서 세상에 나오니 너무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순간과 낱말의 맛>을 애독하고 응원해 주셨던 여러 이웃작가님들과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이 책에는 휴식과 위로, 용기와 깨달음이 필요한 순간, 마음에 처방 약이 될 수 있는 우리 낱말이 제 삶의 이야기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우리 말뜻과 말맛으로 우리가 겪어나가는 '삶'의 여러 면모를, 그리고 묘미를 더 풍부하게 전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나온 책입니다."


책 곳곳에 실린 신혜림 작가님의 아름다운 사진들도 마음을 쓰다듬는 온기로 다가온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뒤표지에 제가 평소 좋아하는 분들의 다정한 추천사가 실렸습니다.

뭉클했던 부분들이 많아, 여기에 옮겨 봅니다.



우울한데 따뜻하고 처연한데 힘 있다. 민바람 작가의 글은 요상한 마법을 부리는 듯하다. 계절로 따지면 가을 맛인데 불쑥불쑥 봄, 여름도 살짝 다녀간 느낌이다. 운동으로 따지면 오래달리기다. 순간적인 힘으로 달리는 단거리가 아니라 적절한 속도로 호흡하며 뛰어야 하는 장거리가 어울린다. 작가가 공들여 선별한 ‘산말’들은 멈춤의 미학을 선사한다. 읽는 맛이 이렇게나 다양한 글은 실로 오랜만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선선한 바람결이 느껴진 건 나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 엄지혜 (채널예스 기자, 『태도의 말들』 저자)


《낱말의 장면들》은 비단 낯선 단어를 건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단어를 통해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을 다 읽고서 나는 얼마간 치유된 것 같은데, 그가 들려준 이야기가 상처에 덧대는 거즈와 같기 때문이다.

- 문보영 (시인)


좋은 책은 몇 줄만 읽어도 느낌이 온다. 마음이 착 가라앉는 느낌, 순식간에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도착한 느낌. 《낱말의 장면들》을 읽기 시작하면서 바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민바람이 하나하나 꺼내 보여주는 단어들은 휴가지에서 주머니 가득 담아온 신기하고 예쁜 돌멩이들 같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깨끗해지는 거라면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분명 그러했다.

- 한수희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작가)


이 책에는 작정하고 뒤적이지 않고는 찾아낼 수 없는 낯선 단어가 가득하다. 다정하지만 이제는 너무 익숙해서 내 생각을 전환시키지 못했던 위로의 말 대신 새로운 위로를 마주한 기분이다. 착한 말만 골라서 조심스럽게 쓴  편지를 읽는 것처럼 마음 다칠 틈이 없다. 포근한 온기가 내 마음 위에 '곰비임비' 더해진다.

- 김수지 (MBC 아나운서)



책 속



차창을 바라보듯 내게 다가오는 일들을 지켜보고 싶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는 아름다운 풍경과 그렇지 않은 풍경 모두 금세 스쳐가고 새로운 풍경이 다가온다. 불편한 점도 있지만 언제 또 선물 같은 풍경이 나타날지 모른다. 그러니 약간의 기대와 찾을모(찾아서 쓸 만한 점)를 찾아내는 눈을 가지고 살 수 있다면 신날 것 같다. 어차피 도착할 때까지는 달려야 하니까.

--- p.24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서 감정은 점점 옅어진다. 내가 풀쳐생각(맺혔던 생각을 풀어버리고 스스로 위로)을 하는 방법이다. 자신을 마주할 때만은 마음고름을 풀어버리고 보호받지 않는 맨살을 어루만지는 방법. 내가 관대한 문지기가 되기를 바란다. 속마음을 보이지 않겠다는 다짐이 숨 쉬기 불편할 만큼 마음을 조이지 않기를, 풀쳐생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걸 기억하기를 바란다.

--- p.32


자전거는 나아감으로써 균형을 잡는다. 나를 둘러싼 환경은 내가 균형을 잡고 나아가면 주위로 스쳐가는 호젓한 풍경일 뿐이다. 여전히 세상을 걷는 걸음걸이가 어색한 나는 자전거 위에서 생각한다. 지금의 모습도 알쭌한(온전한) 나이고, 나는 나인 채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 p.44


행복을 과목으로 친다면 수학이 아닌 체육에 가깝다. 행복은 빼기도 더하기도 아닌 균형과 조절의 문제였으니. 하루 속의 작은 다행을 알아보는 시력, 한 가지 일의 밝음과 어둠을 폭넓게 바라보는 시야, 공허와 좌절 속에서 가늘고 단단한 보람을 붙잡고 버티는 근력과 지구력, 불필요한 감정에 발을 빠뜨리지 않고 자신만의 자세를 유지하는 기술. 그런 것들이 모여 행복을 누리는 능력이 되는 것이었다.

--- p.54


일상이 몸을 죄어올 때가 있다. 특히 눈에 보이는 성과 없이 제자리에만 머무는 것 같을 때는 그 자리에서 서서히 땅에 묻혀가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지금을 답답하게 느끼는 건 일상이 비좁게 느껴질 만큼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뜻일지 모른다. 똑같이 되풀이되는 하루는 없다. 오늘은 새 글을 완성했고, 평소보다 긴 요가를 했고, 과일을 샀고, 순간에 집중하는 연습을 했다. 생각도, 경험도, 문장도 같은 듯하면서 다른 모습으로 곰비임비(물건이 거듭 쌓이거나 일이 계속 일어남) 쌓여간다. 곰비임비. 그 고소한 말맛에는 일상 속 나만 아는 재미들이 담겨 있다.

--- p.119


상처가 많으면 상처받기 쉽고, 자신을 인정하기 어려우면 오해에 민감해진다. 하지만 사람과 이어지는 일은 상처와 오해를 동반하면서도 삶을 어느 쪽으로든 나아가게 하고, 그래서 결국은 다친 곳을 낫게 하는 길도 보여준다. 전하려던 의미가 미끄러지면 아프지만, 서로에 대해 모르던 부분을 알게 되기도 한다.

--- p.178


용서에 환상을 갖지는 않는다. 중요한 건 자유로워지는 것. 내게 주도권이 없다고 믿는다면 내 마음은 계속 미워하는 사람에게 끌려다닐 것이다. 그 사람의 부족한 면을 인간의 한 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자신에게 그런 힘이 있다는 믿음이 생길 때 비로소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 p.185





다음 글에서 출간 후기를 적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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