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7일 서점 카프카에서 《낱말의 장면들》북토크를 잘 마쳤습니다.
주로 인스타그램에 공지와 후기를 올리다 보니 브런치에는 늦어졌네요.
10여년 전에 길을 지나가다 범상치 않은 카프카 간판을 발견했을 때 여긴 무조건 가봐야겠구나 생각하고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아니나 다를까, 들어서자마자 여긴 내 아지트가 되겠구나 싶었어요. 나무바닥(사장님이 폐자재를 가져와 하나하나 못을 빼고 직접 까셨다는..!) 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좋았고, 지금은 사라졌지만 색색깔로 칠한 빈티지한 나무판자 인테리어, 사장님이 그리신 그림들, 감각 있는 장식들도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당시엔 서점이 아니라 북카페였는데 조용히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집중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 뒤로 혼자 생각에 잠기고 싶을 때, 안전한 공간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을 때 찾아가는 제 안전지대가 됐어요. 소설가이신 사장님과 시 모임, 소설 모임을 같이 하기도 했구요.
그렇게 익숙한 공간에서 제 이야기를 하는데도, 역시나 처음에는 생각보다 더 떨었습니다. 염소가 되는 걸 피하지 못했고... 떨고 있는 제 목소리를 창피해하다가 저를 너무도 따뜻하게 바라보며 계속 고개를 끄덕이고 계신 편집팀장님을 보면 괜찮아지고, 그러다가 또 시선을 돌리면 바로 또 떨고, 또 팀장님을 보면 괜찮아지고... 부끄러웠지만 10분 정도 지난 후에는 완전히 안정이 되어서 나중에는 또 지나치게 랩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괜찮은 거겠죠. 생애 첫 북토크니까요.
북토크는 책을 쓴 계기, 원고 작성과 편집 과정에서의 비하인드, 사랑받는 구절 낭독과 질의응답으로 진행했습니다. 준비한 게 많아 미수록 원고 소개는 하지 못했어요.
질의응답 때는 와 주신 분들이 자신의 삶과 겹치는 지점들을 편안하게 나누어 주셔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대부분 책을 읽지 않고 오신 분들이었는데도 저와 이런저런 공통점이 있으셔서 신기했어요. 북토크 내내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눈맞춰 주시던 독자분은 저처럼 북토크를 하고 계신 그림/글 작가님이셨고 알고 보니 동갑이어서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맞잡았습니다. 한 분은 한국어교육과에 다니면서 한국어교사를 지망하는 분이었고, 저처럼 심리에 관심이 많다고 수줍게 고백해 주신 게 기억에 남습니다.
사랑하는 공간에서 첫 북토크를 하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책에 담은 낱말들이 누군가에게 가 닿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경험이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SNS나 블로그, 서점에 올라온 후기들을 볼 때도 늘 새로운 기분이지만, 이 책에 대해 전혀 모르던 분들이 북토크에서 여러 구절을 읽고 바로 감상을 말씀해 주시는 건 또 다른 생생함이 있었어요.
절대로 북토크나 강연은 안 하리라 다짐했던 제가 많은 한계를 넘어서 나아가는, 저에게는 상징적인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매번 말없이 제 책을 입고해 주시고 자리를 먼저 제안해 주신 서점 카프카 사장님과 북토크 내내 엄마 미소로 저를 지켜봐주신 서사원 편집팀장님, 시간 내서 와 주신 분들 감사 드립니다.
책이 나올 수 있게 해준 모든 분들에게도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특히 그 자리에 오진 못했지만 <낱말의 장면들>이 나오기 전부터 북토크를 진심으로 기다리고 응원해준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계속 써 달라는 말씀들, 잘 담아두고 꾸준히 꺼내 보겠습니다.
* 사진: 서사원 편집팀장님
* 서점 카프카
낱말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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