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쫄지마 아저씨, 파리 여행 #4일차-4
파리 여행 4일 차로 지하철 타는 것은 제법 익숙해졌다. 버튼을 눌러 문 여는 것도 몇 번 해보니 별것 아니었다. 괜스레 겁먹은 거지, 걱정이 들 때는 바로 실천해버리면 불안함이 사라진다.
여행을 생각하고 실천하기까지 1년을 기다렸다. 꼭 파리 여행을 갈 필요가 있을까? 괜히 가는 것 아닐까? 시간과 돈을 쓸 필요가 있는 걸까? 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불안의 정체가 무엇일까?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듯 집요하게 날 붙잡는다.
몽마르트르에서 에꼴레 개선문 가는 지하철은 자동문에다가, 시원하게 에어컨까지 빵빵하게 나온다.
파리는 지하철이 오래돼서 에어컨 없는 지하철이 대부분이고, 더우니까 창문을 열고 다닌다. 참 희한한 풍경이다. 지하철이 파리를 촘촘하게 다니기에 곡선으로 급회전하는 구간이 많다 보니, 열린 창으로 선로의 굉음이 들리기도 한다. 화려한 파리의 이미지와 창문 열고 달리는 지하철. 흥미로운 도시다. 파리는.
4명이 마주 보고 앉는 파리 지하철. 앞사람 무릎이 닿을 정도로 공간이 작다 보니, 다리가 닿지 않도록 옆으로 돌려 앉게 된다.
‘ 어, 줄리엣 비노쉬? ‘
쇼트커트를 하고, 세련된 재킷과 여성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갈색 스커트를 입은 그녀가 핸드백 속에서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프랑스의 대 배우가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것인가? 바로 영화 속에서 툭하고 튀어나온 것처럼, 바로 내 앞에 앉아서 연기하는 것 같다. 40대 초반의 중년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그녀를 한참이나 쳐다 본다.
‘ 줄리엣 비노쉬는 50대잖아. 와, 진짜 똑같다. ‘
샹젤리제에서 쇼핑을 마치고 돌아왔을까? 핸드백을 한참이나 뒤적이다가 겨우 찾아냈다. 영수증을 펼쳐서 둘러보고 다시 가방 속에 넣는다. 마음 같아서는 사진 한 장을 찍어 보고 싶었지만 참을 수밖에.
오랑쥬 미술관
“ 덥다. 더워. 더워도 더워도 너무 덥네..”
콩코르드 광장 앞에 높다란 오벨리스 탑도 보인다. 공사하는 자재가 탑 앞에 가득 쌓여있고, 출입은 통제되고 있다. 광장에 한참 서서 차들 지나는 걸 지켜본다.
“ 신기하지 않냐? “
“ 신호등도 없는데, 빵빵 크락숀 소리도 안 내고 어쩜 이렇게 잘 다니지? “
“ 로터리 운전해 본적 있냐? 요즘 “
“ 없지. 요즘 로터리가 어디 있어, 작년에 제주에서 한 두 번 본거 같긴 한데, 거긴 차가 한대도 안 다니던 외진 길이였고, 여긴 엄청 복잡한 로터리네, 대단해 “
“ 나름의 룰이 있나 보다. 난 파리에서 운전 못하겠다 “
경찰의 수신호도 없이 차들이 오가는 게 신기하다. 광장을 지나 걸어가는데 무장 경찰이 나무 그늘 뒤에 서있다. 숲 속에 하얀색 밴이 한대 서있었고 사복 경찰이 무전기를 들고 걸어간다. 정복을 입은 무장경찰은 숲 속에서 자동소총을 들고 경계를 선다. 무장병력을 본건 이번이 두 번째.. 에펠탑 앞에는 무장군인이 지키고 있었었다. 거긴 무장 경찰이 아니라 왜 군인이었을까?
우리도 따지면 남산타워 아래에 수방사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건가?
기다란 박물관에 빼곡히 걸려있는 삼성 광고 간판. 와우, 대단하네. 오랑쥬 미술관은 광고판도 가득하고, 생뚱맞게 대관람차까지 돌고 있다. 참, 희한한 풍경이다.
파리, 집시 사인단
집시 사인단. 희한한 게 정말 사인을 해주는 외국 여행자들이 많다. 살짝 헷갈린다. 진짜 사인받는 애들 아닐까? 그렇지만 인터넷에서 수 없이 보아온 이미지랑 딱 일치한다. 파리 분위기에 안 맞는 촌스러운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10대로 보이는 앳된 소녀들이다.
집시 소녀가 다가오며 내 옷소매를 잡아끈다.
“ 캔유 스피크 잉글리시? “
난 영어 1도 못하니까 모른 체 하고 가던 길을 간다. 괜히 응해주면 한없이 달라붙고, 한 명이 사인을 해달라고 하는 사이에 다른 2명이 가방을 소매치기한다고 한다. 보통 3,4명이서 한 조를 이뤄서 다니는 듯싶다. 계속 쌩까고 가도 10미터 정도 따라오며 계속 소매를 잡아끈다.
‘ 설마, 면도칼 씹고 그러는 거 아니겠지? ‘
은근 쫄린다. 제길. 빠른 걸음으로 그들로부터 벗어난다.
날씨가 35도, 체감온도는 39도의 파리. 다리고 아프고, 화장실이 없으니 물 마시기도 걸쩍지근하다. 다른 건 참겠는데 화장실이 없는 건 정말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