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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여행가 하루켄 Jul 19. 2018

자영업의 비법은 끈기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출근할 때 20분 정도 걸어서 지하철 역까지 간다.  가는 길에 눈여겨보는 상점이 몇 군데가 있다. 가게 오픈한 지 3~4년쯤 된 거 같은 10평 정도의 작은 음식점.  출퇴근하는 길목에 있기에 오다가다 자주 보게되었다.  덕분에 오픈 준비하는 것을 처음부터 계속 지켜볼 수 있었다.  '저렇게 작은 공간에 주방하고 홀이 다 들어갈까? '  테이블도 몇 개 안 들어갈 것 같은 공간에 오픈 키친 형태의 주방까지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항상 장사꾼들은 경기가 안 좋아서 장사가 안된다고 한다.  진짜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그 부근은 꽤나 가게들의 부침이 심한 곳이었다.  뭔가 반짝하는 프랜차이즈가 들어서면 바로 그 옆에 또 비슷한 콘셉트의 가게가 또 들어선다.  유동인구가 많은 길목도 아닌데 작은 시장을 여러 업체들이 나눠먹기 시작하려 한다.  특별히 대단한 콘셉트이나 기술력이 있는 것이 아닌, 비슷한 분위기의 가게들이기에 소비자들은 쉽게 싫증을 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들어오는 가게는 뭔가 좀 특이하다. 일단 프랜차이즈는 아닌 거 같았다.  청담동이나 가로수길 분위기의 앤티크 한 느낌. 왠지 있어 보이는 느낌의 인테리어가 시작되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 중의 하나인 '빵과 수프, 그리고 고양이'에 나오는 작은 음식점 같은 느낌이다.  


 개업한 첫날은 그 작은 가게에 사람이 꽉꽉 들어찼다.  어떻게 알고 왔을까? 특히나 40대 이상의 고객들도 꽤나 있어서 참 의외였다. 아마도 주변의 지인을 동원했는가 싶었다. 아무튼 음식점은 보통 3~4개월 정도는 개업빨이 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 집은 그 이후에도 계속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저씨들이 와서 먹는 분위기였는데 점점 여성층으로 바뀌었다. 요즘은 동네 30대 아줌마들의 소중한 아지트가 되었다.   주메뉴는 치킨인데 배달해서 먹는 치킨 하고는 뭔가 다른 맛이 있긴 하다. 버터에 튀기는 건가?  고소한 맛과 뭔가 색다른 양념의 맛이 자꾸 맥주를 부르기는 한다.   


요즘은 장사가 더 잘되어서 가게 앞에 간이 테이블을 놓고 손님을 받는다. 늦으면 그 자리까지 까지도 이내 꽉 차서 대기줄까지 서곤 한다. 겨울에도 야외테이블에서 손님들이 음식을 먹는걸 마다 안한다. 추우니까 손님용 무릎담요까지 준비해두었다.   재미있게 본 '옥상 위의 음식점' 인가? 그런 일본 드라마도 생각난다.  경기를 타지 않고 꾸준히 사람들이 찾는 음식점에는 그 비법이 있기 마련이다.  


음식 맛도 중요하고, 가게의 위치도 중요하다. 자금력, 운영능력, 마케팅 능력 등 자영업에서는 뭐 하나라도 소홀할 수가 없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함이라고 생각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의 지루함도 느껴야 하고, 하루하루 불안하고 긴장되는 순간을 견디며 버텨야 한다. 그런 과정을 묵묵히 견디어 낸 사람들이 저 자리에 있는 것이다.  하던 일 확 때려치우고 장사나 할까? 하는 사람들은 장사라는 업의 숨겨진 이면을 꼭 보았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하면 이 얘기는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꺼낸 거다.  참 오래 견디어왔구나. 토닥토닥


 

이미지컷 photo by haru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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