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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여행가 하루켄 Aug 09. 2020

나 답게, 더 나 답게

독립 서적 <어쩌다 심리> 제작 후기

나만 쓸 수 있는 책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해 주고 싶었다. 머릿속에만 있던 상상을 그 욕망에 충실한 현실에 옮겨오려면 내 일상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얼마 전 독립 서적 <어쩌다 심리>를 제작하며 짜릿한 성취감을 느꼈다. 원고부터 표지 디자인, 내지 디자인, 클라우디 펀딩, 독립서점 입고까지 전체 과정을 한번 경험하며 세상에 나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창작의 짜릿함을 살짝 맛봤다.  


처음에는 내 마음과 생각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낯설고 어색했다. 글을 통해서 나를 표현하고 그 책을 세상에 선보이는 것은 마치  세상 속에 작은 눈덩이를 던지는 느낌이랄까. 그  작은 눈덩이가 굴러 큰 눈덩이로 바뀌고, 또 다른 눈덩이와 만나서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고 믿기에 용기를 냈다.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건 고통과 직면해야 한다.  나를 나 답게 표현하는 수단으로  난 글쓰기를 추천한다.  잘 쓰고 멋진 글이 아니라, 지금 생각하는 나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글, 그런 글쓰기를 통해서 나 답게, 더 나답게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달력을 보니 출간한 독립 서적 <어쩌다 심리>를 후원자들에게 발송한 지 3주가 되었다.  대부분 지인들이 구입을 했고, 몇몇 친구들과 책 출간을 기념하며 술자리를 가졌다.  2년 전 브런치에 첫 글을 썼고, 그때 100일간 쓴 글을 묶어  독립 서적으로 제작하려던 첫 시도는 혼자 하기 너무 벅차다는 핑계로 엎어졌다.  생각이 많아지면서 좀 더 잘 정리하고 준비한 후 제작하자며 미루게 됐다.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이 알았고,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스스로 질문하고, 그 답을 실천하는 과정 중의 하나가 독립 서적 제작이다.  2년간 나를 알아가는 심리치유의 글쓰기를 하는 그 과정을 기록했고,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며 나의 존재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초고를 어떻게 퇴고해야 할지 막막해서 생각만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2020.4월 말. 어느 날.  브런치에 뜬 나도 작가다 공모전을 보게 된다.  꿈틀 하며 움직이는 내 안의 울림이 느껴졌다.  다시 글을 써 보고 싶어 졌다.  지금껏 쓴 초고를 잠시 미뤄두고 새롭게 글을 쓰기로 한다.  브런치 공모전을 기회로 1500자에서 2000자 정도의 원고를 10 꼭지 썼다.   초고로 써 놓은 글이 있기 때문에 하루에 1개씩 글을 쓸 수 있었다.  이전의 초고와는 또 다른 느낌의 글이 쓰여서 신기했다. 처음 생각했던 소재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소재로 이야기가 넘어가고 글들이 서로 융합되며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글이 전개된다.   


지금껏 써 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으로 글을 쓰고 싶어 져 강의하듯 말로서 이야기를 하고 그걸 녹음기로 녹음한 후, 다시 녹취하는 방법을 써 보았다.  다소 귀찮은 방법이지만 해보면 타이핑으로 쓴 글과 녹취로 쓴 글의  차이점이 있는걸 알게 된다.   녹취의 경우는 말하듯이 자연스럽고 직설적인 느낌이 있어서 쉽게 읽힌다.  


타이핑으로 글을 쓰면 글은 뭔가 이래야 된다.라는 식의 나도 모르게 멋져 보이려는 글이 써지면서 글이 길어지고, 뻔한 표현을 쓰게 된다.   반면에 말하는 방식은 좀 거칠고 직선적이고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어떤 게 내 모습일까?  타이핑을 치며 글을 쓰다 보니 글 뒤로 숨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5 꼭지 정도는 녹음을 한 후, 녹취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작업을 하면서 또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녹취를 꼼꼼하게 했는데, 워드로 타이핑을 쳐 놓은 후 종이 출력을 하고, 출력된 종이에 퇴고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꼼꼼하게 녹취한 원고의 상당 부분이 편집에서 잘려 나갔다.  글의 순서도 편집 과정에서 앞 뒤를 바꾸는 재미가 솔솔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편집의 맛이란 게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글쓰기는 서론, 본론, 결론 순으로 써야 된다고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내 경우 그런 방식으로 글을 쓰면 집중력이 떨어졌다.  차라리 결론을 먼저 보여주고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편했다.  편하게 글을 쓰면 독자도 그 글을 통해서  생각을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내 나름의  글쓰기 방법을 다양하게 실험하다 보니 처음에 생각했던 10 꼭지를 넘어섰고, 결국 20 꼭지까지 쓰게 되었다. 기왕 20 꼭지 썼으니 그 글을 독립 서적으로 제작하기로 했다.   20 꼭지의 글을 퇴고하기 위해서 글을 읽어보는데 집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내 성향 중의 하나가 반복적인 것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글을 쓸 때는 참 재미있는데 그 글을 퇴고하며  다시 읽는 과정이 너무 지루했다.  며칠 전에 쓴 글을 또다시 읽고 또 읽으려니 눈에 안 들어온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독립 서적 제작은 또 물 건너갈 것 같았다.


편집자가 필요했다.  단순 교정, 교열이 아닌 전체적인 글의 톤을 잡아주고, 틈이 있는 휑한 곳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윤문까지 해줄 수 있는 편집가를 찾기로 했다.  인터넷의 구인란을 뒤져서 편집자를 찾으며 느낀 것은 어떤 방식으로 편집을 하는 편집자인지 그 스타일을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었다.    작가의 가장 속 깊은 이야기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사람인데, 그 편집자에 대한 실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편집자는 글을 고치는 기술자인가?  개인이 편집자를 섭외해서 독립 서적을 제작하는 것은 어려운 이야기인가?   편집자를 섭외하기 위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유튜브와 팟캐스트에서 편집자 출신의 크리에이터를 찾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정말 우연히 팟캐스트에서 전직 편집자가 올리는 편집 이야기를 듣고, 바로 이 분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상담 공부를 1년 하며 느낀 게 있다면 사람은 다 제각각의 성향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며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  팟캐스트 방송을 들으며 이 분은 자신의 삶을 한 층, 한층 쌓아 올리는구나.  이런 분께 내 인생 첫 책의 편집을 부탁드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장 메일을 드렸고, 며칠 후 정성스럽고 디테일한 울림이 있는 답장을 받게 되었다. 역시 내 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느끼게 되었고, 그 분과 작업을 함께 해서 결국 2달 후 독립 서적 <어쩌다 심리>를 제작했다  


자신의 현재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직면하기 싫을 때 자기부정이 시작된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통념적인 욕망, 즉 돈이나 번듯한 직업, 직장을 쫒으려 불나방처럼 뛰어들면 들수록 자신의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간다.  


지금 당장,  마음을 표현하는 글을 써보자.  

  줄이라도 좋다.  

나. 답게, 더 나 답게

나를 표현하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독립서적 <어쩌다 심리> 구입처

도쿄뷰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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