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글쓰기 여행 1

D-173 왜 가는데? 꼭 가야만 하나?

글을 쓰기 위해서 제주도에 내려왔다. 이곳에 오면 글을 쓸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뤄왔던 이야기들, 그 얘기를 한번 툭 털어 버리고 싶었다. 창 너머 에머럴드 빛 바다가 보이고, 카페 안에서는 커피 향이 그윽하게 퍼지고 있다. 테이블이 네다섯 개 밖에 안 되는 작은 카페 안에서 아이패드를 꺼내서 또각 거리면서 타이핑을 치고 있는 나를 생각했다. 왠지 작가 틱 해 보이는 근사한 느낌, 글이 잘 써질 거 같았다. 그래서 제주도에 오게 된 것이다.


놀이공원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경쾌한 음악이 계속 흘러나온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어디론 가 떠나는 사람들이 차 문을 닫는 소리가 “쿵” 하면서 들린다. 작은 테이블이 하나 있고 의자는 없어서 앉을 수 없다. 침대에 베개가 2개가 있어서 하나는 침대 머릿 쪽에 등받이로 등을 받치고, 나머지 하나는 쭉 편 다리 위 허벅지위에 올렸다. 그 위에 아이패드를 두고 타이핑을 치고 있다.


폼나게 글 쓰고 싶었지만 현실은 이렇게 없어 보이게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놀라운 건 어제도 이런 자세로 황 박사께 보낼 상담 내용을 단숨에 완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방안에 텔레비전이 있는데 도착해서 한 번도 키지 않았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넋을 빼고 싶진 않다. 새소리가 참 크게 들리는 리조트다. 어떤 새인지 모르지만 창 밖에서 밤새 그렇게 울어되더니 아침에도 연신 노래한다. 빌리 조엘의 어네스티가 주차장 쪽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적당한 소음이 흘러들어오는 허름한 리조트의 방구석. 침대 위에서 난 글을 쓰고 있다. 글이란 게 내 이미지 속에서 정해둔 어떤 상황에서 써야만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차고 넘치기 시작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글이란 게 써지는 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된다. 그리고 글을 쓰다 보니까 자꾸 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진다. 우물의 물이 얼마 안 있어서 한 바가지 퍼 내고 이제 더 퍼낼 게 없겠지 하고 들여다보면 질끔질끔 어디선가 물이 흘러나와 또 물이 고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2018.06.04
제주도 콘도 침대위에 베개위에서
아이패드로 타이핑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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