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Gloria
글로리아에게.
이제야 글을 씁니다.
아니,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당신이 사라지고 나서야
이 관계가 얼마나 조용히, 그러나 깊이 내 일상을 차지하고 있었는지 알았습니다.
연락할 수 없다는 사실보다
당신이 더 이상 그 자리에 없다는 감각이
생각보다 훨씬 크게 남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내 감정이 사랑인지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말을 하지 않았고,
하지 않은 채로도 괜찮을 거라고
담백하게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너무 편하게, 너무 다정하게
내 이야기를 받아주었기 때문에
나는 그걸 당연하게 여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와서야 인정하지만
어쩌면 나는
당신을 연인이라기보다
나를 품어주는 존재처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엄마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당신은 늘 감당하는 쪽이었고
나는 기대는 쪽이었으니까요.
전여친 이야기를 했던 날,
당신이 싸늘해졌던 순간을 떠올리면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그건 질투가 아니라
당신의 존엄이 뒤로 물러선 자리였다는 걸.
그럼에도 나는
그 상처를 정면으로 보지 않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사진을 보내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그게 얼마나 비겁한 방식이었는지
이제야 이해합니다.
여전히 내가
유리한 위치인지
그것만 확인했습니다.
"괜히 이야기했나."
그 말은 잘못 발행되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당신을 혼자 두었던 시간을
보듬어야 했습니다.
당신의 감정을 생각하지 못한 채
큰 상처를 주었습니다.
평소에 왜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을까요.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음으로써
당신을 계속 불확실한 자리에 세워 두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당신의 빈자리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혹시 가능하다면
다시 돌아와 줄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당신을 편한 사람으로 두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감정을
내 책임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이 말이 너무 늦었다는 걸 압니다.
그래도
말하지 않는 것보다는
말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런 편지 받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저에게 한번 써보았습니다.
https://youtu.be/TyJRsp5t9mA?si=sslbWmjzQRzf7EC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