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숭나무 아래의 시체

순한 얼굴

by 글로리아

3


“계십니까? 경찰입니다.”


너무 야단스럽게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피해자의 남편은 제 1 용의자이기도 하지만 유가족이기도 하니까. 무거운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 거칠게 다가서면 안 된다. 짧고 건조하게, 하지만 최대한 유감을 담아서 전해야 한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듣는 남편의 얼굴, 호흡, 몸짓을 자세히 봐야 한다. 집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두 마리의 시골개는 상냥하게 꼬리를 흔들고 있다. 너희들 그래가지고 과수원 지키겠냐 김반장은 속으로 생각했다.


신형사는 집을 빙 둘러보았다. 거실로 난 창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선풍기가 켜져 있고 술병이 뒹굴고 있다. 한 남자가 천장으로 한껏 배를 보이며 잠들어 있다.


“반장님, 김영수 씨 지금 주무시는데요? 아침부터 술 드셨나 봅니다.”


“음… 술 마실 줄 아는 친구구먼. 술은 원래 빈속에 마셔야 찌르르하지. 내가 전화를 걸어볼 테니까 신형사는 문을 두드려.”


핸드폰을 두어 번 걸 때 즈음에야 현관에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끼익, 문이 열렸다.

왼쪽눈을 채 뜨지 못하고 부르퉁한 입술이 삐죽이 나왔다.


“누…누구세… 요?”


그는 하얀 러닝셔츠에 면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둥글고 순한 얼굴이었다.


“김영수 씨 되십니까? 경찰입니다.”


“아…. 네…무슨 일로…”


신형사가 나서려는 것을 김반장이 부드럽게 눈짓으로 막았다. 이건 선배인 내가 할게. 유가족에게 선임이 나서는 게 예의야. 신형사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저기, 선생님. 윤순이 씨 남편 되십니까?”


“…?? 네? 왜요? 아, 네.. 맞아요. 우리 집사람이에요.”


“윤순이 씨... 사망하셨습니다.”


캬악, 남자는 가래를 뱉었다. 몸을 떨었다. 그러더니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나쁜 년, 더러븐 년! 기어코 일을 저질렀구나. 곱게 못 죽을 줄 알았다. 더러버라. 더럽게 디졌구나! 캬학, 퉷!”


허공에 대고 욕을 하기 시작했다. 하늘에 삿대질을 했다. 울면서.


곱게 못 죽었다…. 더럽게 디졌다라… 어떻게 죽었는지 말도 안 했는데?


신형사는 차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진정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개들이 현관까지 올라왔다. 바닥에 엎드린 주인의 등이며 겨드랑이며 파고들었다. 남자는 간신히 양팔로 개들을 껴안았다. 개들이 일그러진 그의 얼굴을 핥았다.



작가의 이전글개복숭나무 아래의 시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