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숭나무 아래의 시체

절단면

by 글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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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원

김반장은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봄볕은 따사로웠다. 입 안엔 쓴맛만 남았다. 금연은 올해도 실패다. 범죄 없는 세상이 오면 그땐 끊을 수 있으려나 중얼거렸다.

신형사가 부검실에서 나와 김반장에게 다가왔다.

“손가락 지문을 도려냈답니다.”

“그 새끼, 계획 살인이구먼.”

“네? 그 새끼라니요? 피의자가 남자인 건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반장님?”

“봐봐, 토막살인이잖아. 상체를 버리고 하체는 80미터 정도 더 올라가서 버렸어. 피해자는 여자라고. 여자는 하체가 훨씬 더 무거워. 더 무거운 걸 들고 이동했다? 성인 남성 체력 아니면 그렇게 못 옮기지. 그리고 분명 면식범이다.”

“아니, 반장님. 면식범인건 또 어떻게…..”

“신형사, 보통 면식범은 말이야. 살인 후에 가장 먼저 하는 게 뭔지 아나?”

김반장은 느물거리며 웃었다.

“글쎄요? 피해자 얼굴에 수건을 덮는다던가….”

“맞아, 바로 그거야. 그래서 상체를 먼저 버린 거야. 그 얼굴과 더 동행하기 싫었던 거지.”

흡연구역 바로 옆에 있는 야외 자판기에서 커피를 꺼내며 신형사는 감탄했다.

“역시, 반장님. 날카롭습니다. 멋지다. 우리 반장님!”

김반장은 여유 있게 커피를 들이켰다. 과장된 칭찬이라는 건 알지만 나쁘지는 않다.

“그놈은 초범이야.”

“아이고, 초범이! 토막을 내요? 간도 크네요.”

“잘 들어, 신형사. 게다가 지문만 없으면 신원이 특정되지 않는다고 믿는 세대일 가능성이 높아. 병신. 요즘 어떤 시대인지 모르는 거지. 그놈은 50대 중후반에서 많아야 60대 초반이야. 시체 절단면이 거칠었다고 했지? 칼을 다루거나 육가공 쪽이 아니야. 정형을 업으로 하거나 인체를 아는 놈은 관절을 탄다. 힘줄을 베고 비틀면 쉽게 분리 돼. 근데 이번 건은.... 힘으로 잘랐어."

김반장은 빈 종이컵에 입을 대고 촙촙 빨았다. 구겨질 때 빠그작 소리가 났다. 쓰레기통 가장자리를 맞고 튕겨나간다. 에라이! 그는 땅에 떨어진 종이컵을 주으러 가면서 말했다.

"아마 쪽지문 나올 거야. 양손잡이가 아닌 이상 한쪽 손은 분명히 어설프게 잘라내거든.”

신형사는 움찔했다.

“저기, 반장님. 그렇다면 지금 다시 부검실에 가서 지문 떠달라고 할까요?”

김반장은 웃음이 났다.

“신형사, 오늘은 제대로 감 잡았네. 그래, 당장 부검실 가서 쪽지문 떠달라고 해. 부패가 진행돼서 밀랍화가 시작됐을 거야. 피부가 부풀었으니 건조하고 처리하는 데 서너 시간은 걸리겠지. 2~3mm만 확보해도 충분하다.”

신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채취한 지문은 바로 국과수 AFIS에 올리겠습니다. 긴급 대조 요청 넣으면 일주일 안에 결과가 나오겠죠.”

김반장은 담배를 비벼 끄며 웃었다.

“맞아. 지문으로 신원특정은 일주일이면 된다. 정식 부검 보고서는 최소 2주는 걸리니까.. 음.. 넌 지문 결과만 기다렸다가 결과 들고 바로 튀어 와. 그 장소 반경의 40대 중반에서 50대 초중반 행불자 명단을 뽑아 둘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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