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도착 2

2. 여자

by 글로리아

“저기요, 이거 드시면서 하세요.”


누군가 내 뒤에서 소곤거렸다. 아, 그때 사서 선생님이다. 이렇게 작은 목소리도 낼 줄 아는 분이었구나.


그는 1층 커피숍의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 해왔다.

나는 웃음이 났다.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죄송한데…… 저 디카페인만 마셔요.”


거짓말이다. 디카페인만 마시기는 무슨. 난 그런 거 없다.

커피를 마셔도 밤에는 잠만 잘 잔다. 힘든 노동을 해봐라. 불면증? 그런 거 없다.


“그럼, 잠시 바람 쐴 겸 같이 1층 카페로 가실래요?”


그가 물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순식간에 스토리는 핑크빛으로 뻗어나갔다. 마치 인공지능 하루키가 짧은 시간에 응답을 생성해 내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엉덩이 물집이 다시 잡히려고 해서 잠깐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는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그는 왠지 신나 보였다.

1층 로비 한편에 있는 커피숍에서 크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더니 곧바로 주문을 했다. 디카페인으로.


나는 그의 뒤에서 이 스토리의 흐뭇한 결말을 확신했다.


“학교 선생님이세요?”


그가 갑자기 물었다.


“여름방학 시즌에 매일 아침 일찍 오시더라고요. 그래서 눈치챘지요.”


그는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아, 학교에서 일하는 건 맞는데…… 급식실에서 일합니다.”


대답을 하는 나의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오, 영양사님이셨군요!”


평소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오늘은, 부끄럽다.

손에서 땀이 났다.


“아니요, 조리실무사로 일하고 있어요.”


나는 그의 얼굴에서 실망의 빛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아주 짧게,

하지만 정확하게.


대화는 더 이상 오가지 않았다.

견디기 어려운 침묵이 흘렀다.


“저… 먼저 올라갈게요.”


나의 말에 그의 얼떨떨한 표정은 금방 사회적 표정이 되었다.


“아, 네. 먼저 올라가세요. 저는 여기 반납 키오스크 한번 확인하고 올라가겠습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인사하고 계단을 올라갔다.

오늘따라 발걸음이 왜 이리 무거울까.


잠시 빛났던 핑크빛 스토리가 자근자근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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