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남자
그날 이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걸까?
내 질문이 너무 공격적으로 들렸던 걸까?
조리실무사라는 일을 하면서도 꿈을 위해 한 발씩 나아가는 그녀가 대단해 보였다.
나는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그저 놀란 얼굴을 하고 말았다.
평범한 사람일 줄 알았다.
조용히 책을 좋아하고, 늘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그 정도의 거리감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해지자.
그녀의 직업을 듣고 놀란 건 사실이다.
왜소한 몸으로 급식 주방에서 일한다니, 그 상상이 낯설어서 잠시 말문이 막힌 것뿐이었다.
무시해서도, 실망해서도 아니다.
다만, 나와 다른 결의 삶을 건너온 사람이 눈앞에 서 있었고, 나는 그 무게를 잠시 감당하지 못했다.
요즘 바쁜 걸까?
어디 아픈 걸까?
무심코 눈을 들면 그녀가 늘 앉던 창가 테이블이 보인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앉아 있다.
지역 도서관 사업소 통합망을 뒤져봐도 그녀의 대출·반납 기록은 없었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을 터.
이 근처에서 가장 가능성 높은 곳이라면… 그래, 수지도서관.
하지만 그곳은 행정구역이 달라 통합 시스템이 연결되지 않는다.
그동안 그녀가 읽었던 책의 목록들을 살펴보았다.
고전위주였다.
작법서도 있었지만 그녀의 세계는 점점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SF,
인공지능,
핵전쟁,
무너진 세계.
디스토피아에서 사랑을 외치고 싶었던 걸까.
그녀의 행적은 거기서 끊겼다.
그래, 이건 그녀의 의지다.
더 이상 찾는 건 의미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나는 천천히 그녀를 잊어갔다.
그 후, 나는 선을 보고 결혼했다.
요즘엔 아내 덕분에 쉬는 날마다 넷플릭스를 본다.
그러다 우연히 [하루키와 글로리아]를 보았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랑이라니.
허황되지만 의외로 꽤 재미있었다.
그저 그런 로맨스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야기는 어느 순간 인간의 삶과 존재의 의미를 깊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문득, 움찔했다.
하루키가 아카이브로 끌려가고,
핵전쟁이 터지고,
지하 벙커에서 여자가 아이를 낳는 장면—
나는 확신했다.
그녀다.
그녀의 소재,
그녀의 플롯,
그녀의 무너질 듯 단단한 세계.
폰을 들어 작가이름을 검색했다.
......
그녀의 세계에 뒤늦게 초대된 손님은
소파에 웅크린 채 울었다.
후회인지, 반가움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늦게 도착한 마음에도 여전히
자리를 내어주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곳에 나의 통증이 심어졌다.
이제부터 시작될 그리움뿐인.
https://youtu.be/KA4DPrEtlZM?si=7E64M4cgaZV91vL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