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물리치료를 받고 병원을 나섰다.
봄 햇살은 그냥 집으로 가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조금... 걸어볼까?
마음이 먼저 탄천으로 향했다.
집에서도 지하철 역에서도
불과 몇 분 거리였지만
나는 늘 집으로 향했다.
모르겠다.
휴식 같은 풍경은 늘 거기 있는데
왜 발걸음은 자석처럼 집으로 끌려갔는지.
아침에 입고 나온 재킷의 지퍼가 말썽이었다.
입을 때마다 슬라이더가 아슬아슬했는데
오늘 결국 사달이 났다.
어긋나게 물린 이빨은
슬라이더를 단단히 물었다.
결국 병원에서
윗도리 훌렁 벗듯
조금은 부끄러운 자세로 재킷을 벗었다.
수선집에 가야겠네...
지인에게 톡을 남겼다.
물리치료 중이고
옷 수선집을 가야 하고
탄천을 걷고 싶고,
같이 점심을 먹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시간 되세요?라는 말을 참 길게도 했다.
몇 년 전이었던가? 우리는 요리학원에서 만났다.
나는 이 분이 참 좋았다.
내가 무언가 횡설수설하고 길게 말하면
짧게 이해하고 수긍하고 정리해 주셨다.
밝은 웃음과 함께.
시골에서 보내온 복숭아를 학원에 가져간 적이 있었다.
들고 갈 때는 무겁고 많게 느껴졌지만,
20여 명의 학원생들에게 돌리자니 몇 개 되지 않았다.
그 선생님은 밝게 웃었다.
(보통, 내일 배움 카드로 수강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호칭을 선생님이라고 합니다.)
"고마워요. 저 복숭아 좋아해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유일하게 내게 와서 고맙다고 인사해 준 사람이었으니까.
그때가 인연이 되어
직장에서 억울했던 일들이며,
가족 간의 힘들었던 이야기.
선생님은 묻지 않았지만 나는 술술 말해 왔다.
작년 겨울에 선생님은 암 수술을 받았다.
"쌤, 감사해요."
나는 카톡으로 느닷없이 감사하다고 했다.
그녀는 웃었다.
왜요? 글로리아가 왜 감사해요? ^^
그냥요.
그냥, 잘 견뎌주셔서... 그게 감사해요.
오늘은 누군가와 함께 탄천을 걸었다.
겨울 내내 혼자 보았던 얼음은 풀렸고
마른 가지는 부풀었다.
길가의 마른 흙은 꽃을 피워냈다.
맑은 바람이 흘렀고, 그녀는 보라며 손짓했다.
"봐요."
꽃.
꽃이 피어 있었다.
너는 온몸으로 피었구나.
고마워.
겨울을 견뎌줘서.
땅만 보았던 시선은
곧장 하늘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