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시 연결

by 글로리아

하루, 이틀 쉬다 보니 슬금슬금 게을러지고 있다.

게으름과 함께 오는 것은 무기력이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력.


밤낮이 바뀐 채, 손에 스마트 폰을 들고 멍하니 쇼츠를 본다.

일어나, 일어나야 해! 라고 외쳐보지만 나는 무력하다.

시간이 지나면 그런 외침조차 들리지 않는다.


켄 리우의 단편도 이제 두 개 남았지만 섣불리 손이 가지 않는다.

하나의 이야기는 하나의 세계였다. 다음 세계로 건너가는 것에도 에너지가 필요했다.


경이로움과 설렘은 어느새 넘지 못할 벽이 되었던가.

움츠러졌다. 내가 너무 하찮다.

별 볼일 없는 글 조각 붙들고 꿰매고 앉은 모습이 우습다.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다.


“병가 첫날은 좋았는데, 이젠 심심해요.”


선생님은 웃었다.

평소에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묻는다.


“글쎄요… 뭐.. 산책도 하고, 유튜브 쇼츠 보고, 책도 읽고….”


주춤거리다가 글을 쓴다고 이야기했다.

선생님의 얼굴에 급 화색이 돌았다.

자신의 어릴 때 꿈이 작가라고 했다.

충격파 기계음보다 우리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글을 쓰다가

삶의 쳇바퀴의 속도가 올라가면 슬슬 내려놓게 된다.


그냥 이렇게 사는 거라 체념하다가

불쑥 글이 쓰고 싶어지면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한 그 기분.


라켓과 공은 있는데 체육관은 어딘지 몰라

혼자 벽치기 하다가 슬며시 머쓱해지는 것과 비슷할까.


브런치 스토리에서는 글을 쓰고, 다른 작가님의 글을 읽고, 소통까지 할 수 있었다.


깊게 읽고, 정성스럽게 쓰고 싶은 갈증.

첫 라이킷의 기쁨.

다른 작가님의 글을 읽었을 때의 충격. ( 와! 이 정도라고? )

소통은 숨통.


그 소통은 만남이 되기도 했다.

낯선 편안함에 놀랐다.


글쓰기, 평소 독서 습관,

글이란 나에게 어떤 것인가,

브런치스토리의 장단점,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주변 사람과 쉽게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작가님들과 처음 만났는데도, 오랜 친구처럼 이야기를 쏟아냈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집중과 경청. 조용히 의견을 건네는 시간.


우리는 금세, 우리가 되었다.

서로의 나이조차 묻지 않았다.

그저,

당신이어서

당신의 세계만으로

충만했다.


“이거야.”


내 안의 또렷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래, 이런 대화를 하고 싶었어.

나는 흥분해서 곧잘 목소리가 커졌다.


“제가 앞으로 쓰고 싶은 글은 성인 소설이에요. 야한 글을 쓰고 싶어요.

봉인된 음란마귀를 글에 풀어놓을 거예요!”


두 분은 웃지 않았다.

진지하게 듣고,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다.


글을 쓰시는 분들의 격려라 더욱 힘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내 발걸음은 둥둥 떠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잊는다.


그런 갈증의 시간을 지나오고,

첫 라이킷의 기쁨과 새로운 충격을 좋아했음에도

지금은 누리는 자가 되어

그 소중함을 가벼이 여기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물리치료 선생님께 브런치 스토리를 알려드렸다.


거창하고 대단한 노하우는 아니지만 내가 글을 쓰는 방법도 함께 나누었다.

노션과 티스토리, 그리고 AI를 활용하는 방식까지.


독서를 좋아하고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방향을 건넬 수 있어서 뿌듯했다.

나 또한 그런 시간을 지나오며 얼마나 막막했던가.


그래서일까.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이 다시 또렷해진다.


어느 날, 그 선생님의 글에 라이킷을 달며

소통하게 될 날을 조용히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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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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